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K 유전자' 확인만으로 '기회' 얻어
'암종 불문 항암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열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희귀암 환자,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편‥'로즐리트렉', 새 기회 제공
'유전적'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 포문 열려‥신약 급여 요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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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최종권 교수.jpg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A 씨의 나이 39세. 2019년 9월, 고등급 다형성 육종(high-grade pleomorphic sarcoma)으로 진단받을 당시 암은 폐까지 전이가 돼 있었다.
 
A 씨는 할 수 있는 치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임했다. 에포토사이드와 이포스파마이드로 1차 치료 이후, 2020년 7월 파조파닙으로 2차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암은 다리까지 전이됐다. A 씨는 종아리에서 발목 쪽 원발 부위가 9cm까지 부어 걸을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됐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A 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건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최종권 교수<사진>를 찾아갔다.
 
최 교수는 재빨리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 A 씨에게서 NTRK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때마침 NTRK 유전자 변이를 정확히 타깃하는 로슈의 '로즐리트렉(엔트렉티닙)'이 출시돼 있었기에, 최 교수는 A 씨에게 이 신약을 처방할 수 있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9cm까지 부어 있었던 다리 부위가 로즐리트렉 투약 후 2개월만에 4cm, 절반 이상 줄어든 것. 아예 보이지 않던 뼈도 보이기 시작했다.
 
"환자가 처음에는 걷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걸어 다닙니다. 기적 같은 일이죠. 종양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것을 보고 의사의 입장에서 매우 뿌듯했습니다."
 
A 씨는 지금도 로즐리트렉을 투약 중이다. 그는 최종 목표인 '완치'까지 가능하도록 치료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바이오마커.jpg


◆ 'NTRK 유전자'만 있다면 어떤 암이든 치료 가능
 
 
이제는 암종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특정 유전자만 있다면 모든 암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존 항암제는 대장암, 췌장암, 간암 등 암이 발생하는 부위별로 분류됐다. 그런데 암종 불문(tumor-agnostic) 치료제는 종양이 발생한 신체적 위치가 아닌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암종 불문 항암제는 특정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암종에 상관없이 쓸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마커를 표적하는 표적 치료제의 특징과 다양한 암종에서 사용되는 면역 항암제의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치료제의 개발은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발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밀의료는 개별 환자의 유전체 특성화(genomic profiling)를 토대로 치료 효과를 향상시킨다.
 
특히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와 같은 분자진단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 번에 수백 개의 바이오마커 검출이 가능해졌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검사를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치료하는 맞춤 치료 시대가 열린 것이다.
 
'로즐리트렉'은 NTRK(neurotrophic tyrosine receptor kinase)를 바이오마커로 접근했다. NTRK 유전자 융합 단백질의 활성화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선택적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다.
 
로즐리트렉은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고형암 및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하는 경구용 항암제다.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신경영양 티로신 수용체 키나제(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성인 및 만 12세 이상 소아의 고형암 치료에 허가 받았다.
 
NTRK 융합 양성은 NGS를 포함, RT-PCR, FISH 등의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NTRK 단백질은 세포의 성장, 분화 및 생존 등에 관여한다. NTRK A/B/C 단백질은 NTRK 1/2/3 유전자로 암호화되는데, 여기에 융합(fusion)과 같은 변이가 일어나면 비정상적인 신호전달을 야기하고,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암세포로 변환, 증식 등이 일어난다.
 
NTRK 유전자 융합은 25종 이상의 다양한 암종에서 발견된다. 암종에 따라 발현율은 각각 다른데, 모든 고형암종을 기준으로는 1% 내외에서 확인되며, 침샘암의 일종인 침샘 유사분비 암종(MASC), 분비성유방암(Secretory Breast Cancer) 환자의 경우 대부분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종권 교수가 로즐리트렉을 A 씨에게 처방하게 된 것은 하나의 '기회'였다.
 
A 환자는 이미 기존 치료를 다 받고도 손 쓸 수 없을 만큼 종양이 커진 상태였다. 이미 타 병원에서 치료 불가 판정을 받았기에 환자의 상실감도 컸다.
 
"기존 화학 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이지만 그 독성 때문에 정상 세포도 함께 죽어요. 그러다 보니 지속적인 투약이 불가하고 2~3일 투약 후 3~4주 휴지기를 가질 수밖에 없죠. 또 종양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다가 확 커지는 등 반응도 다양했어요."
 
그런데 로즐리트렉은 환자가 보유한 NTRK 변이 유전자만 타깃해 결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 영향이 없다. 또 휴지기 없이 계속 투약이 가능하다.
 
최 교수는 A 환자에게서 NTRK 변이가 확인된만큼 신약 치료를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A 씨도 신약이라는 거부감은 없었다.
 
"환자에게 기존에 받아온 치료법과 현 상태를 자세히 설명했고, 로즐리트렉이라는 약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이후 환자가 직접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를 해 와서 치료를 받겠다고 했죠."
 
A 씨는 로즐리트렉 투약 후 본인이 변화를 체감했다. 종양이 너무 커 걸을 수조차 없었던 그가, 단 2개월만에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 병원에서는 아예 암이 발생한 다리 부위를 절단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지금은 조금만 더 크기를 줄이면 종양 제거 수술까지 가능할 것이란 설명도 들었다.
 
게다가 A 씨는 로즐리트렉을 투약하면서 특별한 이상 반응이 없었다.
 
