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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②] 신약의 급여, 결국은 환자 접근성 위한 것
가치평가에 근거한 `선(先)등재 후(後)평가` 및 '사후관리' 활용 목소리 커져
박으뜸·신은진 기자 acepark@medipana.com 2018-07-1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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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신은진 기자] 신약의 급여 등재는 결국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것이다.
 
높은 약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게 만드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약속한 '문케어'의 시작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로는 계속해서 많아질 '신약'을 모두 급여권 내에 수용할 수 없다. 새로운 기전, 혹은 병용요법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신약 급여 등재 제도는 변해야한다.
 
◆ `허가-급여 등재 연계 제도`는 왜 잊혀졌을까? =
환자단체를 비롯 의료계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가 허가부터 급여 등재까지 걸리는 소요시간이 해외에 비해 길다는 것.
 
이와 같은 주장이 주요 비판 대상이 되자 정부 측에서는 억울함을 토로한 적도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매 평가당 심평원 법정기한인 120~150일을 준수(보완기간 제외)하고 있으나, 새로운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등재 신청 유형 변경 등 수회 재결정 신청 및 한국 가격 제외국 참조 영향으로 가격 조정 시일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빠른 급여 등재 추진을 위해 대안을 내놓았다. `허가-급여 등재 연계 제도`가 그렇다. 이는 말 그대로 식약처의 허가와 동시에 심평원에 급여 신청을 해 평가가 시행되는 제도다.
 
그런데 참으로 생소하다. 2014년 9월부터 시행된 제도치고 말이다.
 
정부에서는 급여등재까지의 기간 단축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지만, 약 4년동안 이 제도로 혜택을 본 치료제는 전무했다. 있으나 마나,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제약업계가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까다로운 '급여 평가기준' 때문이다. 아무리 허가와 함께 급여 신청을 한다고 한들, 까다로운 기준 앞에서는 빠른 신청조차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
 
제약업계는 우리나라가 무리하게 가격을 낮춰야만 급여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가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몇번의 도전 끝에 급여의 관문을 넘은 일명 '급여 재수생'들은 대부분 비싼 약값에 따른 '비용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 '패인(敗因)'이었다. 이들은 제약사가 약값을 크게 낮추거나, 위험분담제 신청을 통해서야 겨우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환자와 의료계는 분명한 효과가 있음에도 '대체약제 대비 비용효과성이 미비'하다는 반려 이유를 '구식'이라고 비판한다.
 
신약은 단적으로 국내 급여기준으로는 '비용효과성'을 쉽게 넘지 못한다. 환자는 적고 제약사가 제시한 약값은 비싸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이를 통과하기 힘든 구조다. 또 '신약'일수록 너무 가혹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불만도 비슷한 맥락이다. 요즘들어 속속들이 등장하는 새 기전의 치료제들은 '혁신적'이라 평가받지만 10년이 넘은 약제와 비교되고 있어 급여로 인정받기가 힘든 것이 좋은 예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약제 특성에 따른 등재 방법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데 공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꼽히는 급여 혜택 제도는 '경제성평가(위험분담제 포함)'와 '경제성평가 생략' 두가지만 존재하는 실정이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ICER 탄력 운영이라고는 하지만, 이에 대한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다. 심지어 급여를 확대할 때에도 가격 인하 폭이 어떤 기준으로 협상에 올라가는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가격을 크게 낮춰야만 급여가 될까? 우리나라는 A7 가격을 상한선으로 참고하고, 약가협상에는 OECD 평균 가격을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중 A7 가격은 고시된 액면가와 실제 약가에 차이가 있는 이중가격이 일반화돼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국적사 역시 각 나라별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산정된 가격이 크게 낮은지 확인이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 측에서도 허가등재연계제도와 관련해 별다른 코멘트를 할 수 없었다. 약가제도 개선이라는 종합적 관점에서 재고할 수 있는 제도이기는 하나, 제약사가 선택하지 않고 있는데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도가 이미 가동되고 있음에도 이 트랙을 선택하지 않는데에는 여러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며 "충분히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제약사들이 다른 방향으로 진입을 요구하고 있으니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는 신청주의 제도다. 제약사가 신청을 하지 않는데 제도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제도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제약사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가치`를 기반으로 한 평가, 합리적 대안될까? =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있는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新 기전의 치료제와 병용요법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신약 급여 등재 제도`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재정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신기술을 받아들일 재원을 마련해야 신약을 도입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바라봤다.
 
이에 가장 힘을 얻고 있는 대안이 '가치 평가(value frame)'에 기반한 급여 제도다. 
 
최근 개발된 신약 중 2주의 생존기간 연장을 보이는 약제와 15개월의 생존기간 연장을 보이는 약제를 비교해보자. 다른 임상적 결과를 보임에도 이 두 치료제를 동일한 급여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두 약제가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보일지라도, `가치`에 기반한 평가에서는 해석이 다르게 될 수 있다.
 
이미 보험적용이 이뤄진 의약품의 정기적 `재평가` 가치 평가와 연관된다. 이와 같은 사후관리 방안은 신약의 참된 가치는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평가된다는 시각에서 시작됐다.
 
