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국내에서 당뇨병 치료율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조절률은 매우 낮다.
2020년 3개 도시의 '당뇨병 현황' 리서치 연구 결과,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대상자 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수는 서울 94%, 부산 89%, 대구 91%였고, 그 중 23%, 32%, 24%가 목표 혈당인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조절되고 있었다. 이는 즉 치료는 받지만 효율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인슐린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CGM)과 같은 혁신 제품이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대로된 당뇨 교육을 받지 못해 오히려 혈당 변동성이 높아지는 사례들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 등 유관 학회는 당뇨환자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당뇨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당뇨교육에 대한 '수가'가 반영되지 않아, 의료진이나 당뇨교육전문간호사, 영양사 등을 두고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메디파나뉴스는 대표적인 1형 당뇨 클리닉으로 지목되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의 구민정 당뇨교육전문간호사 선생님(대한당뇨병교육간호사회 회장)을 만나 국내 의료기관 내 당뇨교육의 현실과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인슐린펌프·CGM 환자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국립대병원이라 가능한 '당뇨 교육'…인력·시간 투자 큰 만큼 '수가'없인 힘들다
전국적으로 성인 위주 당뇨 클리닉은 많이 마련돼 있지만 서울대어린이병원은 2형 당뇨병 뿐만 아니라 1형 당뇨병 환자, 특히 소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클리닉은 당뇨를 처음 진단 받은 환자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입원을 시키고 매일 스케쥴을 잡아 당뇨병교육간호사와 담당 영양사가 교대로 당뇨 교육을 진행한다.
보통 성인 환자 경우 30분 정도 교육이면 충분하지만 소아 경우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교육을 제공해야하는 만큼 성인에 비해 내용이 많고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소아 신환 경우 최소 5~7회 교육이 기본이며 한 번 교육할 때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또한 환자가 이해를 못하거나 혈당 측정, 인슐린 투여가 미흡한 경우에는 제대로 알 때 까지 반복 교육을 진행한다. 의사-간호사 1명-영양사 1명으로 이뤄진 이 팀은 아무리 많은 교육을 제공한다해도 딱 한 번만 수가를 적용 받을 수 있다.
구민정 간호사는 "당뇨 교육실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1년 약 천만원 정도로, 인건비 조차도 안되는 사업이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로 실상 매출이 마이너스가 되도 유지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에서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전국적으로 시스템을 갖춰놓고 하는 병원은 5개에 꼽는다. 그마저도 소아를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은 서울대어린이병원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 인력 역시 많지 않다. 처음 클리닉이 생겼던 2000년도 당시 소아당뇨 전문의가 따로 없어 처음부터 교육을 통해 키우고자 했다"며 "24살 처음 병원에 들어와 간호부가 아닌 의사 소속으로 교육간호사를 맡아왔고 현재 22년째이다. 현재 간호사 시스템 구조상 로테이션이 있어 전문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과감히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1형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안전한 자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교육상담, 환자 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사업은 환자나 부족한 당뇨 교육팀의 업무에 효율성을 가져다주고, 수가 역시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날 환자가 달고 온 인슐린펌프·CGM, 정확한 방법 모르는 경우 많아
정보가 발달할수록, 기술이 발전할 수록 환자와 보호자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미국, 유럽 등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한 인슐린펌프와 CGM 역시 국내에 도입되기 전부터 커뮤니티와 인터넷 정보망을 타고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슐린펌프나 CGM을 병원이 아닌 인터넷에서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갑자기 환자가 의료진과 논의도 없이 달고 온다거나 혼자 사용하다가 혈당 문제가 생겨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구 간호사는 "본원에서 의사가 처방해주지 않으면 다른 로컬에 가서 처방받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고, 의원급에서 처방받아 제대로된 설명도 못듣고 사용하다가 저혈당으로 응급실에 가는 사례도 있었다"며 "언제부터인가는 환우 커뮤니티 상에서 일부 정보만 보고 스스로 판단하에 좋다고만 생각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상 환자 상태나 환경에 따라 영향이 큰 기기인 만큼 위험 요소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처럼 처방받고 병원에서 관리하는게 아닌 펌프 회사나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되니 무작정 구매하는 환자들이 있다. 문제는 이들 중 간혹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료진에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혈당 조절이 안되거나 기기 사용이 미흡해 제대로 약물이 주입되지 않으면 케톤산증 같은 합병증이 오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슐린 펌프는 본체 뿐만 아니라 소모품 역시 환자에게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례로 소모품 중 바늘 및 주입세트는 환자 체형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 하는데, 소아는 직각 바늘을 사용하게 되면 근육에 주사가 들어가 쉽게 막힐 수 있어 약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케톤산증이 올 수 있고 응급실에 내원해 신속히 치료를 한다고 해도 지속 경험하게 될 경우 환아에게 데미지가 클 수 있다.
