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약제 조정신청제도'에 대한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원가가 상승했다고 해서 조정신청의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며, 낮은 약가로 인한 공급 불안정을 야기할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발동되는 제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 조정신청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약제 조정신청제도는 현재의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이미 고시된 약제의 상한금액 또는 요영급여대상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조정신청 사유는 (1) 고시된 약제의 상한금액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2) 고시된 약제의 요양급여결정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3) 고시된 약제의 상한금액을 인하하려고 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조정 대상 약제로 판단하는 기준은 (가) 대체가능한 약제 없음, (나)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 (다) 진료상 필요하나 대체가능한 약제에 비해 투약비용이 저렴하며, 투여경로·성분이 동일한 제제 내 업체수가 1개인 경우가 있다.
상한금액 조정신청은 신청서와 함께 금액 산출 근거 및 내역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퇴장방지의약품 신청 시 제출자료와 동일하다.
이 약제 조정신청제도는 의약품 공급자에게 상한금액의 조정 기회를 제공해 기업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게 됐다.
2022년 4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2조로부터 위임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의 일부 개정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약제 조정신청제도의 구체적 기준과 절차가 마련됐다.
하지만 조정 대상 선정 기준이 협소하고 제출 자료가 많다는 제약업계의 불만이 이어졌다. 또한 평가기준이 명료하지 않아, 제도의 취지와 운영원칙에 대한 정비가 요구됐다.
특히 퇴장방지의약품과 동일하게 원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제출된 자료의 활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함께 새로 개정된 조정 대상 선정 기준의 남용에 의해 약가 수준이 상승하는 우려도 있는 상태다.
연구팀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조정신청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121품목의 신청중 46개 품목의 신청이 수용됐으며 50품목이 기각됐다.
이 중 협상이 완료돼 가격이 인상된 것은 44품목이다. 이들 44개 제품은 평균적으로 135.9%(22.3~394.7%) 인상된 조정가격을 신청했고, 협상 결과 인상률은 평균 66.5%(0~261.5%)에서 결정됐다.
신청 사유는 국내제조약의 경우 원료 가격 상승(15개), 수입약의 경우 수입 원가 인상(23개), 수입원가의 지속적인 상승(9개), 위탁생산전환으로 인한 비용 상승(1개)였다. 가산 종료 및 타 약제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 등의 이유로 원가 보전이 힘들다는 사유였다.
조정신청을 위한 약제의 평가기준 적용은 (가) 진료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약제에 해당하는 경우는 없었으며, (나) 대체약제 없음에 해당하는 경우가 40건, (다) 대체약제가 있으나 저렴하고 투여경로·성분이 동일한 제제 내 업체수가 1개인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6건이었다.
구체적인 원가 인상 요인(원재료 또는 완제품의 수입원가 상승 등)을 신청 시 제출한 48개 제품은 대부분(42개) 원가내역은 제공하고 있었으나, 증빙자료(수입제품의 경우 수입신고 필증, 국내제조제품의 경우 세금계산서 등)를 제출한 경우는 11개 제품에 불과했다.
원가 요인 인상 전후의 비교 내역을 제출한 곳은 5곳이었으나, 그에 대한 입증자료(연간 자료)를 제출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약제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을 사유로 조정신청한 경우 제약사는 원가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약제 조정신청제도의 목적을 '진료상 필요한 의약품으로 약가가 현저히 낮아 공급 중단 발생의 우려가 있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있거나, 보험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제약사의 요청에 의해 상한가를 인상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대체가능한 타 약제에 비해 저렴한 약제의 공급중단이 발생할 경우, 더 고가의 의약품 사용이 증가해 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우려를 방지하는 목적에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약품 공급 중단의 사유는 다양하므로 조정신청의 요건에 해당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연구팀은 그간 보고된 공급 중단 원인 중 ▲낮은 약가가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 ▲원료의약품 및 수입의약품 가격상승 등에 의한 원·재료비의 증가, ▲규제 과정에서 발생한 품질 및 제조과정상의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 증가와 같이 '기업의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적요인'에 의한 경우 수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약가 인상 신청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평가기준에서는 현행 '(다) 진료상 필요하고 대체가능한 약제에 비해 투약비용이 저렴하며, 동일 성분, 투여경로 내 단독 공급 품목에 해당하는 경우'에 집중했다. 이는 대체 가능한 약제가 있더라도 대체 약제에 비해 투약비용이 저렴해 비용효과성이 있는 약제에 상한금액 조정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약제의 상한금액이 인상되더라도 시장에서는 지출의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앞서 개정된 평가기준에 따라 조정신청 수용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으므로, 추가적인 개선은 추후 '다' 조항의 영향 평가에 기반해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 기준을 통한 조정신청이 크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인 기준 확대는 약가 수준의 전반적인 인상과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을 걱정했다.
연구팀은 '현재의 상한금액이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 약제조정신청을 통해 약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언급했다. 이 조항은 '약가가 현저히 낮아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이 중단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약가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목적을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공급 불안정을 가져오는 원인은 제조(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상승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제약사는 이러한 의약품 제조(수입) 비용 상승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조정신청서에 포함돼야 하는 내용은 현 상한금액에서 공급이 어려운 사유가 중심이 되며, 그 이유에 따른 소명자료가 첨부돼야 한다.
제약사가 제시할 수 있는 용이한 자료는 제조원가(비용) 자료다. 즉 제조(수입) 비용의 상승으로 인한 조정신청가의 산정 근거를 내밀어야 한다. 근거로 제시하는 제출 자료는 해당 사유를 입증하는 최근 3년 이상의 자료로, 변동이 일회적인 문제인지 지속적인 문제인지 소명해야 한다.
약제 조정신청 시 원가자료 제출에 대한 추가 논의도 권고됐다.
원가분석이란 현재의 기업활동 상의 비용을 활동/제품 단위로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별로 효율적인 기업운영을 하는 경우도 있고, 방만한 기업운영을 하는 곳도 있다. 혹은 기업성과가 좋은 곳도 있고 좋지 않는 곳도 있다. 원가분석은 이러한 모든 것을 전제한 가운데 특정 활동/제품의 원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정리됐다. 그리고 원가가 해당 활동이나 제품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연구팀은 "조정신청제도는 진료상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중단을 예방한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이해되며, 퇴장방지의약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나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해 약가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기존 연구 및 본 식약처의 분석에서 나타난 공급 중단의 요인은 재료비, 제조경비 등의 제조원가의 상승이었다. 그러므로 원가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대체약제와의 비교에 의한 상대적인 가치평가이므로, 신청약제의 가격 변동이 다른 약제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청품목에 특징적으로 제조원가 외에 발생한 비용증가 원인이 있다면 예외조항을 둬 유연하게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연구팀은 약가 인상 요인의 근거는 과거 자료를 통해 평가되므로 미래의 변동까지 예측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약제 조정신청제도에 의한 약가 인상이 현재의 의약품 공급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향후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연구팀은 "감염병 유행 등의 상황 또는 긴급한 공급부족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해 약가가 조정된 경우,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된 약가의 사후관리 필요성이 있다. 제조·수입 원가의 지속 증가 여부 등을 반영한 원가산정, 생산·수입 물량 및 추가 증산 가능량에 따른 약가 인상률 설정, 공급 의무를 조건으로 하는 한시적 약가지원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