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부'시 되던 원격의료…"막기 어렵다면 제대로 연구해보자"

대형병원 '쏠림'으로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원격의료 시행으로 심화되지 않게 연구해야
격오지, 의료 취약지 원격의료 필요한 측면 있지만 원칙 필요…"원격의료 거버넌스 구축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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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의료계 내 '원격의료' 주제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논의의 대상이 됐다.


사실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 속에 엉망이 된 의료전달체계에 '악영향'이 되지 않도록, 오히려 일차 의료기관의 활로를 찾는 선제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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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前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원격의료 시연 모습


지난 11월 30일 서울특별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가 세 번째 연구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가 개최된 서울시의사회관은 물론 줌을 통해 생중계된 이번 세미나에는 전국 시도의사회장도 대거 참석해 '원격의료' 의제에 대한 의료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가 연구 중인 법적 분쟁, 수가, 의약품 배달 등에 대한 연구발표가 진행된 후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사실상 코로나19로 인해 '불법'임에도 시행중인 '원격의료', 즉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사들조차 '막는 것은 어렵지 않나'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먼저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해외 국가마다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상황과 여건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원격의료와 유사한 형태의 비대면 진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이를 조금 앞당겼을 따름이지, 원격의료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어떻게 하면 일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굉장히 주요 과제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수도권 분원 등으로 의료 시스템 붕괴에 대한 위험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원격의료가 자칫 그런 쪽을 심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원격의료' 논의는 기반을 갖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제기됐으며, 병원계는 일찍부터 원격의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병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의료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원격의료 기반을 마련했고, 해외 의료진 간의 협업을 통해 원격의료를 수행해 왔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언택트, 비대면 의제가 부상하면서, 이미 시스템을 갖춘 대형병원들이 해외 환자, 재택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수행하면서 무작정 '반대'만 하던 일선 의료 현장에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원격의료'를 바라볼 때가 됐다는 의견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회 회장 역시 "정보화 혁명이 된 이후 이제 마지막 아마 남은 게 의료 부분인 것 같다. 결국 정보화 혁명의 본질은 퍼스널(개인화)가 되는 걸 텐데, 쉽게 얘기해서 환자들이 직접 자기 의료정보를 컨트롤하겠다는 니즈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제 의사들은 장비를 이용해 도움을 줄 뿐, 환자들은 모두 집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미래를 예측했다.


그는 "이런 환자들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며, "최근 의사들이 약사, 한의사, 간호사까지 다양한 직역에서 영역 침탈을 많이 당하고 있는데, 원격의료에서 준비를 잘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는 의협에서 원격의료를 죽자 살자 반대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향후 재택의료나 비대면 진료가 대세가 될 수도 있어 긍정적인 방향에서 머리를 맞대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신대복음병원 베트남 하노이의대 원격진료시연 (1).jpg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에는 공감하며 연구 필요성도 강조했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는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원도의사회 김택우 회장은 "의료계는 2014년도부터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이제는 시대적 흐름에서 많은 분이 변화의 목소리를 많이 내시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우려하는 점은 원격의료를 대할 때 결과를 먼저 정해놓고, 그 결과의 방향대로 모든 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해외와 비교해 내에서는 반대 의견이 좀 높았던 이유는 국내만의 의료적 접근성이라든지 안정성 부분 또는 법적인 부분들에 대한 염려 등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손쉽게 병·의원을 찾을 수 있는 나라에서 정말 원격 진료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며 "2014년 당시에도 격오지, 의료 취약지 등에 대해서는 원격의료를 일부 열어주는 것도 맞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런 원칙 없이 1~2분 이내에 있는 지역까지 원격의료로 하겠다고 하면서 반대했던 것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법적인 부분들이 전혀 보완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컸고, 정부가 상업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만 부각해서 환자 건강과 안전을 도외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택우 회장은 "원격의료가 꼭 필요한 부분도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한다. 심장질환이라든지 꼭 필요한 부분은 열어두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개인 의견을 밝혔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해 공부하고, 원칙을 세워 정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격의료를 열어둘 수도 있다면서, 당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정할 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가운데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은 지난 7월 결성한 이후 세 차례의 세미나를 거치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 차례의 세미나 과정을 통해서 원격 의료에 대한 대한민국에서의 현황을 저희가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는 조금 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가보려 한다. 네 번째 세미나는 토론을 하는 자리로 준비를 하려 한다"고 전했다.


향후에는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산업계와도 만나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원격의료 아젠다에서 의료계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원격의료연구회의 최종 목표는 원격의료 시행 여부를 떠나 논의를 위한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내년 초반에는 그런 거버넌스 운영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전체 구성원들을 모아서 심포지엄을 진행할 생각"이라면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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