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약사들이 일군 '스포츠약학' 디딤돌(ft.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광주시약 직접 선수촌 내 약국 운영 '주목'… 책임약사·봉사약사 모집, 2인 1조로 운영
정현철 회장 "도핑 처방감사·금지약물 확인 등 정확한 약물 제공"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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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통해 가능성을 엿본 스포츠약학 분야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2일 개막된 세계인의 수영 축제 '2019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통해서다.
 
굵직한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약사의 역할이 부각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약사들이 도핑 금지 시스템을 운영했고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통해 약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지난 두 번의 경험은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통해 꽃을 피울 전망이다. 그동안 선수촌 내 메디컬센터 약국 운영은 조직위원회가 주관했었지만 이번에는 지역약사들을 중심으로 한 광주광역시약사회가 직접 약국을 운영하게 되면서 약사 참여가 더욱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지역약사회의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이번 선수촌 내 약국 운영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약사들의 직능 분야인 스포츠약학(sports Pharmacy)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광주시약사회 정현철 회장(가운데)과 김동균 부회장(좌), 신은옥 여약사회장(우)
 
메디파나뉴스가 지난 13일 천안상록리조트에서 열린 '전국 약사 임원 정책대회' 현장에서 만난 광주광역시약사회 임원들의 관심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수촌 내 약국으로 쏠려있었다.
 
이미 대회 개막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선수촌 개촌일부터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몸은 천안에 있었지만 마음은 광주를 떠나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광주광역시약사회 소속 임원 및 회원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생업을 포기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약사회가 국제 스포츠 행사의 약국 운영권을 갖고 활동한 전례가 없었기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선례로 남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약사회가 대회 참여를 결정하게 된 것은 평창올림픽에서 조직위원회 약무위원을 맡아 약사 지원활동을 총괄한 이화여대 이정연 교수의 자문이 바탕이 됐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약물 관리 업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정연 교수의 경험은 지역약사들의 선수촌 내 약국 참여에 큰 힘이 됐다.
 
대회 준비를 주도한 김동균 부회장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광주에서 개최된다는 것을 듣고 이화여대 이정연 교수의 자문으로 금지약물 중심으로 약사가 처방을 감사하고 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초부터 기획을 했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지역약사들의 봉사약국은 일반의약품을 제공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며 "지역약사들도 이러한 형태의 봉사약국에서 벗어나 약사들의 전문성을 보다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도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김 부회장은 "지역 약사들이 참여하면서 병원과 분리되어 있는 입장에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약을 준비하거나 처방 과정이나 매뉴얼을 정리할 때도 독적으로 감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 차이점이다. 추후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약물 사용도 적절히 줄여서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선수촌 내 약국을 방문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과 함께 포즈를 취한 광주시약사회 소속 약사들

 ▲ 광주시약사회가 만든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약국 매뉴얼
 
그러나 실제 참여까지 쉽지 않은 과정도 있었다. 조직위원회 차원으로 운영해 왔던 약국을 지역약사회 주도로 운영하게 한 전례가 없었기에 조직위원회에서도 고심을 했다는 설명이다.
 
약국 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철 광주광역시약사회장도 "조직위원회에서도 처음에는 의아해했다"며 "세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와 3차례 소통을 했고 지역약사회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참여하겠다고 해서 조직위원회에서 약국 운영권을 주게 됐다. 이후 약국 매뉴얼을 만들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약국 준비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책임약사 선발이었다. 선수촌 내 약국 운영에 대한 기준을 잡아줄 인력이 필요했던 시약사회는 대한약사회의 지원과 자체 예산을 통해 책임약사 3명(윤선영, 지현근, 한가희)을 초빙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4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스포츠 약사 20여 명이 2인 1조로 약국 봉사에 참여하게 된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포함해 8월 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마스터대회까지 총 39일간의 대장정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더욱 완성도 있는 약국 운영을 위한 선택이었다.
 
김 부회장은 "고민이 됐던 부분은 39일이라는 시간이었는데 임원이나 회원들로만 운영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보다 책임감 있게 전문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약사들의 참여가 필요했기에 예산을 마련해 책임약사를 공모했다"며 "15명 정도 신청을 했고 인터뷰를 통해 어떤 생각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지 충분히 이야기를 해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약국 업무 매뉴얼을 발간한 것도 준비 과정의 성과였다. 약사들이 하고 있는 처방 감사와 중재, 조제, 복약지도 등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표현했고 194개국에서 참여한 팀닥터들이 볼 수 있는 메디컬센터 구비 약물 목록을 정리했다.
 
 
이처럼 약국 운영을 위한 철저한 준비에 나선 시약사회는 이제 선수들에게 필요한 약물을 정확하게 제공하는 약국을 운영하는 것이 남은 목표다.
 
정 회장은 "일반적으로 약사는 처방전을 받아 조제하고 약을 건네주는 역할만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처방전 오류가 25% 정도 발생한다고 하는데 약사가 개입해 처방전 오류를 잡아내고 중재를 통해 해결하면 약 7%까지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약사들이 중재역할을 한다고 해도 일부 오류는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2명의 약사가 교차감시를 해서 선수들에게 필요한 약물을 정확하게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스포츠 약국은 의료진과 선수, 약국 간의 협력관계도 필요하고 오류에 대한 검수도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예민한 부분도 있고 존중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어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약사가 독립적으로 약사 역할의 취지를 잘 협업해가면서 운영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아직 대회 기간 중인 상황에서 이른 전망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이번 대회의 성과가 약사 직능 역할 확대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약국운영책임자인 신은옥 여약사회장은 "이번 대회는 지역약사들이 일반약 제공 위주의 봉사약국 개념을 벗어나 스포츠 대회에 참여해 도핑과 관련된 처방감사를 하고 금지약물에 대한 확인과 대체약물을 추천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문 스포츠선수뿐 아니라 일반인 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는 사회현상에 맞추어 스포츠 분야에서 약사 역할을 선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이용, 건강식품 등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약사직능이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사용 분야에 역할이 많아질 수 있다"며 "약물의 전문가로 훈련받은 약사들이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대회가 스포츠약학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한약사회와 약학정보원 등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그는 "약국 운영 과정에서 자체 예산 뿐 아니라 대한약사회의 지원도 있었다. 특히 약학정보원이 청구프로그램 PIT3000 프로그램을 포함한 관련 IT프로그램 서비스를 지원해주면서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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