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반트'로 얻게 된 새로운 삶‥"받은 만큼 베풀겠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캐슬만병' 진단 후 막다른 길에서 만난 신약‥"급여 이후 경제적 부담도 낮아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6-20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는 캐슬만병 환자 한 모씨는 기자에게 '학생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 했다.

`다발성캐슬만병(Multicentric Castleman Disease, MCD)` 환자로서 과거였으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이 꿈은 '실반트(실툭시맙)'를 투약하면서 더욱 큰 목표가 됐다.

"이전에는 나의 생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저 현재를 버티고 살아내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다 보니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언가 해보고자 하는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지금은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볼 수 있을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있다."

캐슬만병(Castleman's disease)은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가 과잉증식해 림프절 비대를 불러 일으키는 혈액암으로, 미국 기준 10만 명 당 1명이 안 되는 수준으로 발병하는 초 희귀질환이다. 캐슬만병의 증상은 주로 조절되지 않는 인터루킨-6 단백질의 활동으로 인해 나타난다. 

캐슬만병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한 영역의 림프절에만 영향을 미치는 국소형 캐슬만병은 문제가 생긴 림프절만 절제하는 수술이 가능하지만, 다발성캐슬만병은 치료자체가 어렵다. MCD의 일부 증상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 환자의 생존 중앙값이 5.5개월에서 최대 19개월에 불과하다. 또한 MCD의 감별 자체가 쉽지 않아 발병 후 진단까지 평균 27.5개월에서 최대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MCD는 보통 50~60대에 진단을 받으며, 진단 이후에도 치료가 어려워 고통 속에서 살다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군다나 이 MCD는 표준치료법이 없어 림프종에 준한 치료방법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환자 수도 매우 적어 관련 연구도 극히 드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MCD에도 `신약`이 등장하면서 캐슬만병 환자 한 모씨는 '희망'을 찾았다.

◆ 오랜 시간 뒤 알게 된 캐슬만병‥'극심한 피로감'이 가장 고통
한 씨가 캐슬만병이라고 확진을 받은 것은 2014년 3월 경. 어릴 때부터 일반인 중에서도 몸은 건강한 편이었다고 자부했고, 한때는 운동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2000년을 전후로 해서 얼굴에 홍반 같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저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생각해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연고만 바를 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더니, 증상이 조금씩 심해졌다.

한 씨는 "돌이켜보면 얼굴 홍반이 처음으로 내가 발견한 캐슬만병 증상인 것 같다. 금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조금씩 악화됐다.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질환이 진행됐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캐슬만병 확진까지 대략 7년 정도가 걸렸다. 캐슬만병 환자들은 각 환자마다 겪는 증상이 상이해 확진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이와 함께 의사들 중에서도 캐슬만병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었다.

한 씨는 "피부과와 류마티스 내과, 혈액종양내과 등 다양한 과를 다니면서 오랜 시간동안 반복해서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각 과에서는 해당 과에서 다룰 수 있는 증상에 대해서만 확인하고 서로 다른 질환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수차례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두고 봅시다'였다고. 한 씨는 환자의 입장에서 그 말은 '질환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것으로 느껴져 더욱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캐슬만병을 앓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극심한 피로감`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피로도를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피로도는 상당히 커졌다. 확진을 받기 전까지 한 씨는 절대적인 활동량이 줄어들고 무기력증도 심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그는 일상생활 외에 다른 업무를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때문에 주 5일 출근하던 것을 주 4일, 3일로 줄였으나 나중에는 사무실에 아예 나갈 수 없게 됐다.

피로와 무기력이 심해지면 삶에 대한 의욕 자체도 많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 사실.

한 씨는 "세상 모든 질환이 피로를 동반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슬만병으로 인해 겪게 되는 피로감은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만취한 다음 날 찾아오는 숙취인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소주를 한 10병 정도 마시고 일어난 다음 날 느껴지는 피로, 무기력함, 메스꺼움 등이 24시간 내내 지속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고 말했다.

의사들 역시 캐슬만병의 증상에 대해 설명되지 않는 피로와 전신무력감을 꼽았다. 

부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신호진 교수는 "캐슬만병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에 진단하기가 일단 쉽지 않다. 먼저 전신 림프절 종대, 비장종대나 설명되지 않은 피로, 전신무력감 등이 있으면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검사실 소견으로는 빈혈, 혈소판감소증, 저알부민혈증, 염증수치의 상승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드시 고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약` 찾아나서

그런 그가 7년만에 '캐슬만병'이라는 확진을 받았다. 한 씨는 캐슬만병을 고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제에 대해 공부했다.

한 씨는 의지는 실로 강했다. 얀센의 실반트가 FDA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2015년 미국을 방문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한 씨는 201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실반트를 투여받았다.

