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 보급 위해 임상의, 액티브 유저로 만들고 있다"

[인터뷰]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
"반환점 앞둔 사업단…MRI 솔루션·두경부 PET 장비 등 매출 성과"
"'26년 2기 사업단 구성 위해 노력…내후년 예타 절차 밟을 계획"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2-10-25 06:06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이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사업단은 앞서 의료기기의 개발단계에부터 현장 수요(의료기관, 사용자 등)를 반영하고, 산·학·연·병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전주기 개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자 2020년 5월 출범했다.

이에 사업단은 2025년까지 총사업비 1조1,971억 원을 투입해 의료현장 수요를 반영한 각 개별 의료기기 개발 지원을 돕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전체 의료기기 시장에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을 2029년까지 44%로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여파와 반도체 수급난 문제 등으로 인해 사업단의 과제 운영은 쉽지 않았던 상황. 

또 의료기기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제품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인·허가 문제로 인해 시장 진출까지는 시간이 몇 년 더 소요되기도 한다. 이에 당장 사업단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도 있다.
그럼에도 김법민 사업단장<사진>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사업단 성과에 대해 "국산 의료기기 기업 지원을 통한 MRI 압축솔루션이나 조직재생 유도제, 두경부 PET 장비 개발 등에서 실제 매출을 내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단장은 "내년부터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사업단 조직을 완전히 개편했다"며 "밀착형 지원은 물론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소통하며 성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주기 의료기기 R&D 지원을 위한 사업단 운영 연장과 관련해선 "2기 사업단 구성을 위해 정부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내후년 말에 2기 사업단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임상의들을 액티브(Active) 유저로 만들어 의료기기 개발 기획 단계부터 같이 참여토록 하는 환경을 만들려 하고 있다"면서 "대한의학회와 공동협력을 통한 임상자문 등 이들이 관심을 갖게끔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법민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사업단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소감은?

= 코로나19 때문에 연구자들이 많이 힘들었다. 의료기기 품목 특성상 컨소시엄 형태를 띠어야 하는데 서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반도체 수급과 임상 리크루팅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고려해서 과제 진행을 배려 해준다거나 기간 연장을 해줬다.  

그래도 가장 힘든 시간은 어느 정도 버틴 것 같다. 지난 2년 반은 사업단을 세팅하는 시간 이었다 생각한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마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성과들을 수집하고,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게끔 적극 돕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난 8월에 사업단 조직을 완전히 바꿨다. 그전에는 행정 간사 7명이 있었다면, 지금은 PM제를 도입했다. 

지금은 18명의 PM이 아주 세밀하게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밀착형 지원과 자문이 가능해졌다. 또 이들은 기업을 직접 찾아가서 소통하며,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Q.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의 심포지엄을 통해 국산 의료기기 민간인증(추천)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 배경과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소개해 달라. 

= 국산 의료기기를 왜 안 쓰는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 답변으로는 "잘 모르겠다", "신뢰가 없다", "성능이나 A/S에 대한 믿음이 없다" 등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신뢰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의학한림원 찾아가 논의했다. 그 분들이 직접 특정 국산 제품들을 사용해보니까 세계 최정상 제품 대비 기술력은 어느 정도 올라와있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민간에서 인증해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임상 권위자들이 인증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결론은 현재 멈춘 상태다. 첫 번째는 현행법상 전문가가 의료기기를 추천한 것을 광고로 쓸 수 없다. 두 번째는 현장에서는 허가 받고 보험 등재 받는 것도 힘든데, 민간 인증까지 받는다는 걸 허들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또한 인증에 대한 용어 오해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추천장려제라 불렀는데 여러 문제점 때문에 정부도 난색을 표명했고, 우리도 더 진행시키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시도였다. 조금만 더 디자인할 수 있었다면 날개를 달아주는 제도라 생각했다. 상황이 만들어지면 추후 정부부처와 논의해서 다시 시도해 볼 것이다. 

Q. 사업단이 지원한 연구 과제 중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시장 출시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그 외 의료기기 중에서는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나.

= 일단 모든 사업이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하지만 의료기기 품목의 경우 제품 개발 이후에 시장 진출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몇 년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사업단의 성과가 시장진출이나 매출 발생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논하기에는 조금 빠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딜레마도 거기에 있다. 사업단이 10년에서 6년으로 줄어들면서 모든 사업들을 이 기간 내에 맞춰야 한다. 여기서 맞춘다는 개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이다. 그 이후 시장 진출 과정을 밟아 나가게 된다. 아직은 진행 되고 있는 과제 중 시장까지 진출한 의료기기는 많지 않다. 앞으로 1~2년은 더 기다려야 나올 듯하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 몇 개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올해 연말에 이런 사례들을 모아 성과발표회를 기획하고 있다. 그 때 되면 구체적인 숫자가 나올 것 같다. 

Q. 출범 3년 동안 내세울 만한 성과와 아쉬운 점은?

= 눈여겨보고 있는 과제들이 있다. MRI 압축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어스메디칼의 경우 우리 사업단의 지원을 받았다. 

