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를 달고 있지만 평범한 나의 아들"‥
성장이 조금 느릴 뿐, `저인산효소증` 환자도 '미래' 꿈꾼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스트렌식` 한국 도입 후, 환자 상태 급격히 개선‥'저인산효소증' 인지도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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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나의 아들은 호흡기를 달고 있지만 평범한 아이와 다를 바가 없어요. 성장이 조금 느릴 뿐, 저인산효소증 환자일지라도 '미래'를 꿈꾸고 있답니다."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a)`. 이름도 생소한 이 질환은 근육 대사와 뼈 형성 과정에 필수적인 효소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kaline phosphatase) 활성 감소로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약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희귀질환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질환인 셈이다.
 
저인산효소증의 증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출생 전 태아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생후 수년이 지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기질화된 뼈(mineralized bone)가 없는 상태로 사산되거나 생후 6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중증으로 두개 협착, 안구 돌출, 뇌 장애를 동반하며 보통 1년 이내에 사망한다.
 
그런데 희귀질환은 '치료제'의 유무와 함께 생존율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 저인산효소증도 알렉시온의 `스트렌식(아스포타제 알파)`이 개발되면서 환자들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희망을 안겨줬다.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정민 군(2014년생)도 그러했다.
 
`저인산효소증`을 확진받기까지 8개월, 정보 갈증 심한 희귀질환
 

정민이는 2014년 4월생으로, 처음 병원에 내원한 것은 출생 100일 즈음이다. 보통 아이들처럼 3Kg이 넘는 몸무게로 태어났지만, 이상하게 체중이 계속 감소했다.
 
부모가 정민이를 병원에 데리고 간 것은 단순히 '체중 감소'가 이유였다. 그렇지만 약 8개월간 다양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게 됐고, 돌 즈음이 됐을 때 `저인산효소증` 진단을 받았다.
 
정민 군의 아버지는 그 때의 막막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저인산효소증'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8개월. 정민이가 저인산효소증을 확진 받기까지의 시간이다.
 
그는 "정민이는 약 8개월간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민이를 제외하고 과거에 국내에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정민이가 국내에 첫번째 저인산효소증 환자인 셈이다. 정민이의 체중이 줄어드는 이유를 찾기위한 것이었을 뿐, 이렇게 위중한 질환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정민이의 부모가 '저인산효소증'을 위중한 질환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정민이는 자가호흡을 분명히 했고 체력적인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영양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체중이 줄어드는 것이라 생각해, 부모는 아이에게 직접 영양분을 전달할 수 있는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11개월 즈음에 정민이의 체중은 확실히 증가했다.
 
하지만 병명을 알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정민이는 흡인성 폐렴이 발병했고, 자가호흡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삽관을 통해 인공호흡기를 연결해야했다. 
 
정민 군의 아버지는 "정민이가 호흡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ALP 수치가 낮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후 저인산효소증을 진단받았다. 진단 이후 뼈 사진을 촬영해보니 또래와 다르게 뼈가 거의 형성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인산효소증은 체내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수치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더 쉬운 방법은 X레이 촬영을 통해 뼈 성장을 확인하는 것. 그러나 영아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 성인의 경우 피검사나 X레이가 기본적인 진단요소이지만, 영아는 X레이를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선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민이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인산효소증을 확실히 진단받은 이후, X레이를 통해 뼈 사진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정민이는 확진을 받고서도 마땅히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정민이의 부모 역시 해당 질환이 너무 생소했고, 국내에 등장한 적 없는 희귀질환이다 보니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국내 자료는 한정적일 뿐이었다. 심지어 제약사에 근무하는 가족조차 이 질환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그러던 와중 일본에서 `스트렌식`이 처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민 군의 아버지는 "무조건 치료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개발사인 알렉시온에 연락했고, 마침 글로벌 임상을 진행되고 있어 주치의를 통해 임상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미 임상 참여환자 모집이 이미 종료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좌절했다"고 말했다.
 
