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리피오돌' 사태 보면서‥국산약 더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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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신약'은 경쟁력이다.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고, 또한 가격면에서도 후발주자들에 비해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게르베코리아의 '리피오돌' 물량 부족 사태를 바라보면서, 기자는 국산약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 됐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에게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시행 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되는 조영제로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리피오돌을 공급하는 게르베가 올해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값을 인상해 달라며 약가조정 신청을 했다. 지난 2012년에도 약가조정 신청을 해서 약값을 일부 인상 받았지만 2015년 이후 수입 원가 상승이 반영되지 않아 손실이 누적됐다며 이번에 또 약가조정 신청을 한 것이다. 이 사이 게르베는 약가에 대한 경쟁력을 이유로 국내에 리피오돌에 대한 공급을 줄여왔다.
 
5월 말부터 리피오돌의 수입이 재개됐다고 알려졌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지난 두 달 동안 의료현장에서는 리피오돌의 재고분마저 바닥이 나 당장 환자 치료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었다.
 
1998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리피오돌은 간암치료의 비중이 높은 치료제다. 암세포가 있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흔히 TACE를 시행하는데, 이때 그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리피오돌이 유일한 CT 촬영조영제다. 
 
게르베는 의료계를 비롯 환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자, 공문을 통해 리피오돌의 주원료인 '천연 양귀비 오일'의 생산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물량부족 문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임을 설명했다.
 
다만 국내 물량부족 사태에 관해서는, 한국이 해외에 비해 낮은 약가를 갖고 있어 경쟁에 뒤쳐지고 있다는 호소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겼다. 아울러 게르베는 약가협상이 마무리가 될 때까지 리피오돌을 임상적 중요도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해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제약사에 있어 적정한 약가는 중요한 문제다. 현행 약값에 불만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해결점을 찾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제약사가 환자의 생명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일하는 곳이라면, 많은 간암 환자에게서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를 약가협상을 무기로 호소해서는 안됐다. 적어도 의료현장에서 간암 환자 치료에 차질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놓은 뒤 협상에 들어갔어야 했다.
 
이러한 사태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에 리피오돌을 대체할 수 있는 신약이 없다는 것이다. 엄연히 말하면 대체제라고 부를 수 있는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효과와 부작용, 그리고 가격적인 문제가 얽혀있어 사실상 리피오돌이 독점적인 조영제로 자리잡아있다.
 
약값 인상을 빌미로, 만약 해결이 되지않으면 공급을 할 수 없다는 제약사의 태도는 더더욱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약이 절실해진다. 경쟁약이 생긴다면 이와 같이 약값을 올리는 사례는 발생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예로, 폐암 3세대 신약인 한미약품의 '올리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들 수 있다. 지금은 비록 올리타의 임상이 중단됐지만, 유일했던 3세대 폐암신약이 국내에서 국산신약과 경쟁하게 되자 타그리소는 전세계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급여를 인정받았다.  
 
이미 리피오돌은 국내 도입 당시 1998년 8,470원에서 2012년에 6배나 높은 5만2,560원을 적용받은 바 있다. 현재 게르베가 심평원에 요구한 리피오돌의 약값은 1개 5만2,560원에서 5배에 해당하는 26만2,800원이다. 국내 의약품 중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약가를 크게 올리는 약은 드물다.
 
이번 리피오돌 사태는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개발된지 60년 이상된 약의 약가를 게르베의 요구대로 올려준다면, 향후 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아예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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