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 2021년 신년 CEO 인터뷰] ①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

"`렉라자`의 신약 허가,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공적 임상 진행 등 유한양행이 확고한 가이드라인이 이제 마련돼 글로벌 혁신신약개발을 본격화 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립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26년에는 유한양행이 글로벌 기업의 말석이라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6년간 `연구개발(R&D) 중심 기업 유한양행`을 주창해온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유한양행 연구개발 현황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바람이다.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이 6년 전 CEO에 올라 R&D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을 때 주변에서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회의적 시각과 맞닥뜨려야 했다. 전임 김윤섭 사장에 의해 `1등 유한`이 주창되며 리딩 기업으로의 발돋움에는 성공했지만, 연구개발 부분에서는 외형에 비해 투자금액 미비에 이렇다 할 신약 파이프라인도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6년여가 지난 현재의 유한양행은 그 때의 유한양행과는 많이 다르다. 외형 뿐 아니라 기업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인 R&D부문에서도 일등 유한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신약허가는 저에게 꿈만 같았습니다. 지난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개발 단계의 신약파이프라인을 가져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글로벌 기업에 대한 대형 기술 수출, 그리고 마침내 국내 31호 신약허가 탄생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은 우리의 역량을 선진 다국적 제약기업과의 대등한 위치에서의 협상이 가능할 정도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렉라자`는 폐암치료제 1차 치료제로 글로벌 3상 시험이 진행 중이고, 글로벌 기업 얀센의 항암항체 치료제 `JNJ-372`와 병용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이정희 사장은 "약가를 빨리 받아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 보호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으면 좋겠다"면서 "빠른 시일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계획이고, 그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업을 추구한 `유일한(유한양행 창업주) 정신`과도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렉라자` 뿐 아니다. 이정희 사장의 6년 재임기간 동안 유한양행은 신약개발의 대표주자 한미약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양대 산맥으로 자리를 굳혔다. 2018년 7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YH14618`을 미국 스파인 바이오파마에 2,400억 원대 기술수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5건에 걸쳐 4조 700억 원대의 기술수출 실적을 올렸다.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테크에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을 1조 4,500억 원대에, 2019년 1월 길리어드에 비알콜성지방간염 신약후보물질을 8,800억 원대에 기술수출한 데 이어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에 대한 최초의 GLP1R/FGF21R 이중작용제(dual agonist) 신약에 대해 1조 원대 기술수출을, 지난해 8월 미국 프로세사 파머수티컬사와 5,000억 원대 기술이전 계약 체결 등이 그것이다.

유한양행은 이들 포함 현재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30개(합성신약 14개, 바이오신약 16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23개(복합신약 17개, 개량제제 6개) 등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지속적 R&D 투자 확대 및 유망 벤처기업의 우수 신약후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결실의 바탕이 됐다. R&D 투자의 경우 2017년 980억(매출대비 6.8%)에서 지난해 2,000억 이상(매출대비 14%)까지 확대됐다. 바이오벤처 투자의 경우 6년간(2015년~2020년) 총 34개사에 걸쳐 3,957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 6년간 참 할 일이 많았는데 세월이 빠릅니다. 저는 20대에 유한양행에 입사해 이제 70대 초반 나이로 퇴직합니다. 그동안 유한 밖에 몰랐고, 앞으로도 유한은 저에게 큰 의미로 남을 것입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유한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영원한 유한맨` 이정희 사장의 퇴임의 변이다.

그는 올해 3월 주총을 끝으로 6년간의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다. 유한양행은 CEO 임기의 경우 3년 연임, 총 6년을 관례화 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후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조욱제 부사장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꼭 한가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의 꿈을 계속해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한 가족들이 2015년부터 조금씩 혁신신약 개발의 꿈을 꾸기 시작,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꿈을 이어가길 당부드립니다. 우리 회사는 물론, 우리나라, 국민, 세계인에 도움을 주는 길이며, 그것이 또한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기업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