진단도 어려웠던 희귀질환인데, 치료 기회까지 사라진 것 같아 절망했다는 그. 다행히 알렉시온에서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미 확진 전부터 호흡기를 껴야했던 정민이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정민 군의 아버지는 "정민이는 호흡기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기계가 잘못되지 않을까 거의 매일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게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크게 우는 일이 발생하면 호흡기를 끼고 있더라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때도 종종 발생했다. 스트렌식으로 치료받기 전까지는 호흡기 관련해 나타나는 증상 정도만 관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정민이는 2016년 1월부터 알렉시온의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렌식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 `스트렌식`으로 치료하는 나의 아이, 드디어 웃기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 자가주사를 통해 효소를 주입하는 것. 정확한 치료를 위해 매일 주사 부위를 꼼꼼히 기록하고, 소독 등도 철저하게 하는 것. 정민이의 스트렌식 치료 방법이다.
 
스트렌식은 최초의 영유아 및 소아발현형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골 증상을 치료하는 장기간의 효소 대체 치료제이다.
 
스트렌식은 2015년 7월 일본 후생노동성 허가, 2015년 9월 유럽 EMA 허가, 2015년 10월 미국 FDA 허가를 거쳐 국내에는 2016년도 2월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영유아 저인산증 환자에 대한 스트렌식 효소 대체요법의 임상시험은 1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008년 시작해 2012년에 처음 결과가 보고됐다.
 
결과에 따르면, 스트렌식 효소 대체요법은 생명을 위협하는 영유아 저인산증 환자에서 골격 방사선 사진의 개선, 폐기능 및 신체 기능의 향상을 유도했다. 또한 저인산증 환자에서 특징적으로 상승돼 있는 조직비특이성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Tissue Nonspecific Alkaline Phosphatase; TNSALP)의 기질인 무기피로인산(inorganic pyrophosphate)과 피리독살 5' 인산(pyridoxal 5'-phosphate)의 혈중 농도가 스트렌식 치료군에서 감소됐다.
 
스트렌식 치료군에서는 근육의 강도와 골격의 무기질화 정도가 상당히, 때로는 급격하게 향상돼, 폐기능, 인지 기능 및 운동 기능의 향상을 동반했다. 
 
이밖에도 스트렌식은 주산기 및 유아기 발현형(생후 6개월) 저인산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2건의 다기관, 다국가, 공개 2상 임상시험(ENB-002-08/ENB-003/08 n:11 및 ENB-010-10 n:28)과 저인산증에 대한 후향적 자연사 연구(ENB-011-10 n:48)와의 생존률 비교 연구에서 전체 생존기간(OS)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대상 환자가 1세에 도달한 시점에서 스트렌식 치료군의 95%, 대조군 42%가 생존했고, 5세에 도달한 시점에서는 스트렌식 치료군 84%, 대조군 27%가 생존했다 (p<0.0001). 아울러 대조군 중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했던 환자의 5%(1/20)가 생존한 반면, 스트렌식 치료군에서는 76%(16/21)의 인공호흡기 치료와 병행한 환자가 생존했다.
 
결과적으로 스트렌식 치료군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로 생존한 16명의 환자 중 12명인 75%가 최종적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중단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스트렌식을 투여받은 저인산증 환자들은 RGI-C 스코어(Radiographic Global Impression of Change scale score)가 향상돼 뼈의 무기질화 정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월부터 현재까지 스트렌식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정민이의 상태는, 보고된 임상데이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는 호흡도 제대로 못 했는데, 지금은 또래 아이들처럼 말을 또렷하게 하고, 잘 웃는다.
 
정민이는 스트렌식 치료 시작 3개월 차부터 증상이 호전이 눈에 보였다. 1년 후에는 목을 가누는 힘이 생겼고, 그 다음 1년 후에는 뼈가 자주 부러지긴 했으나 아이가 뒤집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많이 체감하고 있는 사람은 정민이의 부모다.
 
