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갑자기 걸린 급브레이크, '임상시험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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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올해 들어 의료기기업계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의료기기업계의 성장과 발전, 일자리 창출, 환자접근성 확대 등을 이유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첨단의료기기 지원법안을 통과시켰고, 체외진단기기법안도 처리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에 발맞춰 '선진입-후평가'를 골자로 하는 첨단의료기기 신속평가 방안을 검토,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해 임상의무화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는 것.
 
식약처는 본질적 동등성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기술문서 검토 대상 품목을 지정·공고해 허가시 임상자료의 제출 대상 및 그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임상자료 제출 대상인 경우에는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현재 신의료기기 개발 업체가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이후에 후발업체는 임상자료 없이 허가되고 있는데, 허가 시 임상자료 심사 제도의 개선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안전성 및 유효성을 보다 강화하고 선행업체들의 기술력을 보호하려는 것인데, 대부분 영세업체로 이뤄진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에게는 '또다른 규제'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국회와 복지부에서는 적극적으로 국내사들을 돕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에서는 국내사들의 시장 진출에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재차 검증한다는 측면에서는 규제 강화 측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임상을 강화한다고 해서 더 안전해진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에 불과하다.
 
이 둘 사이에는 상관관계를 판단할 수 없을 뿐더러 실제 임상자료로 입증된 제품이 안전하다면 현재 사용상 부작용으로 사장된 제품이 없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오랜 기간 동안 안정성이 입증돼 성능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을 최소화하고 동등성 제품의 안전성 입증에 집중하는 추세다. 임상의무화는 의료기기 선진국에서 이용되는 국제조화의 하나였지만, 도입 이후 다국적사에 유리하게 작용되는 등 명암이 극명했기 때문.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세계 11위지만, 기반 자체가 매우 취약하며 대부분 낮은 등급의 제품군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동등성 인정 제도가 마련됐다. 영세한 업체들을 돕기 위해 식약처에서 만든 제도지만, 스스로 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식약처 행정예고대로 제도 변화를 수용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고등급 제품의 연구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 등이 필요하나, 이렇게 갈 수 있는 비용도, 인력도, 시간도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제도를 고안한 실무자조차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으며,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제조업 종사자들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몇몇 단체나 기업들만이 이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외치면서 투쟁할 뿐이다.
 
해당 개정고시안은 행정예고기간이 지난달말 끝나고 식약처에서 의견을 검토 중인만큼,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지에 업계의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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