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곳곳 드러나는 공공의료 현실… 인력난에 절벽 끝 선다

공공의료기관 간호사 부족 호소… 정부 혁신안에 공공의료 입지 좁아져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1-17 06: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절벽 끝에 몰린 공공의료가 현실화되고 있다. 곳곳마다 간호사 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줄사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혁신안까지 더해지면서 공공의료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어느덧 국내 공공의료 체계는 붕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인천, 공공간호사 장학생 선발키로…해마다 떠나는 간호사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천시는 내년부터 시범사업인 '인천형 공공간호사 장학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전국 간호대학에서 추천한 4학년 학생을 심사해 공공간호사 장학생 10명을 선발하는 것이 사업 내용이다.

내년에 입학한 장학생은 1명당 연간 1,000만원 장학금을 지원받고 졸업 후 2024년부터 2년간 인천의료원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된다.

공공의료기관에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범사업 목표다.

인천시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간호사 이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의료원은 매년 40여명 간호사가 민간병원 등으로 이직하고 있어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의료원 간호인력 결원율은 2019년 127명(41%), 2020년 116명(38%), 지난해 67명(22%), 올해 65명(21%)을 각각 기록했다.

간호 인력 부족은 지역거점공공병원 기능 수행에 있어 중요한 해결과제다.

인천시는 추후 간호사 수급 상황과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장학생 선발 규모를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늘어나는 공공간호사 장학사업…인력난 방증 

인천시까지 합세하면서 공공간호사 장학사업은 점차 지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가 됐다. 이는 인력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제임을 방증한다.

충남도는 2020년 말 공공간호사 제도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자체 중 가장 먼저 공공간호사 양성에 나선 상태다. 서산, 홍성, 천안, 공주 등 도 내에 있는 의료원 모두 이직률이 상당히 높은 데다, 4개 의료원 간호사 인력이 정원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도 내에 있는 간호대 졸업생 중 충남지역 의료기관 취업률은 20%에 그쳤고, 간호사를 구하기 가장 어려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충북도에서도 올해부터 처음으로 공공간호사 장학금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청주, 충주 등 도 내에 위치한 지방의료원에서 해마다 겪고 있는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간호인력 부족은 운영 차질과 적자 악화로 이어지면서 경영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일부 의료원에서는 병동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공공간호사 장학 제도를 실시한 지역에서는 간호인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공공의료기관 기능·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산 중 절반도 못 써…지방의료원 기능 저조 현실화 

공공의료기관 기능과 역할 문제는 이들 뿐만이 아니다. 전라북도에서는 군산의료원 사업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예산 집행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5일 도의회에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 따르면, 군산의료원이 올해 9월까지 집행한 공공보건의료사업 비용은 총 2억6,600만원으로 전체 예산 6억100만원 중 44.3%였다.

상세 사업별로 보면 저소득층 진료비 지원은 1억원 중 4,900만원, 외국인근로자 의료비 지원은 3,600만원 중 100만원, 의료취약계층 진료비 지원은 1억4,000만원 중 3,500만원이 각각 집행됐다.

이에 한 전라북도의회 의원은 "집행액과 인원이 모두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관련 예산 집행 역시 절반도 되지 못한 실정"이라며 "군산의료원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필수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도 인력난…압박하는 尹 정부 

국립대병원도 인력난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3년간 전국 국립대병원 간호직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매해 부족했다. 올해는 9월 기준으로 678명이 모자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로 보라매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간호사 인력은 현재 줄사직이 이어지고 있지만, 단 1명도 증원되지 않고 있다. 올해 8월까지 25명 간호사 중 총 11명이 사직한 병동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충원이 없는 상태에서 3교대 근무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직은 배신행위'라면서 퇴사를 막고 있어 일부는 병을 얻고서야 퇴사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42명을 돌보면서 한 근무에 기저귀를 90여회 교환해야 하는 상태다.

서울대병원도 인력난은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총파업총력투쟁대회에 나선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간호사 1인당 최대 15~16명까지 돌보면서 감당할 수 없는 노동강도로 인해 간호사 줄사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대병원은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자, 서울대병원 노조가 진행했던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조합원 3,845명 중 3,023명이 파업에 찬성해 93.8%라는 높은 찬성률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공공의료를 더 옥죄고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공공기관 혁신 이행계획'에 따르면, 윤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15개 국립대병원에서 총 423명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제출했다. 423명 중 대부분은 코로나 대응에 투입된 간호인력으로 알려진다.

한 노조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원 규모를 계속 감축하도록 돼있는데, 이는 인력충원이 더 이상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이번 정부지침은 사직 악순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