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2030년까지 의료 중심 요양병원 500개소를 단계적으로 지정·확대해 간병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첫 시행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요양병원 재구조화 방식과 병실기준, 비급여 관리범위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17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서영석·김남희·김윤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요양병원 의료기능 강화 및 간병비 급여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모든 국민이 아프고 입원하게 되면 간병인을 필요로 한다. 특히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의 필요성이 크지만,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많은 국민이 간병비 부담에 힘들어한다"며 "간병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의료기능을 강화한 요양병원을 선정해 간병이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간병비 급여화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면서 "그러나 나머지 요양병원에 어떤 기능을 부여할지에 대한 정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장의 요양병원들은 이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생존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다른 요양병원들도 적절한 역할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말에 이어 진행된 주제발표에서 함명일 순천향의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의료기능 강화 방향 및 환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방안'을 발제로 “65세 이상 고령층이 건강보험 진료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간병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진행하고,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간병비 부담 완화'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담겼다. '요양병원 중증 환자 간병비 본인 부담'을 현재 100%에서 2030년에는 3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전체 요양병원 1390개 중 첫 해에는 200개를 대상으로 하고, 두 번째는 350개, 세 번째는 500개 수준으로 점차 확대하면서 비대상 요양기관은 지역돌봄, 장기 요양원으로 기능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추진방향을 ▲의료 중심의 질 높은 요양병원 혁신, 혹은 재구조화와 간병비 급여화가 연계된 사업을 추진 ▲간병의 질은 높이되 사회 전체의 부담은 적정 부담으로 합리적으로 조정 ▲의료 중심의 요양병원과 지역사회의 돌봄이 연계될 수 있도록 단계적 추진 등으로 제언했다.
아울러 간병비 급여화에 따른 고려사항 중 하나로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 개선을 꼽았다.
함명일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환자분류체계를 통해 5단계로 환자의 의료 필요도를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의료 필요도를 확인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통합판정체계로 가서 환자분류도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중에 치매 등의 부분들을 진단하고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자인 이윤환 경도요양병원 이사장은 '일본 개호보험과의 비교를 통한 간병비 급여화 방향'을 주제로 "일본은 개호보험(간병비 급여화) 도입으로 법적 기준에 따라 환자 수당 간병인을 배치하면서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면 우리나라 요양병원은 간병 인력을 줄이고 간병비용을 낮추는 간병비 할인 경쟁 심화로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어서 간병비 급여화를 통해 환자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의료계, 학계, 환자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요양병원의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시 풀어야 할 과제를 공유했다.
송현종 상지대 교수는 "간병을 급여화하는 것인지,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것인지,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간병의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범위가 불분명하면 다른 직역과 업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요양병원의 재구조화를 위해 현재의 로드맵대로 시행한다면 2030년 500개 의료중심병원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800여개의 병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요양병원 기준병실이 6인실 기준이다. 간병급여화 계획 중에는 4인실을 기준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4인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들이 많지 않다. 만약 4인실 위주로 간병비급여화가 된다면 실제 간병비급여화 혜택을 받는 환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주 대한병원협회 기획부위원장은 비급여 관리 문제를 언급하며 "불필요한 비급여는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모든 새로운 치료가 급여로 전환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선별적 관리가 아니라 무분별한 규제는 요양병원의 치료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간병비 할인으로 인해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환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간병비 급여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기를 기대했다.
또 "간병인은 충분한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이 맡아야 한다. 현실 요양병원 간병인으로 상당수의 외국인이 일하고 있다. 이를 고려한 간병인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의의 마지막 순서에서 공인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정부의 기본 입장을 설명하면서 "간병비 급여화가 2030년 500개면 충분한지는 초고령사회의 의료적 필요도나 간병 수요가 계속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충분히 봐야 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통합돌봄체계와 연계해 사회적 입원을 최소화하고,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다음 주 건정심에서 오늘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 등을 고려한 방향성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며 오는 12월에 세부적인 추진 방안에 대한 심의를 거쳐 6개월 정도의 실질적인 준비 후 내년 하반기에는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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