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병원 정보시스템 셧다운?‥"환자 안전 위협"

병원 내 각종 시간 제한 법에 전공의 EMR, 간호사 OCS, HIS 접속 차단

대리처방, 환자파악 등 미비 부작용‥"인력 충원 위한 근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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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병원 내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법으로, 병원들이 근무자 개인 ID로 접속하는 각종 정보시스템의 '셧다운(Shut Down)' 제도를 확산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ID가 로그아웃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할 없도록 하는 셧다운 제도로 근무시간 제한 법을 준수하는데는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 부작용으로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전공의 근무 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과 사업장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의 시행으로 대학병원이 골치를 앓고 있다.
 
 
주 80시간 제한하는 전공의법·주 52시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병원도 '셧다운' 도입 
 
전공의법과 근로기준법의 근무 시간 제한은 모두 병원 내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으로,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정확하게 계측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근무 시간을 계측함과 동시에 법에서 정한 근무시간을 정확히 지키기 위해 근무 시간이 초과되면 강제로 컴퓨터 전원이 꺼지도록 하는 '셧다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병원계 역시 전공의법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전공의와 간호사의 근무 시간을 계측하고, 근무 시간 초과를 방지 하기 위해 각종 병원 시스템 셧다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EMR 접속 차단‥대리처방·주치의 역할 소홀 등 문제 제기
 
 
먼저 병원들은 전공의법에서 정하고 있는 주 80시간 제한을 지키기 위해, 전공의의 EMR(전자의무기록) 접속 시간을 측정하여 일정 근무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EMR 접속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본인이 하루에 얼마나 근무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출근하면 본인의 ID로 EMR에 접속하도록 하여, 퇴근 시간에는 반드시 EMR에서 로그아웃 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전공의들이 로그아웃하는 것을 자주 까먹는다는 점이다. 이에 혹시 깜빡하더라도 퇴근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EMR에서 로그아웃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공의들의 정시 퇴근을 돕고, 전공의 근무 시간의 계측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는 병원의 설명에도, 전공의들은 해당 셧다운제도가 병원들의 꼼수로 활용되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근무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려운 병원 환경에서, 전공의들의 EMR 접속이 강제로 차단되면서 타인의 아이디를 빌린 대리처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국립중앙의료원의 EMR 접속기록을 통해 대리처방 의혹 사례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정해진 업무 시간 이외에 의사 한 명의 이름으로 처방이 이뤄졌던 기록을 시간과 등록자 IP 통해 구분했다. 그 결과 1분 간격으로 동일한 계정을 통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처방이 이뤄졌다"며, "한 명의 당직자 ID를 가지고 다른 전공의들이 EMR에 접속한 것으로 엄연한 의료법 위반의 '대리처방' 행위다"라고 밝히며 보건복지부에 근무시간 외 EMR차단 여부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소재를 알 수 없는 대리처방으로 인한 환자안전,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책임소재도 불명확한 점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당직자 ID를 가지고 타 전공의들이 대리 처방하는 것이 공공연히 이뤄지면서, 간호사 등 처방행위를 할 수 없는 직역마저 이 같은 식으로 ID를 이용해 '무면허 불법행위'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간호사 OCS, HIS 접속 차단‥간호사 교대 전 환자파악 등 제반사항 준비 미비
 
 
이처럼 병원 정보시스템의 셧다운은 전공의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게 된 일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처방전달시스템(OCS)와 의료전산정보시스템(HIS)에서도 근무 시간이 끝나면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를 통해 간호사 조기 출근에 대한 초과근로수당을 미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HIS의 로그아웃 기록을 근거로 간호사들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서울대병원 고육지책으로서 OCS와 HIS에 근로시간 이후에는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여 막대한 조기 출근의 초과근로수당을 회피하고자 했다.

보통 간호사들은 근무 시간 1시간에서 1시간 반 전에 출근하여 앞 근무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데, OCS와 HIS 접속이 차단되면서 이 같은 인수인계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결국 간호사들은 교대 전 환자파악 등 제반사항 준비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병원 국정감사에서 전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시스템 차단으로 간호사 교대 전 환자파악 등 제반사항 준비 미비함을 지적했다.

실제로 약품, 물품 카운팅, 투약준비, 환자파악 없이 교대가 진행되고, 심지어 인수인계가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수술실 등으로 환자를 인계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가 익숙지 않은 신입 간호사들의 경우, 미비 된 인수인계로 인한 의료사고 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

◆ "인력 부족, 근본 해결책 없인‥환자 안전 위협 계속"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의료계는 병원 근무 환경에 대한 정부의 탁상공론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주당 100시간 이상을 근무해도, 간호사들이 평소 근무 시간보다 1시간에서 많게는 2~3시간 연장근무를 해도 의료인력이 부족했는데, 갑자기 전공의와 간호사 근무 시간을 축소시켜 버리면서 의료인력 공백이 더욱 심각해 졌다는 목소리다.

물론 병원들도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열악한 수가 현실에서 진료 실적을 더 내지 못하는 한, 인력 충원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노동 환경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가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인정한다. 그간 많은 의료인들이 희생 속에 근무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저수가에 있다. 이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병원에게만 근무환경을 개선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병원들이 의료인력을 더욱 확보하도록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인력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 없이 무작정 병원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법으로 제한한다면, 병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안전은 계속해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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