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손실만 남는 대규모 약가인하, 정부 적극적 자세 아쉽다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09-14 06:00

이달 7000여 품목의 약가인하가 단행되면서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약가인하에 따른 반품과 차액정산 등으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약가를 인하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약국이 보유하고 있던 제품을 유통업체 또는 제약사에 반품하고, 유통업체·제약사는 구입 가격을 약국에 환불해줘야 한다. 그리고 인하된 약가로 다시 약국에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7000개가 넘는 품목의 약가를 일시에 인하하면서 이러한 원칙대로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결국 평균 거래 내역 등을 기반으로 대략적인 수치를 추산해 정산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어림잡은 수치로 정산을 진행하면서 모두가 손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약국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산이 어렵고 유통업체에서는 불필요한 업무가 과중되며, 제약사 역시 약가 인하 그 자체로 인한 손실 외에도 수수료 발생 등 손실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당시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11년만에 많은 품목의 약가인하가 진행되는 것이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우리나라의 의약품 유통 시스템의 특성에서 찾고 있다. 정해진 가격으로 약을 거래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에 약가가 달라질 때마다 이러한 부담과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주체는 정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약가를 인하할 때 그다지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서류상 반품이 가능하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약가를 인하해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필요 이상 지출되는 금액을 줄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약가인하라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약가 인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약품을 공급하는 모든 주체들이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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