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필수이식재' 도맡지만 열악한 환경… 공공조직은행의 고민

[인터뷰] 강청희 한국공공조직은행장
내부 다지고 외부와는 적극 협업… 도약 기반 마련 '숙제'
"기증자·환자 인권 다루는 기관… 국민 신뢰·직원 행복·의료진 만족에 최선"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2-11-24 06:04

강청희 한국공공조직은행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한국공공조직은행은 인체조직 이식재를 채취하고 가공해 분배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국내 130개 조직은행이 있으나, 공공조직은행 정체성은 공익성과 비영리성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체 뼈(홀본)과 혈관이다. 홀본을 채취해서 생산하는 곳은 공공조직은행밖에 없다. 필요하지만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은 품목이기 때문.

홀본 가격이 100만 원 정도라면, 이를 '본칩'으로 나누면 20만 원 정도가 된다. 홀본 하나에 본칩 5개가 나온다면 홀본을 취급하는 조직은행이 있겠지만, 이보다 더 많은 본칩이 나오기 때문에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조직은행은 잘 다루지 않는 분야다.

이처럼 홀본이나 혈관도 수익성은 낮지만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공공조직은행은 이를 '필수이식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돈 안되는' 필수이식재를 도맡는 등 비영리성과 공공성 원칙 속에서 '고품질의 안전한 이식재를 생산하는 세계제일의 조직은행'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고민은 깊다.

강청희 공공조직은행장은 23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나 비전과 발전방향을 공유했다.

공공조직은행은 지난 2017년 재단법인으로 출발해 2019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본부와 성남조직은행은 성남시 중원구 한 지식산업센터 8층과 10층 일부에 본부를 두고, 12층과 13층 일부에 보관 및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공공조직은행 보관실 모습. 지식산업센터 내 한 칸을 보관실로 사용하고 있다.

안전한 이식재 분배를 위한 핵심인 배송은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스티로폼 박스에 드라이아이스 냉매를 담아 배송용기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전산 시스템 역시 인체조직 관련 자체 구축한 TMS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해 행정 체계와도 연계되지 않고 있다.
공공조직은행 관계자가 교체 추진 중인 배송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배송 중에도 실시간 온도가 데이터로 측정·기록된다. 
강청희 공공조직은행장은 분배 고도화를 위한 배송용기 교체와 콜드체인 기반 배송, 정보화 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통과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강 은행장은 내부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외부와는 적극 협업해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청희 공공조직은행장과의 일문일답.

Q. 취임 1년간 성과와 향후 중점사업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비전과 전략목표, 경영방침을 새롭게 정립해 기관과 사업 운영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또한 제·규정이 미흡했기 때문에 30여 개를 재정비해 모든 임직원이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조직 분위기 개선에 매진했다. 더불어 직군 간 갈등과 낮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보수개선TF를 구성, 보다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이 같은 노력을 더욱 강화하려면 적정한 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점사업은 인체조직 관리시스템 정보화사업과 분배 안전관리체계 구축사업이다. 채취부터 분배까지 업무와 데이터 수집·관리 유기적 연계로 생산성과 정확성을 향상하고, 안전한 인체조직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내년부터 내후년에 걸쳐 총 12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체조직 배송용기 안전성과 온도 관리를 위한 교체와 배송 시스템을 콜드체인 기반 배송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내년 시범사업에 1억8000만 원, 내후년 본사업에 3억5000만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Q. 의사 출신이라는 경험이 은행장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됐나.

흉부외과의로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의사협회 활동을 통해 의료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기관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며, 의료계와의 협업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아직 기관 출범 초기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라 어려운 점도 있지만, 국민 보건증진을 위한 의료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보건의료 공공기관장으로서 성취감 있게 일할 것이다.

특히 향후 국내 유일 공공조직은행으로서 민간 조직은행과 적극 교류하고 사업 역량과 연구 성과를 확산시켜 공공과 민간 협업의 대표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Q. 국정감사에서 인체조직 폐기율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본적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폐기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원재료 자체 부적합, 작업자 실수 등 관리 부주의, 유효기간 초과 등이 있다.

원재료 부적합은 균 검출이나 상태 불량, 감염성 질환 양성 등으로 폐기가 불가피한 사유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전체 폐기량의 87.1%를 차지한다. 품질관리를 강화할수록 향후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 부주의는 오염이나 온도 이탈, 포장재 손상 등이다. 지난 2019년 12.5%에서 지난해 6.5%, 올해는 9월까지 0.4%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유효기간 초과는 5년 유효기간이 도래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다량 발생했다. 조직 특성 문제나 의료진 수요에 맞지 않는 일부 조직에 집중됐다. 

향후에는 관리 부주의 폐기는 인력 교육과 교차 점검, 사전회의제 등을 통해 더욱 줄여나가고, 의료진 수요를 생산과정부터 반영해 유효기간 초과 폐기도 감소시킬 계획이다.

Q. 공공조직은행장으로서 국민과 직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인권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한국공공조직은행은 살아있는 사람의 인권과 기증자의 인권을 위한 기관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기증한 인체조직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권리와 기증자가 동의한 숭고한 생명 나눔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권리다.

인권을 위한 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국민이 신뢰하고, 직원이 행복하며, 의료진이 만족하는 건강과 기쁨을 전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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