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산 넘어 산' SMA 환자들, 또 다시 긴 싸움 시작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27 05:59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딱 맞다.

2017년 12월 최초의 SMA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가 국내 허가가 된 후,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관심이 적다 보니 급여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스핀라자는 2019년 4월 급여에 성공했다. 

이 당시 환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는 등 SMA를 알리려는 운동에 나섰고, 스핀라자의 급여를 촉구하는 손 편지를 국회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스핀라자가 급여가 된 이후, 또 다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 급여를 유지하기 위한 '평가 도구'의 개선이다.

스핀라자의 급여가 쉽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에는 '높은 가격'도 있었다.

스핀라자는 1회 주사 비용만 약 1억 원이다. 스핀라자는 진단 후 가능한 빨리 0일, 14일, 18일, 63일에 척수를 둘러싼 수액에 경막 내 투여한다. 이후 4개월마다 투여하는 방식이다.

4개월에 1번 씩 투여를 하게 되면 1년에 3회, 약 3억 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스핀라자는 급여 이후 치료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정부는 SMA 환자들의 심각한 상태와 스핀라자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을 높게 평가해 급여 적용을 인정했다.

다만 고가의 스핀라자를 사용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심의와 투약 후 철저한 사후평가를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에 큰 영향을 주는 치료제이므로, 정부도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스핀라자의 요양급여를 승인받은 SMA 환자들은 4개월마다 유지용량 투여 전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스핀라자를 잘 투약하다가 급여가 '중지'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후평가에서는 스핀라자 투여 직전의 운동 기능 평가와 비교해 '운동 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해야만 급여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스핀라자 투여 후 증상이 '유지' 혹은 '개선'되지 않으면 급여 적용이 중단된다.

문제는 국내 SMA 운동 능력 평가 척도가 해머스미스 영유아 신경 검진 'HINE-2' 및 해머스미스 기능성 운동확대지수 'HFMSE', 단 2가지 뿐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HINE-2는 2살 미만의 1형 소아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며, HFMSE는 후기에 발현한 제2형 또는 제3형 SMA 환자의 운동 능력을 평가한다.

최근 공개된 불승인 사례에는 2형, 3형의 성인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이 성인 SMA 환자들은 몸 구축이 이미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아, 큰 근육의 운동기능 평가가 쉽지 않다.

SMA 환자나 의사의 입장에서는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늘어나도 큰 효과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이 평가도구에서 점수를 따지 못하면 급여 중지가 돼 버린다.

이는 1형 SMA 환자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발생했다. 10대의 1형 환자가 사후평가 기준을 채우지 못해 급여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1형 환자는 영유아 때 발현된 케이스로 스핀라자를 생존을 위해 사용한다. 그럼에도 2형과 3형에서 적용하는 무리한 운동 평가 기준을 10대 1형 환자에 똑같이 적용하고 있으며, 2세 이상의 1형 환자를 위한 별도의 운동 평가 기준도 없는 상태다.

그러므로 1형 SMA 환자에게는 운동 기능 개선이 아니라 호흡 기능의 유지, 즉 생존의 관점에서 스핀라자 투약을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을 사용하다가 아무런 효과가 없어 급여를 끊는 것과, 약의 투약으로 생활을 유지하지만 개선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되는 것은 매우 다른 상황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해외처럼 다양한 운동 기능 평가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심평원에 제기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급여를 위해 환자들이 움직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불합리한 사후평가 기준 개선을 위해 환자들은 또 다시 산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부디 이번 산은 많이 높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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