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로 환자안전·만족 높은 수술하면? 수천~수억 손해

포괄 한계로 신포괄수가 시범사업 중이지만, 의약품·기기 80% 보상 '불만'
중증도 반영 없고, 심평원과 소통도 단절..政 "원가반영토록 지속 모니터링·개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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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현재 행위별 지불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7개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도 적용에 이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포괄수가와 신포괄수가제 모두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신포괄의 경우 의약품과 치료재료에는 원가 80%만 인정하고 있어 과소 진료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안전한 수술방법을 적용하는 경우 병원마다 일부 차이는 있으나, 진료과별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기술과 의약품, 의료기기산업의 발전, 그리고 환자안전과 만족도 향상 등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원가를 보상하는 방식의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 전혜숙 행정안전위원장, 글로벌의약산업협회·바이오의약품협회·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이 공동 주관한 의료서비스 지불방식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산부인과 이산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부인과 분야의 최소 침습수술이 발전하고 있다. 3D를 통한 스콥, 전기 절삭기, 자동 봉합되는 실, 로봇수술기기 등을 통해 수술시간이 단축되고 주변조직 손상 감소, 혈관결찰 정확도 증가 등의 이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부인과 수술 일부가 DRG에 묶여 수술할수록 손해가 발생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병원 보험심사팀과 분석한 결과, 최근 이 교수는 7개월간 133건의 수술로 600만원 넘는 비용의 손해를 입혔고, 같은 과 A교수의 경우 9건의 수술에서 430여만원의 손실이 났다. 개복수술을 위주로 하는 B교수의 경우에는 159건의 수술에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수술방법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해 기존의 유사 행위 수가로만 산정을 받아 손실이 난다"면서 "포괄수가의 대안으로 신포괄이 제시되지만, 이 역시 의약품, 치료재료 등이 80%만 보상되고 있어 쓸수록 손해가 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의료기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 의료, 바이오 기업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기기에 대한 사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김재용 교수(안과학회)도 "백내장과 관련한 새로운 기술과 의료기기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DRG에 묶여 별도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면서 "실제 이미 140개 외국에서 레이저 백내장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만 수가가 없어 못하고 있으며, 라식이나 엑시머 수술을 받은 환자를 위해 시행하는 굴절도 측정도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내과 환자마다 다른 의약품 써야하는데, 80% 보상으로 싼 약만
 
외과의 경우 의료기기, 내과분야에서는 의약품 사용에 있어서 많은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정부가 과소비를 우려해 신포괄수가시 의약품을 80%로 묶었으나 사실상 과소비가 어려운 의약품이 대부분"이라며 "'정책가산'을 마련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으로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기본 수가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염증성장질환을 예로 들면, 염증조절이 되는 저렴한 스테로이드부터 수술, 고가의 생물학적제제까지 환자마다 다른 치료법과 의료자원이 필요한데, 신포괄수가제도에 맞출 경우 고가약제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환자마다 필요한 약도, 사용량도 다른데, 비포괄 적용 조건이 애매모호해서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현실적인 질병군 분류와 중증도 동일 수가 등의 문제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 투약기간, 총 투약비용을 바탕으로 포괄, 비포괄 약물 분류부터 다시 해야 하며, 특히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매우 고가이므로 비포괄로 일관 적용해야 한다"면서 "포괄로 묶으면 의사들이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결국 환자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제도개선 제안하려해도 '불통' 심평원"..정부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도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종종 소통을 차단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김석일 교수는 "포괄수가, 신포괄수가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행위분류, 질병분류지만, 우리나라는 중증도를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해당 수가 역시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되지만 그 기간이 2년으로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의료계가 적극 도울테니 1년에 한 번씩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심평원에서는 도움을 받지 않고 원래대로 하겠다는 입장 뿐"이라며 "게다가 제도 수정을 위해서 심평원과 만나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야 하나, 심평원이 관련 연구 중간보고 등 중요한 논의에 대한 일정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안정적 신포괄수가를 추진하려면, ▲원가 기반 ▲안정적 환자분류체계 ▲적정수가 등 세 가지가 충족하고, 이번 정권의 임기말까지 다음 정권에서라도 쓸 수 있는 제대로된 분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적극적인 소통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인만큼, 추후 충분히 개선여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은 "의료계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현재 4개 학회와 포괄, 비포괄 구분 작업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고, 곧 개편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류체계 개편, 원가기반 수가 마련 등을 위해 시범사업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불합리에 따른 의료 질 저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적정화하는 방향으로 변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의약품, 치료재료 80% 문제 해소를 위해 최대한 포괄로 끌어올 수 있도록 하고, 본사업에서는 정책가산 대신 최대한 원가기반의 수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지속적으로 의료계, 의료기기업계 등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 최대한 고민을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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