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 이정표 `가브스+메트포르민`‥"변화는 이미 시작"

[비하인드 씬] 박수 갈채받았던 VERIFY 임상연구 발표 현장 회상, 막연함을 확신으로 바꿔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 2020년 1월 개정, 조기 병용 치료 전략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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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9년 9월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 55차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19)`에서는 어떤 임상연구의 발표가 끝난 뒤 우렁찬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DPP-4 억제제 `가브스(빌다글립틴)`와 메트포르민을 1차 치료에서부터 함께 사용할 경우, 뚜렷한 이점이 있다는 `VERIFY 임상연구`가 발표된 날이다. 조기 병용요법과 관련해, VERIFY 임상은 최초이자 유일한 연구로 남아있다.
 
노바티스 당뇨병 부문 글로벌 의학부 총괄 페이비 마리아 팔다니우스(Päivi Maria Paldánius) 박사는 그 날을 생생히 기억했다.
 
"어떤 의사는 저에게 찾아와 고맙다고 했어요. VERIFY 임상이 '과학계의 스타'라고 하면서요. 제 2형 당뇨병 치료 전략으로 '조기 병용요법'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VERIFY 연구로 정면돌파한거죠."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은 결국 병용 치료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한가지 약제만으로는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에서는 다양한 당뇨병 치료제 간 병용요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을 받아 '복합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현재 대한당뇨병학회 등 국내외 다수의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는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제 2형 당뇨병 환자들의 첫 치료 약제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이후 작용 기전이 다른 약제를 병합하는 단계적 치료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진들은 막연히 당뇨병 환자에게 조기 병용요법이 하나의 약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가 없었기에 '추측'에만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노바티스는 당뇨병 치료에 조기병용 요법이 얼마나 이득인지 입증하기 위해 VERIFY 임상을 시작했다.
 
"VERIFY 임상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처음부터 병용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기존의 단계적 치료 전략보다 혜택이 있는가'였죠. 그리고 우리는 결국 그것을 입증해냈습니다."
 
메디파나뉴스는 `VERIFY 임상연구`가 발표된 날의 현장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 '막연함'을 '확신'으로 바꾼 `VERIFY 임상`‥조기 병용요법 이끌다
 
 
2019년 9월 18일 수요일. 드디어 VERIFY 임상을 발표하는 날이다. 나는 이 연구가 당뇨병 치료에 큰 변화를 이끌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그 동안 학계, 의료진들은 당뇨병 치료 시 두 가지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단일 약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 생각은 당뇨병 조기치료에서도 병용요법이 가능한지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의사들은 확실한 근거를 원한다. 지끔것 아무도 당뇨병 치료에서 조기부터 병용요법을 시행했을 때 혜택이 크다는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
 
나는 이 단순한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해 VERIFY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확답을 얻었다.
 
학회장 내 발표석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목했다. 사람들은 과연 내가 당뇨병 환자의 조기 병용요법에 대해 얼마나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것인지 날카로운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나는 VERIFY 연구의 총 책임자로서 자신이 있었다. 발표가 시작되자 숨 죽이듯 조용해진 분위기가 나를 더욱 흥분하게 했다.
 
...(중략)
 
발표가 끝나자 간헐적인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이 박수는 학회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2019년 9월, 페이비 마리아 팔다니우스 박사의 기록 中
 


노바티스는 사전 정의된 5년의 추적 기간 동안 가브스와 메트포르민 조기 병용 치료가 표준 요법 대비 유의한 치료 혜택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래서 VERIFY 연구에는 전 세계 34개국 254개의 기관이 참여, 다양한 사회경제학적 특성의 환자들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가브스 조기 병용 치료 전략은 민족, 인종 등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서 기존의 단계적 치료 전략 대비 월등한 치료 이점을 보였다.
 
가브스-메트포르민 조기 병용요법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대비 초기 치료 실패 시점까지의 상대적 위험을 49% 감소시켰고, 조기 병용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실패 후 병용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비해 당화혈색소 수치가 5년 간 지속적으로 낮았다. (6.0%, 6.5% 또는 7.0% 미만 기준에서 모두 가브스 병용 치료군의 환자수가 더 많았음)
 
또 가브스 병용 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들은 `두 번째 치료 실패`를 경험하는 빈도 역시 낮았다. 동일한 병용 치료라도 '조기'에 하는 것이 치료에 훨씬 도움이 됐고, 향후 병용요법을 할 경우 처음부터 병용 치료를 한 환자들만큼 우수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다.
 
해당 연구는 발표와 동시에 란셋(The Lancet)에도 게재됐다. 이 당시 란셋은 VERIFY 연구를 당뇨 치료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주요한 연구 결과라고 언급했다.
 
