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선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각각의 방법들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협회는 이러한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이후로, 해외진출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의 사례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좋은 모티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바이오 업계의 혹한기가 불어닥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좋은 논문'과 '임상 진입', 그리고 마지막은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제 막 임상 3상을 열심히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빅파마라고 해도 임상 3상에서의 성공률은 60% 미만이며,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주자의 경우 그 성공률이 10% 정도를 웃돈다. 이 부회장은 이 확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제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들이 자신있게 기술이전에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며 "임상에 대한 실패와 좌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미국의 많은 벤처 기업들도 초기에는 다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몇 번의 큰 기술이전 후 그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며 "우리나라는 지금 그 과도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 성공 확률을 빨리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려운 게 '현실', 최대 걸림돌은?
임상은 확률 게임과 비슷한데, 아직 우리나라는 경험 미숙이다. 후보물질에서 신약까지 가는 확률이 만분의 일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경험이 많지가 않은 것이다.
한 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R&D(연구개발)를 주로 진행했다. 이제 후보 물질에서 임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기술이전과 임상을 통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배우는 일이 우선이다.
3년 전 글로벌 임상에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임상을 CRO(임상시험수탁기관)를 통해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임상을 하려면 미국에 임상 CRO를 둬야 하는데, 경험이 많지가 않아 CRO 부분에서 끌려다녔던 점이 있다.
따라서 요즘에는 글로벌 임상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내부에 두려고 한다. 이승규 부회장은 이런 과정들을 통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점점 올라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혁신 기술에 대한 규제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외국에 나갈 때 규제적 뒤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 세포 유전자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은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검토되어야 한다"며 "혁신 기술들이 빨리 발전하려면 그것을 끌고 가는 인허가 부서에서 관련된 부분의 제도들을 빠르게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제도적으로는 흔히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해외 진출 성공 기업' 비결은 무엇인가?
기술이전을 위해서는 한 3~4년 정도의 큰 호흡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단순히 기술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신뢰성을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이전을 이루기까지 컨퍼런스 및 미팅을 통해 기업을 만나고, 업데이트 된 내용을 다시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홍보해야 된다.
또한 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 분야가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추신경계(CNS)나 희귀병 등의 파이프론이 부족하다.
이 부회장은 "개인적인 생각은 물론 시장이 큰 질환을 타겟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특이 질환 분야도 되게 매력이 있다고 본다"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작은 벤처가 승부를 하기에는 훨씬 더 매력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 마켓 사이즈는 작지만 임상이 쉽고, 데이터가 조금만 만족하게 나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밍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지난해 협회가 했던 활동은 노바티스랑 IR 행사를 했는데, 5월과 9월에 한 번 하고 최근에는 스위스에도 다녀왔다.
협회가 1차적으로 스크린 한 다음에 IR을 진행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중간에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는 관심 있는 분야에 적합한 벤처들을 계속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기업의 데이터를 계속 팔로업을 하라고 얘기한다.
업데이트 된 내용을 보면 기술의 발전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기술이전이 된다.
또 하나는 각국에는 대사관의 투자청이 있는데, 투자청이 우리가 외국에 나가고 싶어 하는 기업들 또는 외국에서 우리가 들어오고 싶어 하는 기업 등을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를 협회가 직접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각국의 바이오협회도 있는데, 정보 교환을 하면서 서로 만날 수 있는 장들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이렇게 기술 교류랑 업체들간의 연결을 도와주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빅파마를 만나는 일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다"며 "또 약간 벗어나지만 협회는 벤처를 많이 지원한다. 벤처의 창업 전부터 IPO까지 여러 가지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차원의 지원 부족… 지금 보다 큰 규모의 '진짜 메가 펀드' 필요"
결국 발품이기 때문에 기업은 우선 도전적으로 만나야 한다. JP모건과 같은 행사에는 결정권자들이 온다.
JP모건과 같은 행사에 참석해 발표도 많이 하고, 좋은 논문으로 기반을 닦아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논문이 대부분 데이터의 재현성인데, 신뢰할 수 있는 논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논문에서 나온 데이터가 실제로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솔직한 논문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에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고 늘어지듯, 지속적으로 만남을 통해 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에서는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가장 부족한 부분은 다른 나라의 정보다. 다른 나라에서 임상할 때 우리가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되는지, 그 다음에 어떤 베네핏들이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정보를 주지 않으면 기업들이 알아봐야 되는데, 기업들이 알아보려면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부분에서 빠른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
또 하나는 글로벌 임상을 가게 되면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데, 비용에 관련된 부분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펀드를 구성해 준다든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승규 부회장은 "지금 메가 펀드 구성이 2~3천 억원 정도를 두고 메가 펀드라고 하는데, 이거는 메가 펀드가 아니고 그냥 펀드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정말 기업과 매칭될 수 있는 메가 펀드를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에 계속 노크할 수 있는 것을 선제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며 "규제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이 발전하는 속도에 맞게 발전해 줘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규제가 좀 더 앞에 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 "코로나19로 얻은 기회? 기업들 전략적으로 투자자들 만나야"
전체 글로벌 시장이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워낙 높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졌고, 모험 자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또 한국거래소에서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돌이켜 보면 코로나19가 생기면서 한국이 기회를 잡은 건 사실이다.
결국 그 말은 기회가 있는 것이다. 즉 자금 있는 회사들은 빨리 M&A 해서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금은 그게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자금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좀 더 외국 시장과 M&A 해야 되는 제도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럴 때는 정부가 좀 많이 도와줘야 된다.
이 부회장은 "지금 상황이 어려워서 답이 많지 않지만, 불확실한 전쟁이 좀 빨리 끝나야 될 것 같고 이제 거기가 시작점일 것 같다"며 "지금은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녀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도 투자에 관련된 프로그램 많이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우리가 투자자들만 캐피탈리스트만 모아서 했지만, 현재는 중견 제약사들과 타업종도 함께 불러가지고 같이 IR을 진행하는 데 관심이 되게 많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그런 부분들이 좀 더 길게 보면 좋은 생태계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