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다른 휴젤-알보젠코리아 상장폐지 행보, 성공 가능성은?

휴젤, 지분 95% 확보에 '과도한 비용' 불가피…알보젠코리아, 지분 모자랐지만 자진상폐 성공
지분 매수금액 만회에 어려움 전망…사업 원한 GS 동의 뒤따라야 가능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2-07-22 06:09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최근 휴젤의 상장폐지 추진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휴젤이 과거 제약업계에서 상장폐지에 성공했던 알보젠코리아의 뒤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최근 업계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C브릿지캐피털(이하 CBC)이 휴젤의 자진 상장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 증시에 재상장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019년 알보젠코리아가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이유로 상장폐지에 나선 바 있는데, 이유는 다르지만 3년만에 다시 한 번 제약바이오기업의 상장폐지가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휴젤은 해당 내용에 대해 최대주주에게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는 당사의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휴젤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이다. 주식 매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부터 시작해 현재 휴젤의 지배구조나 향후 상폐 시 투자금 회수 등을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

먼저 이번에 상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CBC는 휴젤의 최대주주인 아프로디테홀딩스의 공동 최대주주 중 하나로, 아프로디테홀딩스의 지분 42.105%를 보유하고 있다. 

아프로디테홀딩스는 GS그룹과 CBC그룹, 중동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며, 휴젤의 지분 43.24%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아프로디테홀딩스의 공동 최대주주인 다이원(지분 42.105%)이 있다. 다이원은 GS그룹과 IMM인베스트먼트가 휴젤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GS그룹이 지분 6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휴젤이 자진 상폐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프로디테홀딩스가 보유한 휴젤 지분을 9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주식 수로는 641만99주로 전체 지분의 51.76%에 해당한다. 

여기서부터 문제를 만나게 된다. 지분 인수에 필요한 금액이다.

7월 21일 휴젤의 종가는 12만9100원으로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총 8275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주가보다 더 높은 금액에 주식을 사들이게 되는 만큼 필요 지분을 모두 매수하려면 최소 1조 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한 셈이다. 만약 자진상폐가 결정되면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지분 매수에 필요한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앞서 아프로디테홀딩스가 휴젤 인수를 위해 1조5000억 원 이상 지출한 바 있는데, 자진상폐를 위해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단, 알보젠코리아의 사례에 비춰보면 아프로디테홀딩스가 상장폐지를 위해 확보해야 할 지분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알보젠코리아는 두 차례의 공개매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92.22%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일반주주의 소유 주식 총수가 유동주식의 10%에 못 미치는 '주식 분산 미달 사유'에 걸려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그 상태로 1년간 유지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돼 95%의 지분을 모두 매수하지 않았음에도 상폐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알보젠코리아의 사례를 감안하더라도 아프로디테홀딩스가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 원대의 자금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상장폐지 이후 최대주주들이 이 금액을 만회하려면 알려진 것처럼 홍콩 시장에 재상장해 충분히 주가를 끌어올린 뒤 지분을 매도하거나, 상장폐지 이후 고배당으로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재상장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하는 방법은 재상장 이후 주가 상승을 보장할 수 없어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

배당금을 통한 투자금 회수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보젠코리아의 경우 자진상폐를 위한 공개매수 규모가 500억 원 수준이었던 만큼 배당만으로도 이를 만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휴젤은 이보다 지분매수 규모가 월등히 큰 반면 소요비용 대비 매출 규모는 크지 않아 배당금만으로 이를 만회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진상폐를 위해서는 GS그룹이 이에 동의해야 하는데, GS그룹은 실제 뷰티 사업 확대를 원해 휴젤 인수에 뛰어들었던 만큼 자진상폐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들의 자금력을 감안하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자진상폐 성공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가를 높인 뒤 지분을 매각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은데 자진상폐 후 재상장을 검토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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