미국암학회와 유럽의 암학회에서도 치료제에 가치를 적용해본 결과, 20~30%만이 임상적으로 가치가 있고 나머지 70~80%는 임상적 의미가 없다는 연구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임상적 가치기준 접목에 대한 움직임은 최근 의사들의 자각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급여등재 시에는 약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그 약효가 미미한 케이스도 있다. 반대로 초기 임상에서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추가적인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가치 평가에는 긍정적, 그런데 문제는? = 국내에서 기등재 의약품을 재평가 해 너무 오래되거나 효과가 미미한 치료제 대신 신규약을 등록하자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선등재 후평가'와 같은 방안은 기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선진국으로 꼽히는 여러 나라에서는 의약품 재평가 기준이 마련돼 있는 상태다. 운영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는 의약품을 재평가 한 뒤 그 기준에 따라 급여 여부를 지속할지, 약가 인하를 유도할지 결정하는 원칙들이 있다. 일본의 경우도 재평가 제도가 잘 돼 있는 편인데, 사용실태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우리나라라고 재평가를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시범사업을 포함해 재평가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중단됐다.
 
중단된 이유는 스웨덴에서는 5년 플랜으로 시행된 기등재 약품을 평가한 사례와 비교해볼 수 있다. 이 당시 보험급여된 의약품수가 우리나라는 2만개, 스웨덴은 2~3천개였고, 기등재 의약품의 효과를 상호비교하기 위한 임상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를 감당할 인력 인프라도 미흡했으며 기등재된 의약품을 정리하고자 하는 방향에 제약사, 의사, 환자단체 등의 사회적 저항도 영향이 있었다.
  
그렇지만 2007년 이후 10년 이상이 흘렀다.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더 나은 대체약제들의 등장했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약을 과연 임상현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가는 현실적으로 결정하기 상당히 어렵다.
 
무엇보다 가치에 대한 평가는 환자·의사·제약업계 정책 기반자들의 견해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적절하게 배분하는 데에는 '형평성' 등 여러가지 요인이 고려돼야 한다. 또 같은 암이라도 조기에 더 강점을 둘 것인지 후기에 강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신규 진입 또는 퇴출시 임상적인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사후평가제도에 대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설령 임상연구가 진행됐다 할지라도 그 결과를 '해석'하는데 여러 문제가 있다. 가치판단 체계에 대한 기준이 없는 탓이다. 재평가에 따른 결과 분석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질적 수준 향상 및 기준 마련이 선결조건이다.
 
이에 따라 최근 ASCO 등 주요 학회에서는 가치 판단체계를 통한 치료제의 임상적 평가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학계를 중심으로 기준점(threshold)을 포함한 가치 판단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업계 및 환자단체 등이 수용가능한 가치 측면의 기준값이 마련되면 여러 적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영국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의 경우 고정된 ICER 값이 아닌, 경제적 가치 및 사회적 가치에 가중치를 두는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대여명 24개월 이내, 3개월 이상의 생명연장에 분명한 증거가 있을 경우 기준 값의 2배를 인정한다. 희귀질환의 경우엔 기준 값의 4배를 인정해준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교효과연구(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CER)'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고가의 새로운 치료법과 이미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에 대한 비교 연구다.
 
S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치료제 허가는 근거기반으로 이뤄지지만, 사실 제약사가 허가를 위해 진행하는 임상시험은 선택된 환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임상현장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가된 이후 우리는 대규모 자료 축적으로 실제적으로 그 치료제가 비용효과적인지에 대한 근거를 얻어야 진정한 모니터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독립적인 연구수행기관인 'PCORI(Patient-Centered Outcomes Research Institute)'가 출범해 비교효과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사후 재평가`와 `모니터링`은 사실상 같은 조건에서 어떤 치료가 더 효과적이고 비용도 적게 들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근거 마련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은 이 CER 연구를 통해 만성폐쇄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약물치료와 폐용적감소수술을 비교효과연구로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저위험군에서는 약물치료보다 수술이 오히려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 밝혀져 수술 대상 환자군을 축소하고 연간 1억 2천 5백만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S교수는 "우리도 비교임상효과연구(CER)를 강화해 모니터링과 재평가, 우리만의 데이터를 마련해야한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급여가 필요한 약제를 선정하고, 급여약제들의 재정비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정부도 기존 약가제도의 대안으로 떠오른 '선등재 후평가' 제도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건보공단은 약가사후관리 대책을 위해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개별약제 평가를 진행하는 심평원과 별개로 연말까지 재평가 연구방법 개발, 대상약제 선별기준 등에 대한 연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심평원은 현재 선등재 이후 경제성 평가 및 결과의 적용 방안, 평가 결과에 대한 제약사 수용 및 환자 보호장치 마련 등의 구현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단, 정부는 제도가 도입·시행되기 전에 안전하고도 다양한 방법이 검토돼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강조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선등재 후평가제도는 워낙 각계에서 건의해 온 사안이다"며 "다양한 의견들을 살핌과 동시에 신약개발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 기존 약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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