정민 군의 아버지는 "치료 초기에는 산소통 없이 숨 쉬는게 어려웠다. 산소통을 바꾸다가 심정지가 온 경우도 있다. 때문에 병원에 내원할 때는 항상 구급차를 동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스트렌식으로 치료하면서 이제는 잠깐이지만 호흡기를 빼도 호흡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아버지는 "의사들이 '뼈가 비스킷 같다'라고 할 정도로 저인산효소증 환자들은 또래보다 뼈가 약하다. 그렇지만 정민이는 치료 3년 차가 되면서 뒤집기도 잘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누워있지만 발음도 또렷하고 의사소통 및 표현 또한 정확하게 한다.
 
부모로서 정민이가 하루하루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 `희귀질환`에 관심을‥진단과 치료에 제한있는 환자 많을 것
 

정민이의 사례를 보듯이, 저인산효소증은 국내에서 인지도 향상이 선결과제다. 환자수도 적을 뿐더러, 이미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영유아와 소아에 대한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의사를 비롯,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민 군의 아버지는 "저인산효소증이 초희귀질환인데다 정민이가 첫번째 환자였기 때문에 과거에는 정책적인 지원이나 제도가 없었다. 병원비 보다도 주사 맞을 때 필요한 거즈나 멸균장갑 등 소모품 비용과 구급차 이용료 등 보험 지원이 되지 않는 곳에서 비용이 많이 발생했다. 지금은 호흡기 지원 대상이라 고압산소 기계나 호흡기 등도 저렴하게 대여받고 있으며 병원에서도 가정방문간호를 통해 정민이를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렌식의 도입 역시 정민이의 역할이 컸다. 국내 저인산효소증의 첫번째 환자인 정민이를 통해 스트렌식이 국내에 들어오게 됐고, 저인산효소증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
 
중요한 것은 이 저인산효소증을 앓는 환자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희귀질환은 결국 정보 싸움이다. 희귀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는 개별 희귀질환의 발병 환자수는 매우 적으나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전 세계 환자의 수는 약 3억 5천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탓이다.
 
이러한 희귀질환은 발병 원인이 되는 유전변이 뿐만 아니라 진단 및 치료방법 또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초적인 유전연구 및 역학연구가 필요한 질환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국가적 노력 하에 희귀질환에 대한 정보 구축 및 치료제 도입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무엇보다 영유아와 소아에서 발현된 희귀질환은 생명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질환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그런데 치료제를 제 때 투약한다면 빠르게 개선이 된다.
 
스트렌식 치료로 상태가 많이 호전된 정민이는 이제 '교육'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저 하루라도 버텨주길 바라던 때를 지나, 지금의 정민이는 평범한 아이처럼 학교에 가는 미래를 꿈꾼다.
 
정민 군의 아버지는 "전에는 그저 잘 살아줬으면, 버텨줬으면 싶었는데 지금은 정민이가 학교에 가서 또래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낼 수 있을지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아직은 누워서 생활하지만 곧 걷고, 뛰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 갔을 때 또래 친구들이 정민이를 '보통 아이'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 성장할 정민이의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민이의 아버지는 국내에 또 발생할 수도 있는, 어쩌면 저인산효소증을 인지하지 못한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당부와 응원의 말을 잊지 않았다.
 
우선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 치아가 손실되기 전이나 전신적 증상으로 질환이 진행되기 전에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 연령대보다 일찍 이가 빠지거나, 소아임에도 치주염이 발생하는 경우, 장골의 휘는 증상 등 골격 변화가 감지되면 빨리 병원 방문이 권고된다.
 
아울러 정민이의 아버지는 진단이 되더라도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돼 있으므로, 희망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정민이를 같이 걱정해주고, 옳은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주신 의사와 제약사 분들이 아니였다면 더 힘든 상황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이제 정민이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 다른 환자들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꾸준히 치료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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