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미충족 수요 잡아라…떠오르는 '희귀의약품'에 도전 이어져

신약개발 대세 자리잡은 희귀의약품, 글로벌 시장 패권 어디로 가나①
우대 정책·덜 치열한 경쟁에 도전 확대…'오픈 이노베이션' 통해 다양한 질환 정복 나서
2030년 글로벌 시장 1100조 원 전망…글로벌 도약 노리는 국내 제약사에도 기회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03-27 06:09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오고 있다. 

이미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된 만성질환 영역에서 기존 의약품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거나, 상대적으로 고가 의약품이 많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희귀의약품이다. 

이름 그대로 환자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으로, 그동안은 적절한 치료법이나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성이 낮아 이에 대한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983년 미국에서 '희귀의약품법(Orphan Drug Act)'을 도입, 공익을 위해 희귀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에 7년 동안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하고, 임상시험 기간에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며 개발을 독려하고 나섰다.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은 의료적 수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1993년 일본, 1998년 유럽에서도 희귀의약품법이 만들어지면서 희귀의약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갔고, 그 결과 최근에는 글로벌 신약 개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발에 대한 부담 적어 도전 확대…오픈 이노베이션 통해 폭 넓은 도전 가능

희귀의약품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각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제혜택이나 개발 비용 지원, 독점권 제공에 신속심사까지 폭 넓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 ODD)을 받을 경우 세금 혜택과 개발비용을 지원하고, 해당 치료제는 7년 동안 법적인 권리를 보호 받는다. 뿐만 아니라 개발하는 동안 FDA로부터 의약품 개발에 대한 조언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신속 심사도 가능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 있어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ODD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질환의 미국 내 발생률이 20만 명 이하인 희귀질환이어야 하고, 이전에 출시된 치료제가 없거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효능이나 안전성 등을 보여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는 개발에 뛰어들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는 점도 제약사들의 도전을 재촉하는 이유가 된다.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질환 종류가 다양해 특정 질환에 여러 제약사가 한꺼번에 도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만성질환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경쟁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다른 한 편으로 희귀의약품은 '오픈 이노베이션'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다.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할 때 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시험까지 단독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대형 제약사들은 바이오벤처나 소규모 제약사의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이를 개발하는 형태가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그동안 관심 받지 못했던 희귀질환에 대해서도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가 성장 주도…국내 기업에게도 기회

지난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602억 달러(한화 약 340조 원) 규모였는데, 연평균 16%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8553억 달러(한화 약 110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이나 분야별로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의약품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3~6% 수준일 것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희귀의약품은 이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글로벌 빅파마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양한 영역의 희귀의약품을 개발 중으로, 임상 2~3상 단계에 진입한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귀의약품이라는 특성상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희귀질환에서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고, 따라서 아직 글로벌 빅파마가 공략하지 않은 영역에서 먼저 도전에 나설 경우 거대 제약사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술이전이 아닌 글로벌 임상3상까지 직접 진행해 제품을 출시하려는 추세에 비춰보면 희귀의약품은 더욱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에 파이프라인을 이전하는 이유로 임상3상 비용에 대한 부담과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글로벌 임상 경험 등이 꼽힌다.

그런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규제기관으로부터 임상 진행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희귀의약품이 글로벌 임상3상을 직접 진행하려는 국내 제약사에게 더욱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희귀의약품에 대한 도전을 더욱 확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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