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산1호 코로나 백신을 만든 SK바사 '스카이코비원'의 명과 암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국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6월 29일 식약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해 제조판매품목 허가를 신청한 '스카이코비원멀티주'에 대해 임상시험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제약사도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다소 늦기는 했지만 국내 기술력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 낸 것이었다.
스카이코비원의 국내 접종은 9월 5일 시작돼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 약 2년 반 만에 국산 백신 사용이 본격화됐다.
접종 개시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이 직접 접종을 받는 등 '국산 코로나 백신'의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코로나19 2가 백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가 백신이 우선적으로 권고되면서 스카이코비원은 mRNA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등으로 mRNA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접종할 수 있게 됐던 것.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자체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스카이코비원의 접종은 기대만큼 원활하지 못했고, 결국 SK바이오사이언스는 초도물량 이후 추가 완제는 생산하지 않고 있고, 추후 정부 요청에 따라 생산 및 공급 재개 예정이라고 공시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개발 끝에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바이오협회는 후발 기업들의 백신개발 추진력 저하 및 이로 인한 백신 주권 지연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후발기업으로 향후 백신 개발 성공시에도 사업적(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내 기업들의 백신 개발 의욕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향후 또다른 팬데믹에 대한 국내 대응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러한 대안으로 경제성이 낮은 보건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지원 및 구매에 있어 정부차원의 혁신적인 지원방안 필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2. 갈길 바쁜 제약바이오업계, 尹 정부 더딘 행보에 속도 못 내
2022년 5월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갈길이 바쁜 제약사들도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무총리 직속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와 백신 주권 및 글로벌 허브 구축을 위한 국가 R&D 지원, 제약바이오 핵심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생태계 조성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통합 콘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와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메가펀드 조성, 원료의약품 자급률 향상 지원 대책 마련, 국내개발 혁신신약 약가보상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공약에 반영했던 셈이다.
문제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의 공약이 빠르게 이행되지 않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충분한 힘을 얻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취임 3개월여 만인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총 5000억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하고, 향후 규모를 1조 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이후 민간투자 모집과 자펀드 결성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아직까지 이렇다 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당초 5조 원 규모의 메가펀드 조성을 주장했지만 이보다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는 더 지연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위원회 설치에 대한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은 물론 지난 7월에는 대통령실이 정부 부처 산하의 위원회를 대폭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면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자체가 없었던 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뒤따랐다.
다행히 이달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기존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제약산업육성·지원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의 '제약바이오산업 혁신위원회'로 격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 공약 이행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단,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필요한 절차들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하는데, 여야 갈등이 격화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 아직까지는 시행 시점은 물론 시행 여부조차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내세웠던 제약바이오산업 관련 주요 공약들이 여전히 실현된 것은 없는 상황으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제약바이오업계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한 해로 마무리하게 됐다.
3. 의약품 품절 사태와 이례적인 APP 약가 인상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두드러졌던 현상은 의약품 품절 사태가 심화됐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대치를 찍는 상황에서는 감기약을 비롯한 다양한 의약품들이 잇따라 품절 사태를 겪으며 현장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비롯해 감기 환자 등의 증가로 조제약 처방이 늘었고, 일반약의 경우도 미리 준비해놓는 가수요 증가로 의약품 구입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의약품 구입이 어려운 약국에서는 약국 간 교품을 비롯해 일반약 아세트아미노펜의 포장을 벗겨 조제에 사용하며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정부는 그동안 감기약 수급 안정화 대책을 통해 수급현황 모니터링, 다각적 행정지원, 분산처방 유도, 감기약 약가연동제 제외 등의 방안을 추진했지만 실효성이 낮았다.
이 같은 지적은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됐고, 정부는 결국 최후의 대안으로 약가 현실화를 통해 감기약 수급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감사 이후 빠르게 약가 조정을 추진한 정부는 12월 1일부로 조제용 감기약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650mg 18개 품목의 건강보험 상한금액 인상을 이례적으로 결정했다.
협상 결과 아세트아미노펜 650mg 18개 품목의 상한금액은 조정 전 51~51원에서 조정 후 70원으로 결정됐다.
