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원·IMS헬스에 무죄 판결내린 재판부 '고의성'에 주목

민감정보 수집·제공 혐의에 의도 여부 판단…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전 행위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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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간 이어져왔던 약학정보원, 한국IMS헬스 등 형사재판의 핵심 사안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있어 재판부가 주목한 키워드는 '고의성'이었다.
 
환자 주민번호 등 민감정보를 수집·저장·보유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약학정보원과 민감정보를 제공받은 한국IMS헬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제22부 형사부는 지난 14일 약학정보원, 한국IMS헬스 등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형사재판 1심 선고에서 개인정보 유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최대 5년까지 징역형이 내려진 검찰 구형이 뒤집힌 결과다. 검찰측이 공소사실로 밝힌 환자 조제정보 불법 수집·제공 혐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환자 민감정보 유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을까.
 
메디파나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약국의 처방전 정보 등을 수집하는 과정에서의 고의성 여부를 가장 주목했다.
 
재판부도 약학정보원과 한국IMS헬스 사이의 데이터공급계약 체결로 인해 청구프로그램 PM2000을 통해 수집된 환자 민감정보에 대한 사실은 인정했다.
 
또 조제정보 중 환자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암호화가 이뤄져 약학정보원 중앙서버에 저장됐고 한국IMS헬스가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조제정보를 제공받은 사실도 인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환자 조제정보 불법 제공으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범행에 대한 고의가 있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봤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는 암호화 등 적절한 비식별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식별화 조치 또는 암호화 조치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재식별 가능성 또는 복호화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존재한다면 여전히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것과 행위자가 그 정보를 식별가능한 개인정보로 인식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개인정보가 비식별화 조치 또는 암호화 조치가 된 경우 고의가 있었다고 보려면 개인정보를 식별화 또는 복화해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정보를 식별가능한 형태의 정보로 치환해 처리하는 것을 용인하는 의사까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약학정보원이 데이터공급계약에 정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면서 굳이 암호화된 상태의 주민등록번호를 실제 주민등록번호로 복호화할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시작된 시점이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2011년 9월 30일 이전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PM2000 내 자동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조제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 시점이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전"이라며 "당시 피고인 약학정보원은 암호화된 형태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실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약학정보원과 한국IMS헬스가 애초부터 실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려고 했다면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가면서까지 암호화된 형태의 주민등록번호를 전송받아 다시 복호화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암호화 해 수집한 것은 식별가능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의사를 가진 자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김대업 전 약학정보원장(대한약사회장)에 대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암호화 규칙을 알고 있었더라도 암호화에 대한 진행상황만을 보고받았을 뿐 실제 복호화할 수 있다는 점까지 인식했다고 볼 만한 정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덕숙 전 약학정보원장에 대해서도 약국으로부터 수집된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가 실제 주민등록번호로 치환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한국IMS 허경화 전 대표 등이 환자 진료정보를 환자 동의 없이 미국IMS헬스 본사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불법 처리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본사인 미국IMS헬스에 민감정보인 환자 진료정보를 위탁했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 본사에 데이터를 보내 통계작성 업무를 위탁한 것은 약학정보원과 한국IMS헬스 사이에 체결된 데이터공급계약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심 재판에서 개인정보호법 등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21일 검찰 측에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재판은 항소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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