MRI를 찍을 때 보통 40분이 걸린다. 15분만 찍은 MRI 영상을 보면 노이즈가 낀다. 에어스메디칼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이 절반의 시간만으로도 영상을 깨끗하게 구현한다. 50억 원 이상의 추정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이벡이라는 기업도 있다. 서울대 치대 교수들이 만든 기업이다. 우리 사업단의 지원 하에 개발 중인 조직재생 유도제 펩티콜 이지그라프트가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의 경우에도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두경부 PET 장비를 개발 중이다. 보면 정말 잘 만들었다. 이들 제품도 여러 전시회를 다니며 계속 홍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오플로우 같은 경우도 웨어러블 인공췌장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굉장히 호응이 좋다. 큰 매출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점은 올해 추진하는 과제 중 하위 20%는 탈락시킨다. 약 80개 과제가 될 것인데 작년에는 56개 과제 중 13개 과제를 탈락시켰다. 연구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R&D 결과물이 최종까지 가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 

올해도 그런 일들이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의료기기 사업화 성공률이 보통 15%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50%까지 올리고 싶다. 
Q. 7월27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어떤 부분을 요청했나.

=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의료기기 관련 규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은 후발주자다. 조금 더 시간 걸릴 수밖에 없다. AI나 디지털치료기기 등 4차산업과 관련된 새 의료기기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은 아직 없다.

그런데 기술력이 좋은 우리 중소기업은 많다. 이들이 시장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또 혁신의료기기가 시장에 선 진입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NECA에서 진행하는 신의료기술평가와 혁신의료기술평가제도 두 가지다. 예컨데 보건복지부에서 혁신의료기기로 19개 제품을 지정했지만, 혁신의료기술평가는 별도로 받아야 한다. 

혁신의료기기평가와 혁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합해 심사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얘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에서도 관련 세부안을 만들고 있다. 세부안에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은 전향적 내용이 담겨 있다. 제대로 된 안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고, 기업들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진입 하는 의료기기들이 많아지면, 그 중에 빅 플레이어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  

Q.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도 개별적으로 국산 의료기기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과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우리는 공적 재단이다. 공공과 민간 중간 단계에 위치해 있다. 국가에서 제도와 관련한 중개 역할을 하는 것이 제일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민간의 이야기를 듣는 루트도 다양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을 정책에 반영하거나 사업단에서 추진한다. 

또 장애인이나 고령자, 지역소외계층 등 의료기기가 꼭 필요한 계층을 위한 보건안전망 사업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영역은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가 초창기 때 '에크모(ECMO)'를 확보하고 싶어도 아무도 확보 못했다. 보건안보 측면이 부각될 때, 의료기기 비축도 중요하지만 내부 역량 강화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다가올 감염병에 대비하는 장비 개발 사업 등도 해왔다. 

Q. 사업단 종료까지 절반이 남았다. 전주기 사업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업단 기간을 늘리는 것에 대해 각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것 같다.

= 이미 얘기가 되고 있다. 2기 사업단 출범을 위해 올해 말부터 준비 중이다.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 1기가 사업 9년을 마치고, 작년 2기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 사업단 임기가 9년이 됐으면, 국가 R&D 차원에서 '롱 텀(Long Term)'을 가지고 운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단 임기 6년 안에 국민께 어필할만한 성과를 낼 입장이긴 하다. 정부가 의료기기산업 종합발전계획을 5년마다 내야 하는데, 2023년 종합계획을 지금 만들고 있다. 여기에 2기의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의료기기에 대한 국가 R&D 지원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같이 초고령화사회에 빨리 진입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국가 산업에 제대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세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후년 말에 2기 사업단 예비타당성조사절차를 밟을 계획을 갖고 있다.

Q. 국산 의료기기 사용 독려를 위한 임상의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 우리나라 의료기기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운영하는 대형 연구개발 사업에 반드시 국산 의료기기가 개발 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또 나름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임상의들을 '패싱(Passing)' 유저가 아닌. '액티브(Active)' 유저로 여기고 의료기기 개발 기획 단계부터 같이 참여토록 하는 환경을 만들려 하고 있다. 여전히 개발되는 의료기기들이 실제 임상 필드와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내가 만드는 의료기기 외에는 타 의료기기에는 관심이 없는 임상의들도 많다.  

이에 대한의학회와 MOU를 맺었다. 44개 임상자문 유닛을 만들어 작년 33개 과제, 올해 31건 과제를 발굴·지원했다. 또 학회가 있을 때마다 별도 세션을 만들어 어떤 의료기기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지를 노출 하고 있다. 

의료기기 개발 개별 과제에 대해 필드에서 다양한 자문도 해주고 있고, 이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우리도 노력하는 만큼 좋은 성과들이 나올 거라 본다.

Q. 사업단의 활동을 부각시키는 홍보 활동도 중요할 것 같다.  

= 주기적으로 뉴스레터도 만들고, 우리 사업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유튜브 생중계도 한다. 근데 안 보는 분들은 안 본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저희도 고민 중이다. 다양한 형태의 홍보 활동을 하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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