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1차합격자 60%가 의약대생…알고보니 장학금 헌터들

대학의 行試우대 장학금제도에 "비싼 의대 학비 조달" 매년 증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5-07-07 12:33

서울의 주요대학들이 행정고시 1차에 붙으면 장학금을 준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합격자 명단에는 10명 중 6명이 의대, 약대생들이었다.
 
특히 이들은 장학금만 받은 후 2차는 응시하지 않아 많은 말들을 낳고 있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행정고시 합격률을 높여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지만, 행정고시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들이 단순히 장학금을 위해 응시했다는 비판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의대생들은 학비가 너무 비싸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5급 공무원을 뽑는 '행정고시' 1차 합격자 명단이 서울의 한 C대학에 붙었다. 그런데 이들 명단에는 의학부 소속의 학생들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일명 '장학금 헌터(사냥꾼)'라고 불리며 의대생들이 시험을 보는 이 관행은 매년 지속되고 있다. 전국의 주요 대학들이 시험의 1차 합격자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면서 이러한 헌터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장학금 헌터들이 늘어나자 일부에서는 공무원이 목표가 아님에도 장학금만을 노리며 그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1차 합격자 중 행정고시 2차 시험의 결시율은 약 20% 정도.
 
물론 행시 자체가 쉬운 분야는 아니다. 다만 2006년부터 시험과목에서 한국사가 폐지, 2007년에는 헌법 과목이 빠지면서 지금의 행시는 PSAT(언어논리·자료해석·상황판단)라는 객관식 시험으로만 평가돼 전공과 상관없이 단기간에 합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주요 시험에 합격하면 학교가 주는 장학금은 10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일부에선 의대생들이 장학금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의대생 입장에서는 단기간 시험을 준비한 뒤 합격하기만 하면 한 학기 수업료 해결이란 혜택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의대 평균 등록금은 약 1000만원대. 의대라는 특성상 등록금 책정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대학관계자들은 말하지만, 타 학과에 비해 매우 비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A 의과대학 관계자는 "의대는 실습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동물실험실을 유지하기 위한 예산이나 실습실 기자재의 가격도 높아 자연스레 등록금도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에 크게 영향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등록금 자체가 인건비나 교육개발비 등에 간접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국가고시도 봐야 하는데, 이 응시료는 국가시험인데도 불구 100만원에 육박한다.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주요 국가자격시험이나 사법고시, 행정고시 응시료가 대개 5만원 안팎이고,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다른 보건의료계통 국가고시 응시료가 10만원대라는 걸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이쯤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등록금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B 의대생은 "등록금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휴학'을 하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는 의대생들의 환경을 전혀 고려치않고 말하는 것이다. 의대를 다니면서 '휴학'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모든 의대생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에 따르면 의과대학은 커리큘럼 자체가 1년 과정으로 짜여있어 휴학은 현실적으로 볼 때 굉장히 힘든 결정이다. 높은 등록금으로 고민이 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휴학은 할 수 없다는 모순이 있다.
 
때문에 장학금에 혈안인 학생들도 많다. 어떡해서든 부담을 덜고자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장학금이 그만큼 제한적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의대생 C씨는 "의대는 공부를 치열하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 장학금 제도가 좀 더 확충됐으면 좋겠다. 내가 속해있는 의대는 장학금이 굉장히 짠 편이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장학금을 거의 퍼주는 수준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장학금이 좀 더 확충되거나 전 의대가 공평하게 장학금 제도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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