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논문 IRB 허위기재로 불거진 연구윤리, 개선방향은?

IRB 대상 영역 확장·의료첨단화 등 변화 필요한 시점‥독립적 심의 가능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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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논문이 IRB 허위기재를 이유로 대한병리학회 논문 게재가 취소된 이후 IRB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의료현장이 신뢰성 확보를 위한 IRB 개선방향 논의에 나섰다.
 
19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IRB 역할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개최된 제4회 국가생명윤리포럼을 개최하고 방향제시에 나섰다.  
 
이날 의료계와 학계는 첨단화 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연구가 증가하면서 연구자 개인의 책임범위를 넘어서는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 이미 예견된 상황에서 IRB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 밖에 없고, 보다 윤리적인 방법으로 신뢰성을 얻어야만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기관생명윤리위원회)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 및 행동연구에서 피실험자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다. 식약처 가이드라인 등을 반영한 표준운영지침에 따라 운영되며 독립적인 위원회로 의료기관, 연구원, 대학 등에 설치된다.
 
의료계는 의학연구 측면에서 IRB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덕수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다른분야와 달리 의학분야 IRB는 연구대상자와 연구자의 정보불균형, 연구대상자는 환자가 대부분이고, 연구 관련 부작용 중 신체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의 특성을 갖는다"면서 "심의해야 할 연구과제가 단순 조사부터 첨단의학까지 다양하며, 다양한 전문 영역을 다루기에는 이용가능한 위원 수가 적다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 연구대상자일 수 있는 국민들은 IRB가 윤리성 여부를 심의하고 가치를 확보하게 해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연구자들은 IRB심의로 인해 연구를 수행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느끼고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업무 외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 부담스럽다고 느끼기도 한다"며 "IRB가 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외부적으로 법령이나 기준이 필요하고 내부적으로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고 제안했다.
 
박혜숙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현행 IRB의 한계를 지적했다. 의학연구를 심의하는 의료기관의 IRB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다 보니 임상시험계획서에 준하는 절차를 따를 수 밖에 없어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다른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혜숙 교수는 "임상시험은 처치에 따른 위험 등의 문제가 중요시되는 설계이지만, 관찰연구에서는 그러한 위험보다는 개인정보 유출 또는 개인식별 가능성 등 다른 측면에서의 문제가 더 중요시될 수 있다"며 "실제 IRB심의에 상정된 연구들 중 상당부분이 비임상시험 의학연구임을 고려할 때 실험연구와 관찰연구는 구별해 심의양식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IRB 평가는 연구윤리와 함께 과학적인 설계가 되었는가가 중요한 부분이다. 과학적인 연구계획이 연구윤리의 한 측면이기 때문인데 너무 강조되어 연구자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경우가 있다"며 "윤리적 측면에 초점을 둔 과학적 설계부분의 평가가 이를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과학적 설계부분의 평가에 대해서는 인식이 다른 것을 현장에서 많이 체감하고 있기에 실험연구와 관찰연구의 평가 표준지침 마련과 IRB위원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마지막 단계인 논문출간 단계에 관여하는 학술지 편집인의 역할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성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의학분야 연구에서는 적어도 IRB와 관련된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편집인이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며 "문제는 규정이 아니라 연구자와 편집인이 연구수행과 논문출간에서 실제로 규정을 잘 준수하는가이다. 윤리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국내 연구계에 IRB나 임상시험 등록은 잘 정착되고 있으나 없다가 생긴 것이기에 불편함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병리학회지 논문 게재 취소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IRB는 연구자와 연구성과를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책임을 기관에 물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라며 "연구자들에게 IRB는 연구의 자율성을 해치거나 간섭하기 위한게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임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IRB 시스템 상 국내에서 독립적인 심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IRB의 기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역할정의를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IRB는 독립적인 위원회로서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하지만 기관에 설치된 이상 한국적인 정서를 고려할 때 우려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 같은 기관내에 공유되는 정서 등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태길 과장은 "정부가 특정 질환마다 IRB 규정을 마련하느니 IRB를 강화시켜 자율적이고 탄력있게 운영하자는 의견도 있고 IRB 권한 강화에 따른 페널티, IRB간 격차에 따른 신뢰도 문제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며 "정부는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 현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좋은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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