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소외 받는다는 오해 여전‥'암질심' 상정 기다리는 치료제들

22일 암질심 예정‥혈액암 치료제 급여 지연에 의사도 환자도 한 목소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16 12:0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혈액암'을 소외시킨다는 오해를 풀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할 듯 보인다.

최근 혈액암 관련 치료제들의 암질심 상정이 지연되거나, 통과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와 같은 오해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으려면 첫 관문인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를 넘어야 한다.

암질심은 임상적 유용성 뿐 아니라 대체약제와 관련성을 고려한 치료 비용 비교, 전체 재정 영향 등을 고려해 급여 기준을 설정한다.

그런데 암질심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객관성'은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 사항이다.

암질심의 공정성이나 전문성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은 매년 지속되고 있다.

최근 대한혈액학회와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혈액암 약제에 대한 평가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꼬집은 바 있다. 암질심 위원회가 고형암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있어 혈액암 심의위원회를 따로 분리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혈액암에 대한 이해도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현 암질심 위원 구성으로는 치료제의 급여 지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예로 새롭게 진단된 CD33-양성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인 화이자의 '마일로탁(겜투주맙 오조가마이신)'은 지난해 5월 암질심을 통과하지 못했다. AML 1차 치료에 사용되는 마일로탁은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권고되고 있다.

아스텔라스의 FLT3 변이 양성인 재발 또는 불응성 AML 치료제 '조스파타(길테리티닙)'도 급여기준 확대 신청을 한 상태이지만 언제 암질심에 상정될지는 미지수다.

조스파타의 허가사항은 '조혈모세포이식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FLT3 변이 양성인 재발 또는 불응성 AML 치료로 돼 있다. FLT3 변이를 갖고 있는 환자가 관해 후 재발 및 불응했을 때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와 받을 수 없는 환자가 있는데, 조스파타는 이것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조스파타의 급여 기준은 '조혈모세포이식'에 초점을 맞춰 기간이 설정됐다.

조스파타는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해 '치료적 이득이 큰 환자군'에게만 관해유도요법으로 2주기 급여가 인정된다.

더불어 조혈모세포이식 준비 기간을 고려해 2주기 투약 후 부분 반응(PR) 이상의 반응을 보이면서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또는 이에 준하는 입증 자료를 제시한 경우)에 한해 2주기 추가 투여를 급여 인정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조스파타는 최대 4주기라는 제한된 급여 기간을 갖게 됐다.

의사들은 이러한 급여 기준을 놓고 의학적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며,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조스파타 급여가 확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 '셈블릭스(애시미닙염산염)'도 마찬가지다. 셈블릭스는 2022년 12월 암질심에 상정은 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CML은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통해서만 장기 생존이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혈액암이었다. 그러나 '글리벡(이매티닙)'의 개발로 CML 환자의 약 80%가 5년 이상 장기 생존하게 됐다.

하지만 약 20% 일부 환자는 돌연변이로 인해 내성이 생기거나 치료 효과가 불충분해 약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1세대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에 이어 2007년 1월부터 2세대 표적항암제 '스프라이셀(다사티닙)', '타시그나(닐로티닙)', '슈펙트(라도티닙)'가 순차적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 등재된 상태다. 이로써 글리벡 치료에 실패해도 2세대 표적항암제들을 사용하면 환자의 약 90%가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기서 약 10% 환자는 여전히 치료에 실패한다. 특히 내성을 발생시키는 돌연변이 중에서 1세대와 2세대 표적항암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유형이 T315I 돌연변이다.

다행히 2017년 6월 T315I 돌연변이로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 특화된 3세대 표적항암제 '아이클루시그(포나티닙)'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2018년 4월부터 건강보험 등재도 됐다.

이때부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1세대와 2세대와 3세대 표적항암제로 T315I 돌연변이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고, 환자의 90%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다.

다만 아이클루시그는 다수 환자에게 혈압 상승이 있고 그 외 혈전이나 혈관 장애 등의 부작용도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T315I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1세대와 2세대 표적항암제는 치료 효과가 없으므로 T315I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가 아이클루시그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하면 더는 치료방법이 없고,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셈블릭스는 이전에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로 2개 이상 치료를 받은 만성기의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Ph+ CML) 성인 환자가 대상이다.

셈블릭스는 1세대와 2세대 표적항암제보다 치료 성적이 좋고 돌연변이 발생 위험이 낮으면서도 아이클루시그보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적은 장점이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관계자는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로 사용했음에도 실패한 CML 환자에게 셈블릭스는 생명을 살리고 수명을 연장하는 3차 치료제다. 노바티스는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정부도 2가지 이상의 표적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마지막 치료제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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