그는 "일단 환자가 인슐린 펌프 달고 싶다고 하면 인슐린펌프 뿐 아니라 기전, 기기, 소모품, 고장 문제 해결법까지 다양한 상황들을 교육해야 한다"며 "써보고 싶어서 쓰는 것보다는 진짜 필요한 환자인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의료진이 인슐린펌프나 연속혈당관리기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다. 인슐린 펌프는 분마다 초기 셋팅값이 필요한데 이를 결정해야할 의료진이 기기를 잘 몰라 설정해주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인슐린 값만 설정하는 게 아니라 기기 관리 및 상태 점검 등도 함께 교육해야하기 때문에 의료진 역시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기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워야 한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수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슐린펌프에 대해 적극 공부하려는 의료진은 적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구 간호사는 "기기는 나날이 발전하고 환자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하는 만큼 인슐린펌프나 CGM를 갖고 있는 환자도 많아지고 있어 병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서울대병원 차원에서 또는 교육간호사회 등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인슐린펌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관심을 갖는 의료진은 점차 늘고있지만 현 시스템만으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시스템 만들려면 '수가' 인정해줘야…교육 활성화 위해선 인력 키우기도 필요
<사진 = 서울대어린이병원 당뇨 클리닉 외래, 대기 환자로 북적이고 있다>
학회에서도 지속 제기하는 것처럼 당뇨병 치료 신기술 급증과 함께 교육 체계 개선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CGM, 인슐린펌프와 같은 제품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측정 결과를 환자가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있다. 또 이를 교육하기 위한 인력 인프라도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
의료계는 '교육상담 수가', 그리고 인력 확대를 위한 지원 필요성 등을 정부에 적극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 내 관리가 되지 않는 인슐린펌프나 CGM 관리 자체도 바뀌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구 간호사는 "미국 경우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CGM, 인슐린 펌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병원에서 매일 관찰하며 환자 적응도와 효과를 확인할 수 있고 보험 처리도 원활하다. 향후 집에서 활용하고 싶다고 하면 외래 처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 안에서 쓸 수 없고 입원환자는 비급여에 해당돼 활용이 떨어진다. 외래 보다 중증환자인 입원환자가 쓸 수 없고, 외부에서만 살 수 있다는 시스템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병원 처방과 교육, 의료진과 환자 상 논의가 떨어지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기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의료계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수가 적용이라고 제기하고 있다"며 "'굳이 우리 병원에서'라는 마인드가 아닌 '우리 병원도 기꺼이'라는 의지를 갖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육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문간호사, 전문영양사 등을 키워줄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현재 교육 수가는 실상 간호사가 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상 의사가 무조건 들어가야 교육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일방적으로 교육이 더 필요한 부분에서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 하지만 수가에 묶여 있어 인력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육의 질이 좋아지고 병원에서도 더 필요한 환자에게 교육을 제공하려면 묶인 수가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간호사 시스템도 문제다. 상급의료기관 속 간호사 로테이션은 지속적인 전문가를 키우기 쉽지 않다. 또 당뇨병 교육자 자격증이 없어도 사실 환자를 교육하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 의사를 제외한 인력에 당뇨병 교육 관련 국가공인자격증을 만들어주면 전문인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결국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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