다만 추가생산에 따른 기회비용과 시설투자 비용, 집중 관리기간 증산량을 고려해 약 20원의 가산이 적용되면서 12월 1일부터 내년 11월 30일까지 1년간은 70~90원 사이로 상한금액이 책정됐다.
정부는 약가 인상을 통해 약속된 생산량 증가와, 의약품 생산수량 보고 자료가 특정 도매상과 약국에 편중되지 않도록 내년 3월까지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약업계 단체 등과 함께 현재까지 두 차례 민관협의체 회의를 통해 해열진통제 수급 동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약가 인상 조치가 이뤄졌지만 아직 현장의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이 여전해 내년 초까지는 이 같은 현상과 함께 정부의 대응 노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 불 붙은 '국산 신약' 허가행렬, 2022년에도 이어져
올해에도 두 건의 국산 신약이 허가되면서 국산 신약의 허가 행렬이 이어졌다.
먼저 지난 6월 29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의 허가를 받아 제35호 국산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했을 때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국내 제약사가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11월 30일에는 대웅제약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의 허가를 받아 올해에만 두 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를 받았다.
지난 1999년 SK케미칼이 1호 국산 신약인 '선플라주'를 허가 받은 이후 거의 매년 국산 신약이 허가됐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2년간 한 건의 국산 신약도 허가 받지 못하면서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보였는데, 2021년 유한양행 렉라자와 셀트리온 렉키로나주, 한미약품 롤론티스주, 대웅제약 펙수클루정이 차례로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신약 허가 행렬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 올해에도 두 건의 국산 신약이 허가를 받으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허가 받은 국산 신약들의 경우 상업적인 성공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았고 글로벌 진출은 더더욱 어려운 모습이었는데, 최근 허가된 신약들은 상업적으로도 인정받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도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허가 받은 한미약품 롤론티스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도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유한양행 렉라자는 단독으로 글로벌 시장 진입을 도전하는 동시에 얀센의 아미반타맙과 병용 투여를 통해서도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에 더해 HK이노엔 케이캡과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이미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해외 진출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5. 초고가 신약 졸겐스마·킴리아 잇단 급여 등재
최대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약들이 올해는 급여권에 속속 진입했다.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유전자 대체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와 CAR-T 치료제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다.
졸겐스마는 지난 7월 제1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8월1일 급여 등재가 이뤄졌다. 이 약은 해외 기준으로 투약비용이 25억 원에 달할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가 약제로 꼽힌다.
졸겐스마가 표적으로 한 척수성근위축증은 SMN1(Survival Motor Neuron 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근육의 움직임과 힘 조절에 필수적인 운동신경세포가 상실되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증상발현시기가 이를수록 중증도가 높다.
생후 6개월 이내 증상이 발현되는 척수성근위축증 1형의 경우 심한 근력 약화로 스스로 앉을 수 없으며 평균 기대여명은 13개월이다. 보통 만 2세 이전에 호흡장애가 나타나 2년 이내에 사망하는 질환이다. 국내 환자는 2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졸겐스마는 환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20억 원이 넘는 비용으로 엄두도 내지 못하는 치료제이기도 했다. 그러다 국내에서 급여화에 성공하면서 환자들이 치료제를 사용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킴리아주도 지난 3월 건정심을 통과하면서 급여가 지난 4월1일부터 신규 적용됐다.
킴리아는 CAR-T 세포치료제로, T세포(면역세포)에 암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는 수용체를 삽입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 항암제다. 개인 맞춤형 치료제로 우수한 치료효과와 1회 투약이라는 짧은 투약기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다만 기존 합성화학품과 달리 대량생산이 불가해 높은 제조비용으로 약제 가격이 5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약품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환자단체를 비롯해 킴리아의 급여 적용 요구가 이어졌고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왔다.
이처럼 최대 수 십억원에 달하는 약제들이 급여 등재를 받자 보건복지부는 고가약 급여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 건정심을 통해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 및 급여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관리 강화 방안을 보면 고가 의약품을 높은 가격과 효과의 불확실성 등으로 가격 관리와 장기 효과 확인이 필요한 약제로 정의했다.
