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정부는 재정지출 싫어 헛발질

강민구 대한전공의협회장

메디파나 기자2023-01-13 16:59

우리 전공의들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성세대의 감언이설에 결코 속지 않습니다.

의료이용을 측정하는 OECD 대표 통계로 연간 의사 상담 횟수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상담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입원과 외래를 나누더라도 추이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반면 보건 지출은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8.4%로 OECD 평균은 9.7%보다 여전히 낮은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의료이용이 많고 보건재정 지출이 적은 구조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입원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수련병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과도한 의료이용에 대해 수련생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를 값싸게 부려 지탱이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전공의는 주당 약 100시간, 2-3회 이상의 36시간 연속근무를 통해 수련병원의 환자 진료를 비롯한 액팅(acting)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것을 비용-효과적인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로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입원진료 영역에서는 그저 전문의의 채용을 통해 지탱할 상급종합병원 진료 영역을 전공의 착취로 때우고 있었을 뿐입니다. 외래진료 영역에서는 한정된 의료 자원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 중증도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충분한 재정 지원과 효과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계획이 부재했습니다.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를 자화자찬하기에는 보건의료인력을 소모품 취급하는 등 너무나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2019년 전공의가 주당 113시간 근무하다 과로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이 발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전공의는 수련생의 지위라는 명목으로 근로기준법상 주52시간이 아닌 전공의특별법의 주80시간을 적용 받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전문의가 기본적으로 담당해야 할 영역까지 왜 전공의가 죽음을 각오하고 모두 담당해야 하는 것입니까? 이것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부도 인지하듯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전공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OECD 기준으로 의사 수가 가장 많다는 독일과 비교해서도 비등한 수준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기 배출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어떻게 우리 사회가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을지와 관련한 논의입니다. 병원급 전문의와 일차의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불필요한 논의를 접어두고 단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첫 번째, 단위환자 당 전문의 기준을 설정해 전문의 채용 현황에 따라 차등 수가를 지급하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병원 내 전문의 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전공의의 과로에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 진료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 배출된 전문의를 활용하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단지 국가에서 재정을 투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꺼릴 뿐입니다.

비슷한 예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두고 혹자는 신경외과 의사 수 또는 전공의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신경외과 전문의 수는 OECD 기준으로 보아도 평균을 상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 배출된 전문의를 통해 지금의 의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보건의료체계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병원 내 전담전문의의 추가 채용을 통해 전문의 중심의 중증의료체계 구축과 더불어 연속근무 24시간 제한을 목표로 한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보건업 근로기준법 특례업종 폐지를 통해 의사 또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를 보장 받아야합니다. 

두 번째,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 등을 해결하자면서 국고보조금 등을 활용한 재정 추가 투입에 대한 계획 없이 의대생 및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먼저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의사 면허 취득 후에도 미래가 없는 영역에 결코 전공의로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교수가 정부의 압박 속 주당 100시간 이상의 근무를 감내하는 것을 최근의 진료 대란 사태에서 똑똑히 보았습니다. 필수의료 영역에서 전공의 때만 수련생으로 한시적 당직 근무를 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는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전공의는 악화되는 처우를 감내하지 못하고 떠날 것이며, 의대생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입니다.

우리 전공의들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성세대의 감언이설에 결코 속지 않습니다. 지금의 정책 방향이라면 젊은의사는 기피과 전문의 취득 후에도 개원은커녕 허울뿐인 계약직 교수로 일하며 결코 노동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의료이용을 억제하고 전문의의 추가 채용을 목표로 하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현실 속에서 악화 예정인 처우를 감내하며 중증의료 영역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과연 몇이나 될지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합니다. 기성세대 교수와 젊은 교수의 처우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지금의 보건의료이용 행태를 방치하며 100시간 근무를 지속적으로 종용한다면, 보건의료종사자들은 결국 서비스 공급을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지역 내 필수의료 전공의 정원을 늘린다고 우리 전공의들은 바보처럼 그대로 미래 없는 영역에 청춘을 바치지 않습니다. 재정을 투입해 병원 내 전문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고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젊은의사는 정부당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전공의들은 더 이상 사명감에 버티며 상급종합병원의 필수중증의료 영역을 담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지금의 미달 사태는 소아청소년과 외에 다른 필수의료 영역으로 들불처럼 번질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미래가 없는 영역에서 주당 100시간, 2회 이상의 36시간 연속근무를 감내하며 싼값의 노동력을 제공할 이유가 더 이상 없습니다. 우리는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장시간 노동 속에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을 계약직 신분으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고난이도 중증 의료를 제공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전공의로, 전공의를 마친 후에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결코 36시간 연속 당직 근무를 감내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전공의들은 처우 개선이 없는 한국 의료계를 조용히 떠날 것입니다. 우리 청년들은 저출산 시대 속에서 과거처럼 심하게 경쟁하며 갈려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저항할 것입니다.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사회 속에서 저출산과 기피 영역이라는 시대현상을 만들며 각자의 행복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더 이상의 사명감을 강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억압된 사회 속에서 정당한 보상 없이 과도한 부담만을 종용하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기피할 것입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기고]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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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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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3-01-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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