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체계 개편·일차의료 만성질환수가 마련..병원계 '울상'

"정부·개원가, 마치 병원에서 진료보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소비자 선호도는 의료 서비스 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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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최근 의료전달체계 단기 개편안에 이어 일차의료 만성질환 보상체계 마련 등 죽어가는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일차의료의 편에 서서 정책·제도 개선에 나서다보니 병원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올해 9월 보건복지부는 단기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보상체계 개발 연구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우선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해 환자들이 의료기관의 기능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병원 간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를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진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의뢰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간 의뢰 과정에서 의뢰서 뿐 아니라 각종 진료내역‧영상정보 등도 전자적으로 공유(진료정보교류)해 추가 검사를 줄이도록 하며,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다른 전문진료과목 의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의원 간 의뢰'도 활성화되도록 의뢰수가를 시범적용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개선안에는 상급종합병원이 스스로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경증환자 진료는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평가 및 수가 보상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4기(’21~’23)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중증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30% 이상(기존은 21%)이도록 하고, 이보다 중증환자를 더 많이(최대 44%까지) 진료하는 병원은 평가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불리하고, 중증환자 진료시에는 유리하도록 수가 구조도 개선된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경증 여부에 관계없이 환자 수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원받고 종별가산율(30%)도 동일하게 지급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경증 외래환자(100개 질환)에 대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경증(100개 질환)으로 확인된 환자(약제비 차등제 적용 환자)는 종별 가산율 적용을 배제(30%→0%)하겠다는 것이다.
 

일환으로 심평원 산하 심사평가연구소는 최근 일차의료에서의 만성질환 관리 수가를 마련하는 연구(연구책임자 이도경 부연구위원)를 시행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국 75개 시군구의 2,602개 의원에서 11만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보다 확대하고 수가 수준도 개선해 일차의료 기능 정상화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중 의원 진료비 점유율이 감소하고, 상급종합병원 대비 의원의 외래 내원일수의 변화가 나타나는 등 의원의 기능이 약화되는 상황"이라며 "의료계에서는 의원의 경영난 등을 호소하며 진찰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의원의 만성질환관리 등 기능과 역할의 강화를 통해 의원의 진료비 비중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다시 질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간호사와 영양사 인력 수급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고용하고자하는 의원에게는 간호사와 영양사 인건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심평원 연구팀은 "3차 상대가치개편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일차의료 및 만성질환관련 영역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원가를 기반으로 한 수가개선은 이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병원 진료증가 탓? "원인분석부터 제대로 하라" 병원계 성토
 
정부주도로 일차의료 살리기가 이어지자, 역으로 병원계에서는 진료를 잘 본 죄밖에 없는데 마치 죄를 지은 입장에 서게 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국회바이오경제포럼(공동대표 박인숙·오제세 의원)에서 토론 패널로 나선 대한병원협회 이성순 의무이사(일산백병원장)는 "전체 진료비 중 병원급 이상의 점유율이 많아지는 것을 쏠림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다. 점차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으며 중증환자, 복합질환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봐야 한다"면서 "징벌적으로만 가서는 안 되며, 종별 수요 증가에 대한 제대로된 원인 분석붙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협 의무이사는 "물론 수년째 문제가 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검토·개선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 병원계도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의식, 개선방향에 있어서 정부, 개원가와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개원가, 정부 측에서 환자쏠림에 대한 다각적 원인규명을 하지 않은 채 상급종병, 종병 등 대형병원들을 거대 '악의 축'으로 두고 환자가 늘어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 의무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비해 환자 증가율이 조금 더 높다는 이유만으로 국민들과 병원이 잘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본다"면서 "병원들이 어떻게서든 진료를 못 보게 하려는 규제에만 초점이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친절하지도 않고 대기시간도 긴 병원에서 비싸게 돈을 주고 진료를 보려는 이유부터 정부가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의원보다 병원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지 종별가산을 없애고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해서는 문제만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 개선안에는 병원급 이상 외래에서 경증질환을 볼 경우 의원보다 못한 수가를 주도록 '패널티'를 적용하는데, 이는 매우 불합리한 정책방향"이라며 "환자 입장에서 보면 경증일지 중증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종별가산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예를 들어 며칠간 두통이 심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가벼운 두통이 아닌 뇌출혈, 뇌종양, 뇌졸중 전조증상으로 생각하고 큰 병원을 찾을 수 있는데, 추후 결과가 단순 두통으로 나왔다고 해서 삭감해버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즉 적어도 초진, 재진 등에 대해서는 패널티 부여에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더라도 세 번째 진료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개선안에서 상급종병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 변경하는 것은 기능적으로는 동의하나, 환자 입장에서 볼 때는 적절치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의무이사는 "암 환자의 입장에 서서 볼 때 00대병원이 아닌 중증종합병원에 가게 되면 상심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의사 입장에서는 기능적으로 동의되는 부분이지만, 환자의 치료 의지 저하 등을 고려해 명칭 변경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회송 활성화에 대해서도 의원-종병-상급 등의 의뢰·회송시스템부터 제대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하면서, 지역우수병원 지정과 거점병원 마련안의 경우 중소병원이 기준이나 선정기준, 여건 등에서 참여가 어려운 만큼 정책 설계와 보완에 있어 제대로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병원계와 소통창구를 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줄 것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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