고가 의약품은 국내 실정에 맞게 ▲1회 치료로 장기 효과를 기대하는 약제(소위 `one-shot 치료제`) 또는 1인당 연간 재정소요 금액이 3억 원 이상인 약제 ▲연간 건강보험 청구액이 300억 원 이상 약제(단일성분 또는 동일효능군)를 중심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고가 의약품의 접근성 향상 및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목표를 두고, 보건복지부는 '환자 접근성 향상', '치료 효과 및 안전성 모니터링 강화', '급여 관리 강화로 건강보험 지속성 확보'라는 3가지 관리 방향을 제시했으며, 단기·중장기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6. 희비 엇갈린 급여재평가, 고덱스 등 일부 불안에도 일단 한숨
정부의 급여 재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한해에도 '건강보험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국내 제약업계를 뒤흔들었다.
올해 3월 재평가 대상으로 공고된 된 품목은 '오로트산카르니틴·항독성간장엑스·아데닌염산염·피리독신염산염·리보플라빈·시아노코발라민·비페닐디메틸디카르복실레이트' 성분의 고덱스캡슐과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알마게이트, 알긴산나트륨, 에페리손염산염, 티프로라미드 등이었다.
이중 1개 품목으로 대표적인 고덱스캡슐의 경우 3년 평균 청구금액이 611억원에 달하는 품목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지난 7월 열린 제7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알마게이트와 티로프라미드염산염 두 개 성분에 대해서만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에페리손염산염과 알긴산나트륨은 일부 적응증에 대해서만 급여적정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관심이 높았던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과 아데닌염산염 외 6개 성분 복합제에 대해서는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판단됐던 2개 성분은 이후 이의신청과 임상 재평가 진행 등에 따라 일단 한숨을 돌렸다.
실제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의 경우 임상 재평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효능을 인정받는다면 급여재평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기간을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의 임상재평가가 끝날 때까지 1년 동안 '조건부 평가 유예'를 결정했고 중도에 포기한 제약사를 제외하고 한미약품과 SK케미칼 등을 포함한 절반 이상의 업체가 20% 내외의 환수협상을 마쳤다.
또한 고덱스캡슐의 경우에도 현재 아직 추가적인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고덱스캡슐은 이의신청을 통해 10월 재심의 결과 적정성을 인정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약가를 자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건정심에서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회의가 다시 이뤄졌고, 현재까지는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정리된 상태다.
이에 해당 성분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어지는 상황으로 향후 2023년 급여 재평가 대상 등에 대한 관심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급여 재평가에 따라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방향에 관심을 더욱 둘 것으로 예상된다.
7. 제약업계 이끈 창업 1세대, 발전 초석 다지고 잇따라 떠나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창업 1세대들이 올해 잇따라 타계하면서 안타까움을 남겼다.
지난 4월 20일 삼아제약 허억 명예회장이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허억 명예회장은 1973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주5일 근무제를 도입,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데 일조했다.
국민건강보험 시행 이전인 1972년 사내에 '건강 복지금 제도'를 도입했으며, 1979년에는 생산직 사원의 출근부를 폐지, 획기적인 경영 기법을 도입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시도를 보여준 허억 명예회장은 이후 1984년 국민훈장 노력장, 1999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이어 7월 6일에는 신신제약 창업주인 이영수 명예회장이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배고픔보다 근육통에 고통 받는 국민들을 위해 국산 파스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신신제약을 설립, 2020년 대표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60여 년 동안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활발한 경영을 펼치며 신신제약을 '파스의 명가'로 이끌었다.
1983년 제약사 최초로 완제의약품으로 '1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으며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1997년 국민훈장 동백장, 2009년 한국창업대상 등을 수훈·수상했다.
한 달 뒤인 8월 4일에는 50년 넘게 안국약품을 이끌었던 어준선 명예회장이 8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69년 부실화 돼 있던 안국약품을 인수, 본격적으로 제약업계에 뛰어들었으며, 우수한 의약품을 개발·보급해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신념으로 제품을 개발해 기침약 '투수코친'을 내놨다.
