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서 더 솔직했던 정기석 이사장‥'과잉 진료'에 쓴소리

국민들이 불필요한 과잉 검사나 진료 받지 않도록 '표준 진료지침' 계획
불필요한 의료 행위 하지 않으려는 의사들의 의지, 국민의 인식 변화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19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사이기에 더 솔직할 수밖에 없었다.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임기를 시작한 정기석 이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과잉 진료'와 '과다 의료 이용'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이 요인으로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지목하는 이가 적지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과도한 의료 이용이 건보공단 등 보험자의 개입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18일 개최된 '의료생태계를 망치는 과다 의료이용' 토론회에서는 이 부분이 직설적으로 언급됐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이은혜 교수 등은 의료 이용에 대한 관리가 부재해 병원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만족 극대화를 허용했고, 비급여 등 영리 추구 행태를 보편화해 공급자의 이익 극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호흡기내과 교수였던 시절부터 의사들이 잘못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 과잉 진료와 과잉 검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지속 가능한 보험 재정을 구축하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등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편이다.

정 이사장은 과거와 현재 진료 행태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하면 안 된다는 의사들의 생각이 많이 희석된 것 같다고.

정 이사장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막아야 한다. 부적정·과다 의료 이용, 과잉 검사 방지가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단은 국민들이 불필요한 과잉 검사나 진료를 받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력해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검사나 진료에 대한 표준 지침이 생긴다면 의료비 지출을 줄여 나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 이사장은 공단이 시행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대해서도 다시 살펴볼 계획이다. 4년에 한 번 하던 콜레스테롤 검사를 2년에 한 번으로 하는 방향이 논의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부분이 의학적 근거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

또한 그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2012년 미국의 내과의사재단으로부터 시작돼 미국에서만 80개 이상의 전문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해당 캠페인은 불필요하거나 과잉된 의료 행위를 막고, 적정 진료를 하기 위한 학회들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학회들은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학회별 불필요 의료리스트 개발까지 이뤄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캠페인을 최초 도입했으며, 2020년 건보공단이 캠페인을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현명한 선택의 기본적인 방향은 '불필요한 검사 또는 치료를 요구하지 않고, 권하지 않는 것'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현명한 선택 캠페인처럼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으려는 의사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인식 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의료생태계를 망치는 과다 의료이용' 토론회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경희대학교 김양균 교수는 "많은 의료 이용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벗어나 건강 수준을 알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의사가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행위별수가제 안에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경험이 없는 의사일수록 검사에 의존하는 진료를 하게 된다. 다행히 공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구축하면 과잉 진료와 검진을 사전에 충분히 예방하고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이사장은 "과잉 진료 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예를 제시하고, 중요한 행위나 과정에 대해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권고를 내릴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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