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돌아온 원희목 "政지원·자금 부족 국내 제약, 국제 시장과 격차 커"

25일 경기약사정책포럼 특강 통해 제약업계 발전위한 '쓴소리'
"K-브랜드 인식으로 국내 제약 이미지 좋지만 내실화가 중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서 국내사들 타이밍 놓쳐 속상하다"

이호영 기자 (lh***@medi****.com)2022-11-26 06:09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현지 대표 제약바이오 단체와 전문가 그룹과의 교류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국내 제약업계 발전을 위한 쓴소리를 던졌다. 

다수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컨텐츠가 없어 국제 무대에서의 위치가 약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해서도 선도 국가나 글로벌 제약사들이 초반부터 막대한 돈을 투입해 백신 개발 속도를 단축시켰고 규제를 넘어 긴급 승인으로 새로운 역사를 쓴 것에 비해 국내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이 타이밍을 놓쳤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원희목 회장은 25일 경기도약사회가 개최한 '경기약사정책포럼'에서 '제약바이오헬스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원 회장은 포럼에 참석한 약사, 제약사,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향해 국내 제약바이오헬스 산업의 현황을 비롯해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조언했다. 

먼저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이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이 100년 전통인데다 제약협회 역시 4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건강보험을 지탱하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했지만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은 굉장히 늦게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이나 자동차, 반도체 등은 맨땅에 헤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브랜드를 상징하고 있다"며 "100년 전통을 가진 제약은 세계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데 이렇게 유지되는 것에 대한 답답함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 회장은 지난 17일 워싱턴DC에서 미국제약연구제조사협회(US PhRMA)를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내실을 갖추면서 세계 제약산업과의 격차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얼마전 US PhRMA를 방문해서 신약 개발과 관련된 정부정책 공유와 정보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해당 협회는 의약품 신약 가격 책정이나 인허가, 윤리경영 등에 있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미국에서 연구개발 지출액이 연 평균 2,500억원을 넘는 34개 혁신 제약바이오기업들로 구성된 만큼 큰 조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원 회장은 "우리의 작은 힘으로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을 해보게 된 시간"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바라보는 K-브랜드의 인식이 상당히 올라가 있다 보니 한국의 제약 역시 우리가 가진 상황보다 훨씬 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문화적인 영향도 있지만 삼성 등 세계 시장에서 역할을 하는 다른 분야에서의 이미지 마케팅이 상당히 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는 K-브랜드의 성공 사례로 제약 분야도 이미지 마케팅이 된다는 것인데 실질적인 내용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차이를 느끼게 된다"며 "앞으로 이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가 숙제"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원 회장은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보면 인천 송도가 제일 많다. 삼성바이오나 셀트리온이 위탁생산을 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인데 일종의 장치산업"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가보면 엄청난 규모에 삼성의 노하우가 녹아있고 바이오시밀러라는 장르에서 세계적인 위탁생산 역시 4년 예약이 다 찼다"고 말했다. 

다만 원 회장은 "장치산업으로의 성과는 인정해야겠지만 실제 내용면에서는 신약개발과 R&D에서는 다른 영역"이라며 "실질적으로 컨텐츠를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은 연 매출 대비 R&D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데 영업 순이익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2014년부터 늘어나고 있는데 미래가치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결국 돈의 문제로 신약개발의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가기는 어렵고 라이선싱 아웃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특히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원 회장은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데 10년 걸릴 것을 3개월 만에 만들라고 하면서 조단위로 쏟아부었다"며 "규제를 넘어 긴급 승인을 하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사실상 임상을 진행했고 그것이 역사가 됐다. 검증될 시간이 없을 때 선도적으로 했던 화이자 등은 70~80조를 버는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을 최우선한다고 급할 때는 밍기적거리다 뒤늦게 내놨더니 결국 타이밍을 놓쳤다"며 "안전성이 중요한 가치지만 급할 때는 타이밍도 고려해봐야 한다. 시장을 선점해가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보면서 우리는 따라가다가 빛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이 낮은 접종률에 완제 의약품 생산을 중단했다. 속이 상한다. 정부도 안타까운 것이 늦었다는 점"이라며 "늦었을 때는 어떤 것을 해도 결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담론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 회장은 최근 복지부가 '제네릭' 용어를 '복제약'으로 변경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원 회장은 "제네릭을 복제약으로 바꾸겠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복제약이라고 하면 소위 짝퉁약이라고 인식될텐데 오리지널과 어느 정도 기준에서 효능이 같다고 하는 임상을 거쳐 제네릭이 만들어진다. 밀가루 찍듯이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제가 아니라 약 하나 하나에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 제네릭"이라며 "이런 표현을 대중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약업계 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복제약이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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