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어떻게' 빠진 지역의사 정책‥정착 불가 구조가 문제

효율적 의료인력 배치를 위한 의료취약지 개념 재정립 필요
경력 설계·정주 여건 포함한 맞춤형 인센티브로 정책 전환 시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09 12: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취약지의 핵심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 즉 의료인력의 부재다. 병상이 있어도 의사가 없고, 간혹 공중보건의사 한 명이 외래부터 응급까지 전담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정책은 여전히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작 필요한 곳에 의사가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장의 현실은 분명하다. 일부 농어촌과 도서지역에선 의원은커녕 약국조차 없는 '면(面) 단위 의료공백'이 늘고 있다. 반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과밀·대기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배치'의 문제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개최한 연속 간담회에서는 "의료취약지를 인력 중심의 개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단순히 '의사가 없는 곳'이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정주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발제를 맡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현철 교수(겸 홍콩과기대 경제학과)는 "단순한 의무복무나 고임금 제시만으로는 의사의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출신 지역, 가족 생활, 교육 환경, 경력 설계까지 반영한 맞춤형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자치의과대학의 경우 학비, 생활비, 주거 등을 지원하며 의대 지역정원 제도를 통해 지역 출신 의사의 장기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NHSC(National Health Service Corps)는 의료취약지 2년 근무를 조건으로 장학금 또는 대출상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의사 유입과 정착에 금전적 보상 뿐만 아니라 출신 지역 내 거주, 경력발전 기회 제공, 시설·장비 개선 근무환경 개선 등 다방면의 인센티브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의사를 양성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의료취약지를 세밀한 기준에 따라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인력을 배치하고, 비거점지역에서의 응급 이송 투자 확대와 비응급진료를 위한 기술 활용을 모색하자는 것.

김 교수는 "해당 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출신 인재를 의대 선발 과정에서 우대하는 한편, 장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충분한 수입과 근무환경 개선, 정주여건 제공, 대체인력 지원 등 복합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에 나선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도 지역의료는 선택이 아닌 기본권 보장의 문제라며, 지역 의무복무제와 공공의대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변 위원은 "지방정부가 직접 의사 양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금을 신설하고, 의대 교육 과정에서 지역 의료 경험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취약지는 단순히 병원이 없는 곳이 아니라, 의료인력이 머무르지 못하는 지역이다. 지금까지는 이를 '공백'으로 간주하고 단선적인 공급 확대로 대응해왔지만, 그 방식은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다.

의료계는 지속가능한 정책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제 정책의 초점은 '얼마나 많이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남게 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며 "의료취약지 해결의 본질은 의사 한 명이 그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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