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에 든 임성기 회장 '한국형 R&D' 초석 다지고 떠나다

적자 감수하며 연구개발 지원…연이은 '최초'·'최대' 기록 달성
2015년 잇따른 성과로 주목…시련에도 끊임없는 도전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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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지난 2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1973년 한미약품을 설립한지 47년만에 그동안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과제를 후대에 남겨두고 향년 80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이 된 임성기 회장은 그동안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올리며 국내 제약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1989년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5년에는 연거푸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이를 계기로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신약개발에 대한 故 임성기 회장의 철학과 의지가 있었기에 한미약품의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
 
 
♦︎30대에 한미약품 설립…'자체 개발' 신념으로 성장 초석 다져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故 임성기 회장은 1967년 서울 종로5가에 '임성기약국'을 개업하며 약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고인은 약국을 운영하던 당시 남들이 꺼리는 성병 환자를 적극 치료하면서 이름을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전 직후였던 만큼 성병환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거리낌없이 치료하며 유명세를 얻었던 것이다.
 
이후 故 임성기 회장은 약국을 통해 쌓은 기반을 바탕으로 1973년 동료 약사들과 함께 한미약품을 창업한다.
 
스스로가 약국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던 임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약사들이 선호하는 제약사로 자리 잡았다. 약국 특화 제품과 마케팅 등을 통해 뛰어난 영업력을 보였던 것이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임 회장은 자체 개발 제품에 대한 신념을 가졌다. 직접 개발한 약물을 판매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임 회장은 회사의 수익을 R&D에 재투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오늘날 한미약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
 
이 같은 행보는 창업 16년 만인 1989년 첫 성과로 나타났다. 다국적 기업인 로슈에 세프트리악손의 제조기술을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던 것으로, 수출 규모는 600만 달러로 크지 않았지만 국내 제약기업 사상 최초의 라이선스 아웃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미약품은 1997년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기술을 6300만 달러에 수출해 당시 제약사상 최대 규모 수출이라는 성과까지 달성하게 된다. 첫 기술수출 이후 8년만에 수출 규모를 10배 이상 키우며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제약사에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술수출이 아닌 한미약품의 제품을 글로벌 제약사가 도입해 판매한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2009년 고혈압 복합제인 '아모잘탄'을 MSD가 '코자XQ'라는 이름으로 도입해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던 것.
 
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사노피-아벤티스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로벨리토'를 공동 개발 및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이은 기술수출 쾌거로 제약산업 위상 높여
 
 ▲2016년 개최한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발언하는 故 임성기 회장.
한미약품의 꾸준한 R&D 투자는 2015년 연이은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어내며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15년 한미약품은 3월 스펙트럼과 다중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일라이릴리와 6억9000만 달러에 달하는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에 성공했다.
 
이어 7월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고, 11월 사노피-아벤티스와 퀀텀 프로젝트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며 정점을 찍었다. 올무티닙의 수출 계약 규모는 7억3000만 달러였고, 퀀텀프로젝트는 39억 유로 규모로, 국내 제약사상 최대규모 계약을 HM71224 이후 연거푸 경신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사노피와 계약 이후 4일만에 얀센과 랩스커버리 적용 당뇨·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하는 8억1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또 다시 일궈냈다.
 
임 회장은 이듬해 열린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한미는 지난해 기술수출 계약을 하기까지 5~6년간 적자를 내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사실 비정상적인 경영이 아니냐"면서 "그럼에도 신약개발이라는 일념 아래 묵묵히 R&D에 집중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R&D 전략이 필요했다"면서 "연 1조 이상을 투자하는 다국적 기업을 흉내냈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고 전하기도 했다.
 
 ▲2018년 시무식 당시 임성기 회장.
다른 한편으로 한미약품의 이 같은 성과는 이전까지 국내 제약산업에 대해 가졌던 인식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당시 대부분의 제약사는 제네릭 중심의 수익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주력했고,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잇따라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거두자 국내 제약기업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약개발에 대해 보였던 故 임성기 회장의 신념이 한미약품은 물론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임 회장은 2015년 이후 성사시킨 기술수출 계약 6건 중 5건이 해지되는 시련 속에서도 R&D에 대한 의지를 이어갔다.
 
실제로 임 회장은 올무티닙 개발을 중단하게 됐을 때에도 "신약개발에는 어려움도 있고 위험성도 있지만, 나를 믿고 R&D에 더 매진해달라"며 임직원을 독려했던 것.
 
故 임성기 회장은 지난 2018년 시무식에서 "한미의 창조와 혁신, 도전은 대한민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혁신은 한미의 핵심 DNA"라면서 "혁신 없이는 창조와 도전은 물론 생존과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나에겐 앞으로 흥분될만한 꿈들이 넘치고 있다"면서 "창립 5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한미는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임 회장은 이 같은 꿈을 남긴 채 영면에 들어갔고, 한미약품의 남은 구성원들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발걸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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