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진료거부 8개 사유, 법에 명시?‥환자들 "병원 횡포 우려"

의료기관 시설, 인력 등 부족으로 환자 받을 수 없는 경우
예약된 진료일정으로 새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계속 입원치료가 불필요해 퇴원지시를 내리는 경우 등
환자단체 "병원이나 의사의 이익에 따라 환자 불이익 받을 소지 커"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안전한 진료 환경 마련을 위해 의료인의 진료거부 사유를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에 환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자에 의해 의료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사례 등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지만, 일부 진료거부 사유가 의료기관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3월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의료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故임세원 교수가 진료 도중 환자에 의해 피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법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가 현재 복지부의 유권해석으로 운영되어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에 다소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김명연 의원은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진료 거부 항목을 법률에 직접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진료거부 사유를 포함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해당 사유는 ▲의료인이 질환 등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 ▲의료기관의 인력·시설·장비 등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예약된 진료일정으로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난이도가 높은 진료행위에 필요한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이미 시행한 투약, 시술, 수술 등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따르지 않거나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위력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의학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계속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1차 의료기관·요양시설 등을 이용하도록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등 8가지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27일 그 취지의 타당성을 인정받아 제3차 법안심사소위까지 올라갔으나, 당시 구체적인 진료거부 사례가 일반화되어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현행법의 취지가 저해될 수 있고, 해석상의 경직성을 야기하여 탄력적 적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복지부 역시 그동안 유권해석에 의해 허용되었던 내용을 입법화하는 데 대해서는 찬성을 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재량의 영역을 축소시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데 동의하여 수정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계류 상태에 있는 법이 2월 임시국회를 통해 다시금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자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이하 암환자협의회)는 해당 의료법안이 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의료기관의 일방적인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암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 입원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해, 통원으로 또는 병원 주변 원룸이나 모텔 등을 전전하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또 상급종합병원들은 표준치료가 끝나면 암 환자들을 퇴원시키기 때문에 그 이후의 치료 과정은 암 환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 암 환자들이 원하더라도 상급병원 간의 전원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진료거부 사유가 법적으로 명시될 경우, 환자들이 고가의 치료 제안을 거부하거나, 의사의 과잉진료행위 등에 항의할 경우 해당 법안이 병원들이 환자들을 거부하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주 암환자협의회 대표는 "지금도 의료현장에서는 다양한 진료거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법에 명시적으로 진료 거부권을 인정한다면, 병원들은 환자의 진료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할 경우 의료법에 열거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진료거부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의료기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병원의 일방적인 횡포로 결말이 날 것은 자명하다"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환자의 치료와 진료권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제한되거나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환자의 폭력이 문제가 된다면 거기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의사들에게 포괄적 진료 자체를 거부할 명분을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의료 폭력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 생각된다"며, "환자의 치료권을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우리 암 환자들은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속보

이 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안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운동기간(2020.04.02-2020.04.14)동안 게시물등록시 [실명의견쓰기]로 인해 로그인 후 등록하셔야 합니다.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댓글은 선관위의 요청 또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문 대통령 "코로나19 의료진 희생, 애석하고 비통한 마음"
  2. 2 효과있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주 더"
  3. 3 국내 1만 명 돌파한 국내 코로나19‥"중환자 급증 대비해야"
  4. 4 보령제약·한독, 국민연금공단 ‘5% 지분투자’ 나란히 진입
  5. 5 코로나19 영향 불구 '생동시험 러시' 1분기에도 지속
  6. 6 `듀피젠트`, 첫 소아 생물학제제 될까?‥아토피 평균 80% 개선
  7. 7 해외입국자 검사 워킹 스루 도입…실효성 논란 '시끌'
  8. 8 코로나19로 국내 첫 의료인 사망…醫 "4일 1분간 묵념"제안
  9. 9 진료 중 코로나19 감염 의사 "직접사망 원인 코로나19"
  10. 10 "오보이길 바랬는데" 코로나19 확진 의사 사망, 의료계 '충격'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