그는 "실반트를 투여하고 나서는 고질적인 피로감이 절반 정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일상생활 외에 다른 업무를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실반트를 맞고 나서 처음으로 컨디션이 이전보다 좋아진다는 것을 느꼈고, 지금은 일상생활과 업무의 병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반트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음성 및 제8형 인체헤르페스바이러스(Human Herpes Virus-8: HHV-8) 음성인 MCD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치료제다.

MCD 환자는 흔히 고용량 스테로이드, 유지요법 또는 항암치료 요법 등을 써왔지만 개선이 잘 되지 않았다. 종양적 진료를 할 경우에는 합병증이 생겨 환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실반트는 다발성캐슬만병 환자 79명을 대상으로 한 MCD2001 연구에서 실반트주 11mg/kg와 최적의 지지요법을 병행 치료한 군의 34%가 1차 평가변수인 '종양 및 증상 개선 반응'을 보였다. 이는 위약과 최적보조요법을 병행한 군(이하 위약 군)의 0%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p=0.0012)다.

약의 효과 대비 부작용도 미미했다. 기존에 썼던 항암제는 탈모라든지, 불임 등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걱정해야 했지만 실반트는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과 심각한 부작용의 발현 비율이 위약군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신호진 교수도 실제 임상에서 실반트를 사용하면서, 환자들의 변화를 눈에 띄게 체감했다. 무엇보다 실반트를 투여한 환자 스스로가 느끼는 발열감, 피로감, 야간발한과 부종 등과 같은 증상이 거의 소실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피로, 빈혈, 비정상적인 단백질 증가로 인한 컨디션 저하와 같은 문제들이 개선되면서 삶의 질도 급격히 올라가게 된 것이다.

아울러 현재 실반트는 병이 진행할 때까지 투여할 수 있어 다발성캐슬만병의 치료에 유리한 점이 많다고.

신호진 교수는 "국소형 캐슬만병과는 달리 다발성캐슬만병은 치료제가 마땅치 않았다. 고용량 스테로이드 제제나 복합항암화학요법, 그리고 CD20 단클론항체인 리툭시맙을 사용할 수 있지만 치료효과는 일시적이고 대부분 재발했다. 반면 실반트는 약 1개월 이내 증상이 호전되며, 약 40% 가량에서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였고, 이 중 25%에서는 완전한 증상호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특히 피로감, 위약감의 증상은 현저히 개선된다. 치료반응이 지속되는 기간도 상당히 길어져서 평균 약 7개월 가량 치료반응이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 '삶' 자체가 변화‥"일상생활 하게 된 만큼 학생들에게 마음 쏟고 싶어"

실반트를 투약하고 난 뒤, 한 씨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캐슬만병과는 여전히 싸움 중이지만 치료제를 통해 느끼는 신체적인 변화는 극명했기 때문이다.

한 씨는 "실반트를 맞고 난 이후로 그동안 줄여왔던 업무와 일상생활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삶의 질면에서도 나아짐을 느낀다. 실반트는 캐슬만병 환자들을 사회적인 제도권 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치료제다. 실반트를 맞으면 일반인들과 함께 일하고 또 어울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실반트 투약 후부터 이전엔 쉽게 결정할 수 없던 것들에 의욕이 솟아난다고 전해왔다. 그만큼 체력적으로 여유가 생긴 덕이다.

한 씨는 "과거에는 집 앞을 산책하는 것조차 버거웠는데, 이제는 산책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 관한 의욕이 점점 생기는 것이 실반트 투약 전 후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실반트는 2018년 2월 1일부로 국내에서 급여 승인을 받았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 씨는 다양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중이다.

한 씨는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생기지 않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교육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의 꿈은 '비영리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는 "나와 같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실반트 급여는 여러모로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을 얻고 막다른 길에서 치료제로 인한 새로운 희망을 얻고 난 지금은 꿈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졌다. 정말 긴 절망 끝에서 신약의 도움으로 핀 기적같은 희망이다. 나의 꿈을 꼭 이루어 내겠다"고 말했다.

실반트를 만나 새 삶을 찾게됐다는 한 씨. 그는 자신과 같이 캐슬만병을 제대로 인지 못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미진단 환자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 씨는 "나는 몸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는데 무시했다가 병을 오래 앓았다. 내가 경험했듯 얼굴에 홍반이 나타난다든가, 극심한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병원에 가서 꼭 검사를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호진 교수도 "캐슬만병은 증상이나 림프절 종대 등이 악성림프종과 유사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소형에 비해 다발성인 경우 예후가 상당히 불량하므로 진단이 되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약제 중 가장 치료효과가 우수한 실반트 약제로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치료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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