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문자 스팸 처리한 교수‥실상 들여다보니 '업무과중'

법원, 교수 입장 참작해 병원의 해임 처분‥재량권 '일탈‧남용' 인정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응급실 호출 문자를 스팸으로 처리한 대학병원 교수가 소속 대학병원으로부터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진 법정 공방을 통해 해당 병원이 사건 당시 전공의법 시행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을 예상하면서도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해당 교수를 포함한 병원 의료진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반전됐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A대학병원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기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 취소 소송에서 응급실 호출번호 스팸 처리 등의 사유로 교수를 해임하는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해 과도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A대학병원 교원인 B교수는 지난 2005년 3월 1일 B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된 후 혈액종양내과에서 환자진료를 담당하는 임상전임부교수를 거쳐 2015년 4월경부터 2017년 4월까지 혈액종양내과 분과장직을 수행했다.

그러던 중 A대학병원은 B교수가 2017년 3월경부터 혈액종양내과 외래간호사에게 신규환자의 접수를 중단하라고 지시하여 약 한 달 동안 신규환자의 진료를 하지 않았고, 응급실 번호를 스팸 처리하는 방식으로 응급실 호출을 거부했다는 등의 사유로 B교수에 대해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후 B교수는 해당 사유를 모두 부정하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A대학병원의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위원회는 B교수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기는 하나,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은 B교수의 비위행위에 비해 과중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며, A대학병원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A대학병원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A대학병원은 원내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B교수와 C씨 단 2명인데, B교수가 초진환자에 대한 진료를 중단함에 따라 의료인력 공백이 발생했고, 응급실 호출을 스팸으로 처리해 회피한 것은 진료 거부에 해당한다며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B교수는 초진환자 진료 중단은 당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환자에 대한 진료를 충실히 하려는 목적이었고, 응급실 문자 스팸처리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의 정확성을 위해 문자 호출이 아닌 전화보고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먼저 B교수가 2017년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초진환자의 진료를 중단했다는 징계사유에 대해, 실제로 B교수가 간호사에게 초진환자의 접수 자체를 중단하라고 2회에 걸쳐 지시해 B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싶었으나 접수를 하지 못한 환자가 존재했다. 이로 인해 C씨 홀로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B교수에 대한 초진환자의 접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B교수가 의료법 제15조에 따른 진료거부를 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전공의 법 시행 등에 따라 B교수의 업무가 과중했고, 병원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무대응한 상황은 징계양정의 고려사유로 참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응급실 문자호출에 불응했다는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B교수가 문제가 된 2016년 11월 29일 당시 내과 야간당직자로 응급의료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에, 병원의 응급실 호출에 병원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교수는 당시 응급실로부터 8차례 문자호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전화번호를 스팸으로 처리해 문자호출을 받지 않았다.

특히 B교수는 2016년 11월 29일 통화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응급실 문자호출 전화번호를 스팸으로 처리한 후 2017년 7월 27일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스팸 처리를 해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대학병원은 2017년경 전문의들의 야간 당직을 없애는 것으로 응급실 운영시스템을 변경했고, 주간 응급실 내원 환자의 경우 응급실 전문의가 각 분과 전문의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것으로 시스템을 변경했다.

또 응급의학과에서 정말로 필요한 응급환자가 있는 경우 문자호출뿐만 아니라 전화로도 호출을 했는데, B교수가 전화로 보고된 응급환자의 진료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에 스팸 처리로 인해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B교수에 대해 제1, 제2 징계처분 사유 모두를 인정하면서도, 당시 B교수가 처한 상황을 참작할 때 A대학병원의 해임 처분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할 당시, 전공의법이 막 시행됨에 따라 인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A대학병원은 인력충원 등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그간 야간당직을 하지 않았던 전문의들마저 일정 기간 야간당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처럼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B교수는 외래‧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적정성 담보를 위해 초진환자 접수중단, 문자호출 스팸 처리라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B교수가 업무과중을 이유로 전공의 또는 진료보조간호사의 충원을 요청했으나 병원 측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B교수가 초진환자 접수중단을 지시하기는 했지만 최소한 자신에게 접수된 초진환자는 모두 진료했고, 응급실 문자호출을 스팸 처리한 것은 사실이나 전화로 보고한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모두 진료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B교수의 '근무상태 불량'을 비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A대학병원의 해임 처분은 재량권의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이를 취소한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기사속보

이 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2020년도 상반기 간호조무사 국시 결과‥17,897명 합격
  2. 2 코로나19 입원 후 격리해제까지 평균 20일…확진자 90% ‘경증’
  3. 3 중대본 “호흡기전담클리닉, 올해 내 기초단체별 2개 설치 추진”
  4. 4 제약바이오기업 무상증자 관심…알테오젠 등 7월 벌써 3곳
  5. 5 대형병원 중심 '언택트·스마트' 다변화 양상…"감염병 대응 효과"
  6. 6 21대 복지위, 20대와 비교해보니‥'약사·민주당·초선' 강세
  7. 7 리도멕스 전문약 전환에 '동일성분·함량' 통일조정
  8. 8 공적마스크 작별 앞둔 약사들 '시원섭섭·허탈' 복잡한 심정
  9. 9 한미 '빌다글' 허가 취하…조기 출시 전략 수정
  10. 10 건보재정 1192억, 코로나19 진료·진단 투입…병·의원엔 ‘20조’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