표적 치료제는 일반 항암제보다 독성이 훨씬 적지만, 설사, 혈소판/적혈구 수치 저하, 입 안이 허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로즐리트렉은 이상 반응이 적어 비교적 환자의 '삶의 질'을 챙길 수 있게 했다.
 
"A 씨는 현재도 계속 로즐리트렉을 투약 중이에요. 단기적 목표는 수술이 가능한 정도까지 종양 크기를 줄이는 겁니다. 종양을 제거하고 나면 빈 부위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종양 크기가 너무 크면 수술이 불가하거든요. 수술 후에는 남아 있는 종양 치료를 위해 다시 로즐리트렉 치료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최종 목표는 완치로 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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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여' = 치료 기회', 희귀암에 대한 관심을
 
 
'로즐리트렉'은 NTRK 유전자 융합 양성이 확인된 육종,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등 10여가지 유형의 암종에서 일관성 있는 반응률을 보였다. 또한 로즐리트렉의 반응은 CNS 전이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로즐리트렉은 3개의 글로벌 오픈라벨 단일군(Single-arm) ALKA-372-001(Phase 1) / STARTRK-1(Phase 1) / STARTRK-2(Phase 2) 임상연구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NTRK 융합 양성 종양을 가진 성인 환자 74명 환자 대부분은 이전에 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 치료 경험이 있었으며, (연구자 평가 기준) 기저 시점에서 임상 참여환자의 약 26%가 CNS 전이로 확인됐다.
 
로즐리트렉은 NTRK 융합 양성인 고형암 환자에서 63.5%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나타냈으며, 다양한 암종에서 치료에 대한 반응지속기간(DoR)은 12.9개월이었다.
 
2차 평가지표와 관련해 로즐리트렉은 NTRK 유전자 융합 양성인 고형암 환자에서 약 2년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을 보였으며, 로즐리트렉 복용 환자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1.2개월이었다.
 
이 밖에 로즐리트렉은 뇌 암 및 뇌 전이를 예방하는 뇌 보호(brain protection) 효과를 보였다.
 
로즐리트렉은 CNS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62.5%, CNS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63.8%의 객관적 반응률을 나타내 중추신경계 전이의 유무에 상관없이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CNS 전이가 있는 환자군의 두개 내 반응률(IC ORR)은 50%이었다.
 
이처럼 '암종 불문 항암제'의 개발은 치료 패러다임을 다시 써낼 정도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국내 급여 체계는 '경제성 평가'를 우선으로 삼고 있어 혁신 신약은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
 
특히 NTRK 변이 환자에게는 표준 치료법이 없다. 다시 말해 이들 신약은 '비교 대상군'이 없는 셈이다. 이에 다른 항암제와의 비교로 어느정도 치료 혜택이 있는지 가늠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국내 급여 체계는 '암종'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암종 불문 항암제'는 유방, 간, 전립선 등과 같이 종양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에 근거한 일반적인 치료법과는 다르다.
 
맞춤의료, 정밀의료의 흐름은 이제 피할 수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모든 암종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제의 새로운 급여 체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앞서 FDA, EMA, EUnetHTA 등 선진국 등록/평가 기관은 유병률이 낮아 현실적으로 대규모 임상 시행이 어려운 희귀 유전자 변이 암환자의 현실을 직시했다. 이들 기관은 낮은 치료 접근성을 고려해 단일군(Single-arm), 바스킷 임상(Basket trial)을 암종 불문 치료제 기술 평가의 적합한 근거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로즐리트렉과 같은 신약을 통해 창출될 사회·경제적 가치의 종합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A 씨는 NTRK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면서, 로즐리트렉을 사용할 수 있었다.
 
A 씨는 육종 환자이지만, 로즐리트렉은  NTRK 유전자 융합 양성인 모든 고형암에 사용이 가능한 치료제다.  
 
이는 다시 말해, NTRK 유전자만 확인된다면 기존 치료에 불만족스럽던 결과를 보이던 환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의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급여'다. '암종'을 기준으로 평가되던 국내 급여 체계가, 과연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암종 불문 항암제'를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밀의료의 발전으로 환자 개별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바이오마커 검사법이 발전했습니다. 암종 불문 항암제와 같이 개인 맞춤형 치료제도 개발 및 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 급여를 적용 받지 못하면 경제적인 문제로 현실적인 치료 옵션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죠."

물론 희귀 유전자 변이를 보이는 소수의 환자보다는, 유병률이 높은 호발암 환자의 보장성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NTRK 유전자 융합 양성도 국내 유병률은 약 0.3%로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환자 수가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A 환자처럼 여러 가지 치료를 받고도 더 이상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들도 있다.
 
"국가 차원의 암관리종합계획 정책에 따라 호발암의 보장성은 꾸준히 개선돼 왔습니다. 반면 유전자 변이를 보이는 희귀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A 환자가 로즐리트렉으로 치료를 받고 거의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보인 것처럼, 보다 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 정책에 많은 고민과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의사들은 '암종 불문 항암제'를 환자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른 맞춤치료(PHC) 및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의 산물로 여기고 있다.
 
유전자 변이 하나만으로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은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를 반영한 급여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급여 체계는 암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로즐리트렉은 더 이상 치료 대안이 없는 NTRK 융합 양성 환자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생존율 연장에 효과를 규명한 치료제입니다. 환자들이 치료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고민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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