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확인부터 의료사고까지…"비대면진료, 굳이 안해요"

본인확인 한계, 앱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최근 면허취소법도 통과…"괜한 리스크 지고싶지 않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08 06:0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주축이 돼야 할 개원가에서는 비대면진료로 인한 이익보다는 본인확인부터 의료사고까지 문제 소지에 대한 우려가 높은 모습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2주차를 앞둔 7일, 개원가 현장이 비대면진료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려가 우세한 모습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도봉구의사회 백재욱 총무이사는 먼저 본인확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 총무이사는 시범사업에 앞서 비대면진료 시연을 맡기도 했다.

먼저 불완전한 환자와 의사의 상호 본인확인 문제다. 환자에 대한 본인확인도 필요하지만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본인확인도 필요하다는 것. 

실제 지난 4월 퇴근길 차량에서 비대면진료를 한 의사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덜미를 잡힌 사례도 있는 만큼, 의료기관에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한 본인확인은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백 총무이사는 "사실 환자 본인확인도 필요하지만, 의사도 병원 코드와 의사면허를 확인해줘야 한다"면서 "그러나 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부모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결제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사용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정도로 스마트폰이 발달하지 않는 이상, 규정 몇 가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초진 문제점과도 연결된다. 본인확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환자와 의사 사이에 대면진료를 통한 라뽀(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어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초진에 대해서는 의료 질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 낭비 가능성도 우려했다.

백 총무이사는 "초면인 환자를 비대면진료하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초진이 허용되면 평소 속이 자주 쓰리니 위장약을 쟁여둘 생각 정도로 비대면진료에 접근하는 행태가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소재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유행 당시 매번 오던 환자들에게 전화진료는 해봤으나, 이후로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의료사고 부분을 꼽았다. 대면진료만 해도 확률이 높지 않을 뿐 의료사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굳이 비대면진료를 통해 리스크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이 만연한데, 최근 면허취소법도 통과되지 않았나. 괜한 위험부담이 높아질 것 같아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대면진료 중간에 비대면진료를 하면 계속 신경쓰여 대면 환자들에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제도화 되더라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필요성과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여전했다.

수도권 소재 내과 개원의는 "플랫폼이 시범사업 이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들은 결국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며 "과연 플랫폼이 진료의 질과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할까.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결국 의료기관에 책임이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체계 패러다임을 정립할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성급하게 진행된 것 같다"며 "굳이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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