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에서 유일한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 응급의료기관 최우수 A등급 등은 이 병원이 얼마나 많은 열정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명지성모병원 내의 의료진, 직원들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지만, 그만큼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 왜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을 택했나
허춘웅 병원장과 허준 의무원장
명지성모병원은 1984년도에 개원해 올해로 39주년을 맞이했다.
병원을 개원하면서 높은 수익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진료를 개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명지성모병원은 일종의 고집이자 뚝심으로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란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설립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허춘웅 병원장의 의지였다.
가톨릭 명동성모병원(現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신경외과 진료과장을 맡고 있을 당시, 허 병원장은 분초를 다투는 뇌혈관질환 환자를 수없이 만났다. 그러나 그들이 응급실에서 실려와 전문의에게 도달하기까지 현 의료전달체계의 한계를 느꼈다.
이에 허 병원장은 이러한 시간적 소요를 줄이기 위해 개원을 결심했다.
그런 허 병원장의 마음은 제대로 통했다. 명지성모병원은 명실상부한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작년(2022년) 기준 명지성모병원의 총 외래환자수는 17만 9,452명이었다. 이 중 뇌혈관질환 환자수는 7만 8,077명으로 약 43%의 비중을 차지한다. 뇌질환 시술 건수(스텐트, 코일색전술 등)는 389건이었으며 뇌혈관조영술은 776건, 수술 건수(개두술, 천두술 등)는 127건이었다. 그리고 뇌졸중 집중치료실(SU)의 입원 환자수는 502명으로 보고됐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라 온 허준 의무원장<사진>은 자연스럽게 신경외과 전문의의 길로 들어섰다.
"아버지의 뜻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명지성모병원이 수도권 및 서울 지역 유일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라는 것을 항상 직시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삽니다."
◆ 환자들과 정부가 인정하는 '의료기관'
모닝 컨퍼런스
4회 연속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1·2·3주기 연속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 2022년 보건복지부 평가 결과 응급의료기관 최우수 A등급 획득 등은 일종의 성적표와도 같다.
병원이 이와 같이 계속해서 높은 의료 수준과 질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명지성모병원은 해냈다.
허 의무원장은 이를 전 임직원의 공으로 돌렸다.
"의료기관 인증 평가나 전문병원 인증 등은 까다롭고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높은 수준의 의료 질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내력은 명지성모병원 전 임직원 덕분입니다."
허 의무원장은 직원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을 지속했다.
그 결과, 진료부에서는 매일 아침 7시 반 모닝 컨퍼런스를 통해 케이스별 의견을 공유하고 있으며, 병원은 각 학회 학술대회 참석을 독려해 꾸준한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도 기숙사를 제공하거나 생일 반차 제도, 친절 직원 포상, 각종 기념일 등도 챙긴다.
"소소하지만 직원들이 즐겁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만족은 곧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더불어 허 의무원장에게는 '지역 내 의료기관은 지역 사회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일념이 있었다.
그래서 명지성모병원은 처음 개원한 그 자리 그대로 위치하고 있으며, 영등포구와 대림동에서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사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총 4곳의 보건복지부 지정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중 명지성모병원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일하고 독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제도는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7가지 지정 기준을 충족해 3년 주기로 평가한다.
이 전문병원은 ▲의료인력 ▲의료 품질 평가 ▲병상수 ▲의료환경 ▲의료기관 인증 ▲필수진료 과목 ▲환자구성 비율(입원환자) ▲진료량 등의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거친다.
명지성모병원은 2005년 전문병원 시범기관으로 선정된 이래 2011년(1기), 2015년(2기), 2018년(3기), 2021년(4기) 등 연이어 4회 연속 전문병원 인증을 획득했다.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전 임직원들이 공통된 목표를 지향하고 또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 지향점이 바로 명지성모병원의 정통성이자 정체성입니다. 각 부서별로 쌓아 온 우리 병원만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노하우에 비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혈관중재센터
실제로 명지성모병원은 자신감이 있었다. 병원에는 뇌혈관 수술의 주요 인력인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학병원과 견줄 만한 실력을 갖고 있다.
뇌졸중 환자의 예후는 말 그대로 시간에서 판가름이 난다.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직후 서둘러 응급실로 내원한다고 해도 바로 시술 혹은 수술이 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응급의학과 인턴, 레지던트, 주니어 스텝을 거쳐 해당과 전문의(교수)에게 호출이 간다. 또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심의 응급의료전달체계에서는 응급이나 경증 환자를 가릴 것 없이 대학병원 응급실로 1차 내원하기 때문에 병목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명지성모병원은 급성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등 중증응급환자를 안전하고 빠르게 치료하기 위해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중증응급환자가 내원하면 응급실에서 초기 평가(Triage)가 이뤄지고, 그 사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바로 연락을 한다.