19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당시 투수코친을 광고해 당시 중앙정보부에 소집됐지만, 끝가지 굴복하지 않고 기업 광고의 당위성을 설파했으며, 이로 인해 정부의 탄압을 받았던 일화가 전해진다. 1981년 시력감퇴 개선제 '토비콤'을 출시, 이후 안국약품의 대표 제품으로 성장시켰으며, 제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징치인으로도 활동했다.
8월 20일에는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이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약학에 대한 열정과 신념, 인재경영을 기반으로 대웅제약을 토털 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시켰으며, '좋은 약으로 국가를 돕는다'는 의약보국(醫藥報國)의 신념으로 제약회사 경영을 넘어 국내 제약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1966년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을 인수하며 기업 경영에 나섰으며, 창업 초기부터 연구개발에 힘쓴 결과 1974년 국내 최초로 '우루사'의 연질캡슐을 출시했다.
1981년 대한약사회 부회장, 1993년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약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일조했으며, 대웅제약을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1982년 금탑산업훈장 조세부문을, 1987년 철탑산업훈장 노사부문을 받았고, 1994년 경제정의 기업상, 1998년 국민훈장 동백상, 2002년 경제정의 기업상을 받았다.
9월 1일에는 일성신약 창업주 윤병강 명예회장이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54년 일성약업사를 창업했으며, 이후 1961년 현재의 일성신약을 설립했다. 1970년 KDB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을 창립한 증권업계 1세대이기도 하다.
항생제 '오구멘틴'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우수의약품 개발과 보급에 힘을 기울여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8. 수입 어려움 이어 화재 등 악재까지 원료 수급에 관심 커져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높아졌던 의약품의 원료 수급에 대한 관심과 또 우려는 올 한해에도 다시 반복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부족해진 운송편 등으로 인해 원료 수급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원료의약품 수급은 한층 더 어려움을 더해졌다.
당초 코로나19로 인해 비행편 등의 운행이 줄고 나라간 교류가 어려워지면서 배송 비용의 상승 및 일정의 지연을 겪었다.
이후 이 영향이 가시기도 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유럽 항공일정이 지연 되는 것은 물론 일부 해운의 비용도 상승했다.
결국 원료의약품은 물론 부자재의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국내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올라가면서 원료의약품에 대한 공급 난항은 지속됐다는 점이다.
운송 비용 등의 증가에 어려움에 더해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료의약품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던 제약업계는 비용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이와함께 지난 9월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인 화일약품 상신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화일약품은 하갈리 공장 및 반월 공장을 최대한 활용해 상신리 공장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원료 수급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 한 것.
해당 건 자체는 원료의약품 수급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원료의약품 수급의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업계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이에 더해 증산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감기약 등에 대한 원료 역시 국내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정부 역시 주성분의 복수 규격 인정 등 원료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일정부분 해소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의 여건상 유사한 문제는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9. 약 배달-화상투약기 등 약사사회 위기
제40대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의 취임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던 약사사회에는 강력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위기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 구축과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속 비대면 진료 등의 국정과제 선정으로 대면 원칙을 강조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약사사회를 긴장시킨 부분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에 따라 확산된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플랫폼들의 성장이었다.
그동안 닥터나우 등 일부 선두 업체들이 플랫폼 서비스를 진행하며 의약계의 반발을 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급증에 따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도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약사사회에서는 약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 일명 '배달전문약국'이 등장하면서 향후 새로운 형태의 약국 개설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했다.
서울 지역에서 4곳 가량의 배달전문약국이 생겨났지만 이용자 감소를 비롯해 약사사회의 지속적인 설득과 정부 차원의 법 위반 소지 대응 등이 합쳐지며 폐업 등이 이뤄지며 사실상 조제약 배달만으로 운영하는 약국 형태가 계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약사사회에서는 플랫폼들이 부작용을 우려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음에도 적극적인 광고와 약국 정보 미제공 등으로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있다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대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 등에서는 업체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플랫폼들과 약사사회 내부 약국 운영 모델에 대해 대응해왔던 약사사회는 이제 정부의 약사법 개정 예고를 앞두고 약 배달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위해 대한약사회는 현재 대응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를 의뢰했고 내년 1분기 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약 배달과 함께 약사사회에 파장을 가져온 이슈는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승인이었다.
