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즉시 철회 거듭 요구

치매안심병원 부족 이유로 한의사를 필수인력으로 포함하겠다는 정부 발상 "국민건강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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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와 치매 관련 진단 및 치료의 전문가 단체들이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22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인지중재치료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등은 단체로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철회 촉구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논란이 된 개정안은 치매안심병원 필수인력으로 기존의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전문의 외에도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새로 추가하는 것으로 필수인력 중 1인만 있으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치매는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력, 판단력, 실행능력, 전두엽 기능 등이 소실되는 대표적인 뇌(腦) 질환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 치매, 레비소체 치매,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뇌수두증, 대사성 질환, 비타민결핍 등 여러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치매가 진행되면서 환자는 공격성, 망상, 환각, 배회, 수면장애, 거부하기, 울고 소리 지르기 등 증상을 나타내어 주변인과 가족들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치매는 의학적으로 규명되어 있는 여러 원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별하여 환자가 원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의 원인을 정확하게 감별하여 치료하면 증상을 예방, 완화, 또는 호전시킬 수도 있으며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약으로 기억력을 개선시킬 수 있고, 혈관성 치매는 위험인자 관리와 뇌졸중 약물치료를 통해 치매의 발병과 악화를 예방할 수 있으며, 뇌수두증에 의한 치매는 수술적 치료로,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는 항우울증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계 단체들은 "치매에 대한 진료는 적절한 진료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체계적인 수련을 통해 다양한 원인의 치매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험을 가진 의사, 신경질환 및 정신질환에 대한 최신의 현대의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춘 의사들이 바로 치매의 전문가다. 현재 국립중앙치매센터, 전국의 치매안심센터 및 병의원에서는 이런 전문가들이 치매환자를 진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치매안심병원은 치매환자 중에서도 공격성, 환각, 망상 등의 행동심리증상이 심해져 가정에서 도저히 돌볼 수 없는 중증의 치매환자를 단기 입원 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켜 조속히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연히 치매의 전문가인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전문의에 의한 진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의 원인을 현대의학적으로 감별하여 진단하고 치료할 역량이 없고, 치매에 효과가 검증된 현대의학 치료약과 진단검사에 대한 지식과 처방권이 없는 한의사에게 이러한 중증치매환자를 맡기는 것은 마치 즉각적인 처치나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를 한의사에게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치매의 전문가인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등 해당 분야 전문가 단체들과 어떠한 협의나 사전검토 없이 치매안심병원의 필수인력에 한의사를 포함시키는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관련 학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하므로 한의사를 필수인력으로 지정하여 치매안심병원의 숫자를 늘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한 것은 치료에 참여할 전문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안심병원 지정을 위한 시설과 인력 기준 등 진입장벽은 높은 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는 미흡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하다면 왜 부족한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해야지, 엉뚱하게 한의사를 전문인력으로 인정하여 안심병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치매환자가 제대로 된 진료를 받든 말든 그저 정부 입장에서는 ‘안심병원’이라는 형식적인 간판 증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해야 할 정부의 명백한 '역주행'"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우리는 중증치매환자가 의학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뜻을 거듭 밝히며 정부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 이는 개인의 피해를 넘어 국가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 관리에 있어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 존중이라는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치매의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느낄 뿐만 아니라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의 황당한 '역주행'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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