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HIV 예방 대책에 없는 것?‥진단 즉시 치료하는 'RapIT'

한국 에이즈 퇴치 예방 전략에는 신속 치료 개념 부족‥보건당국의 적극 관리감독 필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RapIT 프로그램 도입 결과, 최초로 신규 감염인 200명 이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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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23년까지 에이즈 퇴치를 목표(감염인지 90%, 치료율 90%, 치료효과 90%)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추진 전략 중 하나로 'HIV 조기발견 및 조기진단 체계 강화'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HIV 노출 후 검사 권고 시기 단축 ▲보건소 HIV 간이검사 체계 개선 및 지원 ▲에이즈예방센터 종합서비스 지속 및 시설 확충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신규 HIV 감염인의 연령이 낮아지고, 외국인 HIV 감염인이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 HIV/AIDS 역학 특성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예방, 조기진단, 치료지원 등을 강화해 에이즈 퇴치 가속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그러나 아쉽다.
 
우리나라의 HIV 신규 감염이 매년 1,000명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신속 치료'라는 개념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신속 치료(Rapid Initiation of Treatment, RapIT)`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보건복지부(DHHS) 등 주요 글로벌 HIV 가이드라인은 진단 결과 및 임상 평가에 따라 HIV 환자에게 빠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개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출시된 덕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치료제 `빅타비(빅테그라비르 50mg, 엠트리시타빈 200mg,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25mg 정)`는 HLA-B 5701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지 않고, 바이러스 수치 또는 CD4 수치에도 제한이 따르지 않아 빠른 치료 개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12월에 미국 보건복지부(DHHS)가 발표한 HIV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에는 급성 및 신규 HIV 감염인의 경우, 유전자 약물 내성 검사(Genotypic drug resistance testing) 결과를 확인하기 전, '빅타비'를 통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권고안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HIV는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며, 타인에 대한 전파 및 전염의 위험도 현저히 낮아진다. 그러므로 HIV 진단 즉시 신속하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가 중요해지고 있다. 의사들이 '신속 치료가 곧 예방'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 생각보다 큰 파급 효과
 
WHO에 따르면, RapIT은 HIV 진단 후 7일 이내에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다. WHO는 HIV 치료를 지연해야만 하는 임상적 사유가 없는 한, 감염인의 의향과 준비 상태에 따라 HIV 진단일 당일에 ART를 개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가지 확실히 해둬야할 것이 있다. RapIT를 통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말이다. 단순히 빠르게 치료하면 환자 건강을 챙기고 전파를 막는다는 설명은 부족하다.
 
다행히 RapIT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이미 해외에서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에이즈 치료센터인 게스키오(GHESKIO)센터 세레나 코닉(Serena P. Koenig, MD) 박사팀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HIV 감염인 7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HIV 감염 환자를 HIV 진단일 당일에 ART를 개시하는 Same-day Group(347명)과 HIV 진단일로부터 21일 후에 ART를 개시하는 Standard Group(356명)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 결과, HIV 진단일 당일에 ART를 개시하는 것은 진단일로부터 21일 후에 ART를 개시하는 것보다 높은 바이러스 억제율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HIV 진단 이후 12개월 시점에서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살펴본 결과, 바이러스 수치 50 copies/ml 이하를 유지한 비율은 진단 당일 ART 개시 그룹 53%, 대조군 44%로 나타났다. 또한 바이러스 수치 1,000 copies/ml 이하를 유지한 비율은 진단 당일 ART 개시 그룹 61%, 대조군 52% 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RapIT 프로그램인 'RAPID(Rapid ART Program Initiative for HIV Diagonoses)'를 도입해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
 
RAPID은 HIV 감염 확진을 받은 사람이 진단 후 5일 이내에 바로 진료를 받고, 첫 번째 병원 방문 진료 시 바로 ART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허브'를 만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3년 RAPID 파일럿 프로그램을 론칭했으며, 2015년 도시 전체에 RAPID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는 2018년 197명의 신규 HIV 감염인이 발생해, 최초로 신규 감염인 수가 2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17년 227명 대비 13% 감소한 결과이며, 2006년 신규 감염인 수 534명 대비 무려 63% 감소한 수치다.
 
본격적인 RAPID 도입 4년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HIV 진단 후 7일 이내에 ART 치료를 시작한 감염인의 비율은 2013년 8%에서 2017년 44%로 크게 증가했다. HIV 진단 후 첫 번째 ART 치료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위값은 2013년에는 50일에서 2017년에는 11일로 단축됐다. HIV 진단 이후 최초로 바이러스 수치가 200 c/mL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위값은 2013년 134일에서 2016년 61일로, 54%나 감소했다.
 

◆ 변하고 있는 국내 HIV 치료 환경, RapIT의 인식 확산
 
국내에서도 HIV 진단 이후 ART 치료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해마다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경북의대 내과학교실 김신우 교수팀이 1,429명의 HIV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2005년에서 2006년 진단 후 ART 시작 시간은 201일에 달했지만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는 37일로 무려 5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2006년 진단 당일 ART를 시작한 비율은 1.7%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당일 치료를 시작한 비율이 6.5%로 이 또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의사들에게서는 RapIT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RapIT이 실질적인 치료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아무리 가이드라인이 확립된다고 한 들, 국가의 개입이 없다면 효과는 크게 나타나기 힘들다.
 
RapIT 프로그램 도입으로 큰 효과를 본 샌프란시스코 역시 2010년 1월부터 SF 종합병원 HIV 클리닉과 SF 보건국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차의료제공자로 하여금 모든 HIV 확진자에게 즉시 ART를 제공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그렇지만 2013년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전제로 하는 RAPID 시스템 도입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RapIT이라는 트렌드가 더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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