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통질서문란 약제 약가인하처분 판결의 문제점

최미연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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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유통질서문란 약제에 대한 약가인하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유사한 취지로 여러 건 선고되었는데, 이 판결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여부와 향후 상소심에서의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여부에 대해 제약업계의 관심이 높다.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 내용 중 특이한 부분은 유통질서문란 약제에 대한 약가인하처분의 법적 성격을 '합리적 조정처분'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부분이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이러한 약가인하처분의 법적 성격에 대해 합리적인 약가의 조정이면서 동시에 제재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지만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던 반면, 이번 판결에서는 합리적 조정처분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 내용 중 리베이트 제공 이후 품목허가를 받은 약제까지 약가인하처분에 포함시킨 경우나 비급여 약제의 처방을 위해 리베이트가 제공된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판단은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약가인하처분이 합리적 조정처분이라고 본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이하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번 판결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이 하위법령에 제재처분 규정을 둘 것을 위임하지 않았는데 이를 제재처분으로 해석하게 되면 그러한 처분의 법률상 근거가 없게 되어 위법해지기 때문에 약가인하처분은 제재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법원이 본래 처분이 법령에 합치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법령을 처분에 합치되도록 해석함으로써, 처분근거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 하의 약가인하처분은 다른 약가 직권조정사유에 따른 약가인하와 달리 '제재처분'으로 보아야 한다.
 
제재처분인지 여부는 단지 처분의 근거규정이 어떤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실제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야 하므로,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이라는 위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관련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해 제약사의 재산권 등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는 약가인하처분은 제재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동제 시행 당시 유통질서문란 약제에 대한 약가인하처분의 근거가 국민건강보험법이 아니라, 다른 약가 직권조정사유와 함께 보건복지부령과 고시에 규정된 것은 단지 신속하고 수월하게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연동제 이후의 제도인 리베이트 투아웃제부터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직접 급여정지처분의 근거가 규정되었는데, 이런 점에 비추어 연동제에 따른 약가인하처분이 법률유보원칙 등에 위반한다는, 즉 법률에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분청이나 입법자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고시에서 유통질서문란으로 약가인하처분을 받고 2년 내 다시 동일한 위법행위를 한 경우 최대 40%까지 약가를 인하한다는 가중처분 규정을 둔 것만 보더라도, 약가인하처분을 단순히 합리적 조정처분이 아니라 제재처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다른 약가 직권조정사유의 내용을 살펴보면 유통질서문란 약제에 대한 약가인하처럼 위법행위 발생을 전제로 하는 약가인하처분은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다른 약가 직권조정사유에 따른 인하처분은 합리적 조정처분이고 유통질서문란약제에 대한 약가인하처분은 제재처분으로서 양자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에서는 약가인하처분의 근거규정이 타 직권조정사유와 함께 규정되었다는 형식적 측면에 치우쳐 약가인하처분의 성격을 합리적 조정으로 보았으니 잘못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 하의 약가인하처분은 제재처분임을 전제로 처분의 근거규정인 보건복지부령과 고시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헌법상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따라,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제재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하며 설령 법률에서 구체적 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한다고 하더라도 하위법령에 규정될 범위와 한계의 대강을 정하여 위임하여야 한다.
 
그런데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가 시행될 당시 구 국민건강보험법을 보면, '약제의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 등의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에 정하도록 위임한 내용만 있을 뿐이다. 결국 이는 다른 약가 직권조정사유의 근거는 될 수는 있어도, 제재처분인 유통질서문란 약제에 대한 약가인하처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약가인하처분을 제재처분으로 보고 그 근거규정에 대해 법률유보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위법·무효라고 판단했어야 함에도, 잘못된 논리에 의해 합리적 조정처분이라고 판단한 부분에 매우 아쉬움이 크다. 향후 상소심에서 이러한 쟁점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고| 최미연 제약회사 사내변호사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 대학원 행정법 석사과정 
-전)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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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 제약회사 cp팀 2020-02-27 08:31

    유통질서문란 약제 약가인하처분 판결의 문제점 해석에 실무적으로 난해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해하기 쉽게 기사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에 법률 개정과 cp이슈로 실무적으로 법해석이 난해한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약사 cp 2020-02-27 08:3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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