페이비 마리아 팔다니우스 박사는 앞으로 당뇨병 치료에 생길 변화에 대해 전망했다.
 
"기존의 당뇨 치료는 실패를 거듭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암울한 치료 패턴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VERIFY 연구를 통해 이제는 당뇨 치료가 좀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VERIFY가 쏘아올린 공, 당뇨병 치료의 흐름 완전히 바꾼다
 

VERIFY 연구는 결과도 결과이지만, 의사들이 평소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완벽하게 파악해 더욱 주목을 끌었다.
 
먼저 VERIFY 연구는 다양한 환자들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참여자들의 연령은 적게는 19세부터 많게는 70세까지 다양했고, 여성이 53%를 차지했다. 또 아시아를 비롯해 모든 대륙 및 지역의 피험자들이 등록됐다.
 
치료 기관 역시 당뇨병 전문 센터뿐 아니라 동네 의원, 1차 의료기관 등 실제 당뇨병 환자들의 다양한 사회경제학적 특성을 반영했다.
 
이런 고집때문에 VERIFY 임상은 실제 당뇨병 환자들을 대변하는,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연구라고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VERIFY 연구에서는 `치료 효과의 지속성`이 중요한 평가 척도로 설정됐다.
 
당뇨를 관리하는 목표는 혈당 감소도, 심혈관계 질환 예방도 아니다. 바로 다양한 질환과 합병증으로 인해 환자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 트렌드는 환자들이 일반인들 못지 않게 양질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변해갔다. 
 
혈당이 잘 조절되는 기간이 길게 유지되면, 그러니까 환자들이 전 당뇨 상태 혹은 정상 혈당에 유사한 수준까지 혈당이 낮아지면 당연히 여러 합병증 발생이 줄 수 밖에 없다. 이는 혈당 조절이라는 생리학적 반응 외에도 질환의 스트레스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VERIFY 연구는 가브스와 메트포르민의 병용이 치료 효과를 길게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환자들의 치료 실패 시간까지 연장 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2차 치료 실패율`이 유효성 평가변수로 사용된 것.
 
이 부분을 놓고 학계는 '훌륭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동일한 병용 치료라도 조기에 하는 것이 치료에 훨씬 도움이 됐고, 나중에 병용요법을 진행한 환자들보다 조기 병용요법의 환자들의 결과가 더 좋았다.
 
즉 `늦어도 가기만 하면 된다(Better late than never)`는 말은 이제 당뇨병 치료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이밖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VERIFY 연구 결과가 향후 보건 의료 비용 절감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2차 치료 실패율이 VERIFY 연구에서 가장 스마트한 유효성 평가변수라고 생각합니다. VERIFY 연구 결과를 통해 당뇨병 치료는 빠르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낫다는 근거를 확보했습니다. 치료 초기부터 가브스 병용요법을 처방하는 '전략적 선택'이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VERIFY 연구의 긍정적인 결과들은 미국∙유럽당뇨병학회의 공동 합의 의사결정 지침,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는 등 제 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가장 최근 미국당뇨병학회는 가브스 조기 병용요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해 2020년 1월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며, 환자와의 상의를 통해 조기 병용 치료 전략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가이드라인에서 조기 병용 요법이 권고된 환자들은 HbA1c 수치가 상당히 높은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VERIFY 연구를 통해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던 환자들에게도 하나의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HbA1c가 높지 않은, 새롭게 당뇨를 진단 받은 환자들도 조기 병용요법이 적합하다는 근거 말이죠."
 
게다가 발표 이후 2019년 11월, 페이비 마리아 팔다니우스 박사는 직접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뇨병 분야 석학 9명과 VERIFY 연구 결과 분석 및 의미에 대해 논의했다.
 
이 때 만난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윤건호 교수는 "VERIFY 연구는 단순히 조기 병용요법의 효과가 지속됐다는 것을 넘어 당뇨병 초기에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면 당뇨병 진행 속도 자체를 늦출 수 있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당뇨병 환자들은 조기에 진단이 많이 되고 있다. 해당 환자들이 최소 3~40년 간 장기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고려하면 초기부터 좋은, 높은 효과를 보이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DPP4-억제제`와 `메트포르민`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VERIFY 연구는 하나의 `정답`이다.
 
"VERIFY 연구는 '사고의 전환'입니다. DPP-4 억제제의 제2의 탄생을 알린 VERIFY 연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올해 5월 발표될 VERIFY 연구 한국인 대상 하위 분석 결과 등이 남았거든요. 향후 이뤄질 후속 연구와 추가 데이터 분석으로 또 어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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