지난 10년 간 꾸준히 약사사회를 긴장시킨 이슈였지만 현실화가 되지 않았던 화상투약기가 제도화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약사회는 대면원칙 훼손과 의약품 오투약에 따른 부작용, 기술 혁신성 부족,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진행한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승인이 허용됐다.
앞서 약사회는 대규모 궐기대외와 최광훈 회장의 삭발 등을 감행하며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화상투약기 운영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실증특례는 총 3단계에 걸쳐 최대 1,000대를 설치하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우선적으로 내년 1월 중으로 1단계 설치 약국인 10곳에 화상투약기가 설치,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정부 지원 예산으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며 공공심야약국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첫 발을 뗀 약사회로서는 내년부터 화상투약기와 공공심야약국이 공존된 시기에서 국민들에게 대면 원칙을 강조할 수 있는 대응 논리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10. 연이은 바이오 기업의 IPO 흥행 실패‥주가 하락에 '혹한기'
올해 국내 바이오기업 중 총 12곳이 IPO(기업공개)에 도전하며 상장을 했지만, 공모가 범위 상단을 충족한 곳은 총 4곳(알피바이오, 애드바이오텍, 바이오에프디엔씨, 보로노이)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이자 올해 마지막으로 IPO를 진행했던 동물진단 업체 바이오노트 또한 공모가가 9,000원으로 확정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는 회사 측이 제시한 희망공모가 최하단(1만8000원)에서 50%나 할인된 가격이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바이오노트를 포함한 8개 기업의 공모가가 범위 하단보다 20~50% 절감됐다.
흥행에 실패한 8개 기업은 노을,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선바이오, 샤페론, 디티앤씨알오, 인벤티지랩 등이 코스닥 시장에, 바이오노트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상장했다.
연이은 IPO 흥행 실패 원인은 미국의 고금리 기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증시가 20% 넘게 하락하면서 제약바이오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IPO가 이어지면서 중도 포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는 주식 시장이 여전히 냉각기인 만큼 실제 상장을 통해 원하는 가치를 평가 받기 어렵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21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공모를 진행 중이던 바이오인프라가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며 잔여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예상했던 수요예측 결과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음에 따라 우선 철회하고 이후 다시 공모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미 지난 3월 보로노이 역시 수요예측이 저조함에 따라 공모 절차를 철회한 바 있다.
또한 예비심사 과정에서도 중도에 포기하는 기업과 미승인으로 공모를 진행하지 못했던 기업들도 있었다.
지난 1월 한국의약연구소를 시작으로 2월에는 퓨쳐메디신이 이를 철회했고, 6월에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7월에는 이뮨메드가, 8월에는 쓰리빌리언이 예비심사 과정 중 이를 철회했다.
디앤디파마텍의 경우 지난 7월 1일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미승인을 받으며 고배를 마셨다.
결국 예비심사와 공모과정에서 이를 포기한 기업이 올해에만 약 8개 기업에 달하는 것.
이같은 결과는 하반기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연이어 IPO를 재개하면서 다소 활기를 찾았으나 상장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포기한 기업 중 보로노이의 경우 공모 철회 후 약 3개월여만에 다시 상장에 도전, 현재 코스닥에 상장한 상태이며, 한국의약연구소 역시 지난 10월 예비심사를 다시 청구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여기에 중도 포기했던 퓨쳐메디신은 코스닥 상장에서 코넥스로 방향을 선회했다.
연이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IPO 흥행 실패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감소하기도 했다.
한국벤처캐피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오에 대한 투자금액은 4,051억 원에서 2분기에 거의 반토박이 난 2,707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 들어서는 투자 금액이 더욱 감소한 2,02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누적 투자 금액은 총 8,787억 원으로 최근 4년 사이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벤처캐피탈의 인기 1순위는 바이오 분야였지만, 현재는 3위 이상으로 내려갔다.
올해 초부터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줄어들면서, 바이오 기업에서는 진행하고 있던 임상을 중간하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부분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신약 R&D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지속되는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내년에는 폐업하는 기업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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