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중단 결정 증가세‥존엄한 죽음 '과정'은 상관없다?

9만 8천명 연명의료 중단 결정‥호스피스·완화의료 병사은 단 44개 병상만 증가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및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환자들 설명 및 교육 부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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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환자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과정'은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등 성과에 치중하면서, 환자 본인이 원하는 임종을 돕기 위한 설명,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등은 뒷전이라는 목소리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초기 제기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연착륙하며 시행 2주년을 맞았다.

법 시행 이후 지난 2년 동안 9만 8천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통해 죽음을 맞이했고,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4만 2천명, 사전연명의료향서 등록자는 61만명을 넘었다.

이처럼 매년 증가하는 연명의료 결정 중단 이행 건수 속에 현재까지도 '안락사'를 위한 법이 아니냐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의료인들의 노력이 미흡하고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함께 마련된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주최로 열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주년 행사에서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의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의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본래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따라서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의 담당 의사로부터 몇 번의 진료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태와 예후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받을 권리가 있다.

더불어 환자와 가족 그리고 담당 의사 등이 함께하는 의사결정의 과정을 통해 연명의료중단결정을 포함하는 사전 돌봄계획 수립의 일환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호스피스전문기관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현장 의료진들의 목소리다.

실제로 김 교수는 암환자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들 중에는 환자에 대한 말기진단의 과정을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으로 환자를 전원하기 위한 '불편한' 절차로 이해하여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대형병원에서 말기 진단과 더불어 호스피스 전문기관 이용을 권유받고 오는 환자의 대부분은 여전히 병식이 부족한 상태가 많다. 또한, 그 전환 혹은 분리의 과정이 단 몇 분의 설명으로 갈음되다 보니 '호스피스기관 = 임종의 장소'라는 선입견과 거부의 감정 속에서 몇주 혹은 몇 개월의 시간을 전전긍긍하다 임종 직전에야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설명과 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 역시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중인 요양병원 호스피스를 제외할 경우 2018년 84개, 1,358병상의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은 2020년 현재 87개 1,402병상으로 법 시행 후 그동안 3개 기관 44병상이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기관 역시 같은 기간 33개소에서 38개소로 5개 기관의 참여가 늘었을 뿐이다.

이러한 더딘 인프라 확대의 결과로 2017년 20%였던 호스피스사업 대상 질환 사망자 대비 호스피스 이용률이 2018년 20.9%로 채 1%도 증가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임종 장소는 가정이다. 하지만 전국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공 기관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찾는데,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은 시행 초와 비교해 44병상 밖에 늘지 않아 항상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할머니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 사회에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담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일방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결정서 작성의 성과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의 사회적 공감대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노력을 중요한 성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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