이후 응급의학과 전문의 판단 하에 해당과 전문의가 호출된다. 즉 뇌졸중이라고 하면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호출이 되고 신속진료시스템(Fast Track)을 토대로 처방전달시스템(OCS, order communication system) 전산에 F 표기가 되면서 진료부, 영상검사실, 진단검사실 등 우선적으로 검사를 실시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명지성모병원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예로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경우 증상발현 후 4.5시간 이내에 정맥내 혈전용해제(IV-rtPA: IVT)가 투여돼야 한다.
이와 관련 Door to needle time(증상발생 시각으로부터 4.5시간 이내 응급실 경유 내원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 중 내원으로부터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 투여까지의 지연시간) 전체 평균값은 159분이다.
그런데 명지성모병원은 50분이다.
"명지성모병원은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으며, 뇌혈관질환에 대한 전문적 수술 및 시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만 6명에 이릅니다. 웬만한 대형병원보다 신경외과 전문의 수가 많아 신속한 처치와 대처가 가능합니다."
◆ 전문병원은 '응급의료체계'의 '키잡이'
MRI 촬영
하지만 전문병원은 정작 응급의료 정책에서는 소외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는 전문병원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음에도 제외돼 있다.
여기엔 중증-중등증-경증 등 단계별 응급의료기관 진료기능을 명확히 정립하고,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중에서도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중증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늘려나갈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이 위급한 만큼 응급의료분야는 정책적 시급성과 중요성이 높은 분야"라며 "전국 어디서든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 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방침대로 흘러갈 경우 전반적으로 중증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가 응급실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 종별로 역할을 분리시키는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주요 과제의 방향성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역량만을 강화하고 있어, 현재 필수의료의 문제로 제기된 부분들을 전혀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면 실력을 갖춘 지역 전문병원을 파악해, 역할 수행에 동참하게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전문병원이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한 배경은 현재 필수의료 지원 대책의 목적과 일맥상통하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에 대한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이며, 이를 복지부가 인증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에서 질환의 경중에 따라 1차, 2차, 3차로 그 역할을 구분하는 것처럼 전문병원은 그 피라미드 구조상에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을 잇는 허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뇌혈관질환의 경우에는 대학병원에 비견될 만큼 전문 인력과 시설 등 전문성을 확보한 전문병원이 있습니다. 이들이 동등한 역할을 부여받고 또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인증해 주고 있는 전문병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역할마저 축소하거나 기능을 단절시켜서는 안 됩니다."
허 의무원장은 각 응급의료센터/기관의 단계에 따라 그 기능을 한정하는 것은, 지역 내 중소병원 응급실의 우수한 의료자원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는 국가적 손실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지역 응급의료기관은 경증/비응급 진료만을 보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만 뇌졸중처럼 중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맡긴다고 하면, 지역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뿌리내려 그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중소병원의 고사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케이스에 따라 경증으로 보였으나 중증으로 이행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현 정책은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뇌졸중 집중치료실
그러므로 허 의무원장은 뇌졸중 환자처럼 분초가 급한 응급 환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의 규모 같은 형식적인 구분이 아닌 질환별, 진료과목별로 특화돼 있는 전문병원의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질환별 지역센터를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또한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수배하고 이송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분화된 협력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며, 소방서 및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적극 활용해 응급환자의 이송체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는 의료 인력 문제와 관련해 체계적이고 합당한 수가 개선의 선행을 요구했다.
단편적으로 SU(뇌졸중 집중치료실)는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는 일반 중환자실 수가보다 못 미치기 때문이다.
"중증/응급 의료는 24시 운영이 필수적이지만 진료의 특성상 많은 환자를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될수록 의료 현장에서는 뇌혈관을 전공하는 신경외과 의사나 흉부외과 의사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과 전문의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마취통증의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마취 수가는 일본의 1/7, 미국의 1/23 수준이다.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술 인력 뿐 아니라 흔히 말해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 세계에서 인정받는 뇌혈관 전문병원이 될 때까지
기립경사도 검사
허 의무원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흔들림 없이 답변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뇌혈관질환에서 자부심있는 병원이 되겠다"고.
"명지성모병원은 개원 이래 지역 내에서 종합병원으로, 넓게는 서울 및 수도권 유일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병원의 자부심을 지킬 것이며, 학술적인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병원이 되겠습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지침도 해제되는 등 어려움이 차츰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병원은 대외적으로도 여러 학술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작년에 이어 2회째를 맞이하는 '뇌혈관질환 전문병원 학술대회'가 명지성모병원에서 개최된다. 명지성모병원을 포함한 전국 4개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술적, 행정적 교류의 장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필수의료 대책의 계기가 됐던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 원인 '뇌동맥류'를 주제로 발표가 있으며, 정책과 관련한 논의가 계획돼 있다. 명지성모병원의 자매병원이자 일본 뇌졸중 전문병원인 오오타기념병원도 초청되는 만큼 국제적 학술대회로의 의미도 있다.
허 의무원장은 명지성모병원이 걸어온 길이 곧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의 발자취라고 강조했다.
"명지성모병원이 대한민국 뇌병원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의 시스템과 자부심을 갖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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