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외과응급의료 체계 통합 필요"…학계·정부 공감대

17개 외상센터, 40여개 응급의료센터 외 9개 병원서 ACS 운영
의료계 "통합 관리·지원 필요"…복지부 "흩어진 자원 묶어야"
"시스템보다 외과 위기 살펴야" 요구도…한국형 체계 마련 시급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1-25 06: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분리돼있는 국내 외과응급의료 체계를 하나로 통합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학계와 정부 간 공감대가 확인된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최로 24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에서는 한국형 외과응급의료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남렬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장<사진1>은 "전국적으로 권역외상센터 17개가 있고, 권역응급의료센터가 40여개 갖춰져 있다. 거기에 9개 병원에서 ACS(응급수술전담팀)이라는 체계가 또 있는데, 이번 기회에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외과응급의료 체계 전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강북삼성병원, 원주기독병원, 고대구로병원, 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이 ACS를 운영 중이다.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는 "국내엔 이미 여러 외상센터가 있는데, 여기서 또 분리돼 ACS팀이 따로 운영되고 하다가는 국내 의료 리소스가 다 유지될 수 없다"며 "응급실을 기준으로 보면 통합적으로 진료를 해야 한다. 외상응급의료 체계도 통합형으로 이뤄져야 한다. ACS팀은 일부 큰 병원에서 모델링이 가능하지만, 국내 전체 상황에 맞는 모델로는 미흡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의료계 요구에 정부 관계자들도 힘을 보탰다.

김은영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과장은 "정부는 그동안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해서 운영을 하고, 권역심뇌혈관센터, 권역외상센터 등을 별도로 지정해왔는데, 그동안 의료 환경이 많이 바뀌고 인력 문제 등도 발생하면서 이같은 별도의 지정 체계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ACS팀이 구성되면 투자가 있는 만큼 외과응급의료 체계에 도움은 되겠지만, 한정된 자원이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외과체계 자원이 흩어져 있어서 모으는 쪽으로 묶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투자 자체는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이제 여러 자원 간 접근성, 배치, 구성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연구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실장은 "기존 제도와의 통합성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외상센터가 크게 먼저 시작이 됐는데, 이와 구분하는 체계로 구축해가는 것이 맞는가라는 고민이 있다"며 "외상센터는 외상 환자만 보게 돼 있는데, 이를 보유한 병원 입장에서는 외상센터가 비 외상 환자를 볼 수가 없으니 따로 운영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을 고려하면 외상을 다른 응급의료수단과 잘 뭉치게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될 것 같다"며 "다만 수가가 없는데도 ACS팀이 큰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시그널인 것 같다. 한국에 맞는 모델을 찾아 운영해보고, 연구가 이어지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과계, 응급의료 체계 위한 인력·시설·수가 지원 촉구

다만 이날 공청회에선 국내 외과응급의료 체계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다각도로 제기됐다.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부회장<사진2>은 "아시다시피 정부 지원으로 국내 외과응급의료 체계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응급실 중심으로 이뤄져 응급 이후 환자 치료에 관해서는 아직도 미흡한 것이 많다"며 "이에 외과는 점차 전공의 지원이 감소해 씨가 말라가고 있다. 이런 문제가 응급의료 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국내에서 외과 수술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진 대한외과학회 학술이사도 "의사가 줄어들고 이직률이 높은 상황을 시스템만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인지 시스템이라도 갖출 것인지 등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된다"며 "현재는 권역외상센터와 같이 여러 지원으로 인해 유지가 되고 있지만, 미래에도 이 시스템만으로 외과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충분한 지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 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종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이사겸정보화추진이사는 "큰 병원과 달리 작은 병원에서는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팀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이 있어야 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학회가 추진한 '외과계 응급의료체계 모델 구축' 관련 델파이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2개월간 진행된 델파이 조사에는 임상학회 관계자 16명, 정책 및 보건전문가 5명 등 21명이 응답했다.

그 결과 전담인력 및 업무 항목에서는 ▲응급실 전담근무 후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9.16점) ▲응급수술 전담의사도 24시간 상시 대기해야 함(7.79점) ▲응급수술을 전담으로 하는 외과의사로 구성된 전담부서가 있어야 함(7.74점) ▲응급실 전담근무중에는 정규업무는 배제해야 함(6.95점) 등이 중요한 것으로 꼽혔다.

전담시설 면에서는 ▲외과응급환자 전용 수술실 확보(8.63점) ▲외과응급환자 전용 중호나자실 병상 확보(8.26점) ▲외과응급환자 전용 일반병실 병상 확보(6.16점) 등 순으로 중요하다고 평가됐다.

수가제도 전반에서는 '외과 및 수술관련 수가인상 필요', 인력 비용 지원에서는 '전담의료진에게 직접 인건비 지원', 시설·장비 비용 지원에서는 '국가가 응급수술 시설(수술실, 중환자병상 등) 및 치료장비 구입 비용 지원' 등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가능성(5점)이 높다고 생각하는 운영체계에 대해서는 ▲권역별 응급수술환자 전원시스템 구축(4.47점) ▲응급수술 가능 역량은 전담의료진, 전담시설 및 환자수 기준으로 평가(3.79점) ▲권역별 외과응급의료 치료가능 병원 지정(3.79점) 등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로는 ▲지속적인 인력양성 방안 마련 ▲지속 가능한 체계 마련 ▲환자쏠림 대비한 분산 시스템 필요 ▲권역외상센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 ▲전용수술실 및 전용중환자실의 병원 내 배타적 체계보다 병원 내 자산의 통합 이용 고려 등이 나왔다.

이를 발표한 홍석경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 정책연구 책임연구자(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사진3)는 "외과응급 의료는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필수응급의료이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외과응급의료 시스템을 위해 선진국형 전담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며 "다만 제한적인 외과의료 인프라와 지역적 불균형을 고려해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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