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고령화..진료비 지불제도 '총액계약제' 개편 불가피

"재정고갈 사태 늦추고 건보제도 지속가능하려면, 미시+거시적 관리 동시에"
비급여 인증제+인두제+민영보험 개편 등도 추진 제안..의협은 반대 입장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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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문재인케어에 따른 급여 확대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의료비 증가율이 계속된다면 수년 내에 연간 의료비 100조원 돌파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의료비 지출 관리가 시급한 실정인데, 이를 위해서 미시적 관점에서의 의료비 통제와 관리는 물론 거시적 관점에서 지불체계를 '총액계약제'(총액관리)로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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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사진)는 지난 4일 '국민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주제로 열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제2차 건강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방향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정부에서는 현재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조 6,000억원이 문재인케어 추진을 완료하는 2023년이 되더라도 11조 1,000억원으로 재정 건전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본 반면, 다른 연구진들은 2023년에 완전히 고갈되고 2028년에는 -36조원, 2030년에는 -10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재정추계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정부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2023년 이후 보험료율을 매년 3.2%씩 올리고 수가를 2.37%씩만 인상한다고 가정할 때 국고 지원금이 대폭 늘어나지 않는 한 지속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 문제는 정부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하는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비급여가 급여보다 빨리 증가해 보장률에 답보상태를 보이고, 결국 국민 의료비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는 점이다.
 
권 교수는 "비용이 오른다고 해서 위기는 아니다. 지출이 많아지는 만큼 편익도 오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구조적인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원일수가 매우 높고, 의료이용량도 OECD 국가들 중 1위다. 게다가 다른 나라들이 줄어드는 병상수는 매년 2만개씩 늘어나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MRI 등 고가의료기기 사용량도 매우 높은 편"이라며 "사실상 이 같은 과잉의료 문제는 진료비 지불제도 탓"이라고 밝혔다.
 
행위별 지불제도를 채택하다보니 공급자들의 과잉진료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 가감지급사업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는 있으나, 한계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권 교수는 "총액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에서만 총액계약제도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데, 목표를 정한 후 같이 관리하자는 의미일 뿐이다. 이미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시행 중인 제도"라고 말했다.
 
총액계약제가 도입될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총액 범위를 놓고 공급자단체들과 협상하고, 만약 실제 의료비가 계약 액수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이듬해의 수가 또는 지불금액을 조정하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 총액계약제 내에서 행위별수가제와 Tw-DRG, 일당정액제, 인두제 등을 적용하고 있으며, 의료 질 관리를 위해 P4P를 실시한다. 그 결과 재정건전화(국민의료비 5%내외로 관리)를 달성한 동시에 건보 제도에 대한 만족도 증가가 나타났다.
 
권 교수는 "이전에는 건보 기금화 등을 반대해왔지만, 최근 의료비 급증 상황을 봤을 때 정치적으로 큰 틀에서 관리하다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면서 "현재 의료비 점유율에서 1차의료기관이 대폭 줄어드는 지금 상황에서 의사협회 등도 총액계약제에 대해 적극 동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도 "궁극적으로 총액관리제로 지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전 세계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공통적으로 '총액관리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도 여러 의료비 관리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공급자 입김에 따라 차떼고 포떼고 하다보니 누더기가 됐다"면서 "가감지급사업만 해도 의료계 눈치보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행위별 지불제도 내에서는 어떠한 제도를 도입해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케어가 진전되어 갈수록 지불제도 개편과 지출관리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총액관리제와 더불어 과다 입원 방지, 약제비 거품 제거, 거버넌스(건정심)에서 의료계 제외 등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최병호 원장은 2030년 건보급여율 80%에 맞춰서 의료비에 대한 목표관리가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하면서, 이를 위해서 지불체계 개편이라는 거시적 관리와 함께 의료소비자의 과잉의료를 제재하는 미시적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비급여 인증제도 도입, 민영보험의 선진국형 개편, 의료비와 질 연동 기전 마련 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의료비 폭증 문제를 막기 위해 '행위별 지불제도'에서 '총액계약제'로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면서, 의료계가 반기를 들었다.
 
대한의사협회 김재하 이사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대만인데, 독일의 경우 의료비 급증으로 의료보험 재정 위기를 맞이했고, 대만은 폐렴, 급성심근경색 등이 재입원율 증가 등 의료 질 저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료비 지출 절감과 의료비 부담 완화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는 문재인케어 추진 방향을 개선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의학적으로 중요한 치료효과나 비용효과성이 아닌 국민의 수용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문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추나요법 등 국민의 생명유지나 중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 만족도 향상에 초점을 맞춘 '주객전도' 보장성 강화 정책을 다시 뜯어보고, 제대로 순서를 맞춰 재정을 우선 배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지불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으나, 보장률 상승을 저해하는 '비급여'에 대한 관리를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일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마늘주사 등 불필요한 비급여에 대한 가르마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과다한 의료이용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면서 "지출 효율화를 위해 산정특례를 차등화하고 병상총량을 관리하며, 지난 9월 발표한 전달체계 개편안 추진에도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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