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라자' 급여 중단 사례 이어져‥제한적 '평가 도구'에 불만

SMA 환자의 특성을 반영하기엔 'HINE-2'와 'HFMSE' 평가 모두 아쉬움
1형, 2형, 3형 특성 담지 못하는 사후평가에 급여 불승인 억울함 호소하기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22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를 투약하다가, 급여가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스핀라자는 2017년 12월 국내 허가된 후, 2019년 4월 급여에 성공했다.

단, 초고가약인 스핀라자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요양급여를 승인받은 경우 4개월마다 유지용량 투여 전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심평원이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심의 사례에서 '불승인' 결과가 늘어나고 있음이 확인됐다.

스핀라자주 분과위원회와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의 심사는 나름 기준이 있다.

현재 스핀라자의 급여기준은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만 3세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 발현 ▲영구적 인공 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경우 등을 모두 만족하는 5q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다.

사후 평가에서는 스핀라자 투여 직전의 운동 기능 평가와 비교해 '운동 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해야만 급여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스핀라자 투여 후 증상이 '유지' 혹은 '개선'되지 않으면 급여 적용이 중단된다.

SMA는 발병 시기에 따라 편의상 1~4형으로 나뉜다. 1형은 생후 6개월 이내, 2형은 생후 18개월 이내, 3형은 생후 18개월 이후, 4형은 성인기에 발병한다.

지난해 12월 스핀라자의 심의 사례를 살펴보면, 22세의 SMA 2형의 A환자는 2020년 6월 30일 스핀라자를 첫 투약했고 11차 투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울러 24세의 SMA 3형 B환자는 2019년 12월 4일 스핀라자 첫 투약 후 12차 투여 심사를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불승인됐다.

심평원은 "제출된 자료로는 스핀라자 투여에 따른 운동 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중단 기준 중 운동 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요양급여 대상으로 불승인한다"고 말했다.

A환자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다. 하지만 심의 결과는 기각됐다. 운동 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입증하는 운동기능평가도구인 HINE2 또는 HFMSE를 사용해야 하지만, A씨가 추가로 제출한 자료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올해 1월 공개된 심의 사례에도 불승인은 이어졌다.

2019년 9월 27일 첫 투약을 하고 13차를 기다리던 25세의 SMA 2형 C환자, 2019년 11월 20일 첫 투약을 하고 13차를 기다리던 37세의 SMA 2형 D환자, 2019년 11월 20일 첫 투약을 하고 13차를 기다리던 36세의 SMA 2형 E환자는 운동 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해 스핀라자의 급여가 중단됐다.

2020년 4월 9일 첫 투약을 하고 12차를 기다리던 42세의 SMA 2형 F환자는 동영상을 제출했다. 제출된 동영상에서 F환자는 한 손으로 지지하고 앉아 있는 상태로 운동기능평가(HFMSE)의 총점이 2점에 해당했다. 심평원은 이 자료로는 스핀라자 투여에 따른 효과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급여가 중단된 환자들은 스핀라자의 운동 능력 평가 척도인 해머스미스 영유아 신경 검진 'HINE-2' 및 해머스미스 기능성 운동확대지수 'HFMSE'의 한계를 지적했다.

▲HINE-2는 영유아 SMA 환자에서 운동 발달 정도를 평가하기에 적합한 도구이다. 머리 가누기, 움켜쥐기, 구르기, 일어서기, 걷기, 앉기, 발차기, 기어다니기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HFMSE는 후기에 발현한 제2형 또는 제3형 SMA 환자에서 운동 능력을 평가한다. 앉기, 구르기, 점프하기, 계단 오르기 등 운동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33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SMA 환자의 특성을 반영하기엔 HINE-2와 HFMSE 모두 아쉬움이 존재했다.

급여가 중단된 사례자의 나이를 살펴보면 대부분 20대 이상의 2형 혹은 3형의 환자다.

HINE-2는 2살 미만의 소아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기에 성인이나 청소년에게는 맞지 않다. 반대로 성인 2형과 3형 SMA 환자는 몸 구축이 이미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아, 큰 근육의 운동기능 평가가 쉽지 않다. 그런 환자에게 HFMSE는 여러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1형 SMA 환자에서도 불승인 사례가 이어졌다.

12살 SMA 1형 G환자는 2형과 3형에서 적용하는 HFMSE 기준으로는 평가 점수가 0점이다. 1형에 적용하는 기준인 HINE-2는 2살 미만의 소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G환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G환자의 보호자는 "그동안은 HINE-2를 인정해 줬기에 급여가 됐으나, 올해 아이가 12살이 된 후 HFMSE 기준으로 2회 이상 0점이기 때문에 불승인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1형 SMA 환자는 스핀라자를 생존을 위해 사용한다. 현재 심사 기준의 가장 큰 문제는 2형과 3형에서 적용하는 무리한 운동 평가 기준을 1형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2세 이상의 1형 환자를 위한 별도의 운동 평가 기준도 없는 상태다.

G환자의 보호자는 "1형 SMA 환자에게는 운동 기능 개선이 아니라 호흡 기능의 유지, 즉 생존의 관점에서 스핀라자 투약을 심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처럼 스핀라자를 투약하다가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해외처럼 다양한 운동 기능 평가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스핀라자는 더 이상 운동신경세포가 죽지 않도록 SMN 단백질이 공급되게 하는 약이며, 운동신경세포를 직접 재생시키는 약이 아니다. 이에 치료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운동기능 평가 점수는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현재 기준으로는 약 투여 전 HFMSE로 3점이던 환자가 7점이 되도록 호전됐다 하더라도, 이후 두 번 6점을 유지한다면 중단 대상이 돼 버린다. 이런 상태에서 투약을 중지한다면 환자는 6점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3점 이하 수준으로 나빠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필요 여부는 의사가 판단한다. 퇴행성 질환인 SMA는 개선이 없어도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프랑스의 경우 치료제 투약 후 별도의 효과를 증명하지 않아도 의사의 판단 하에 급여 유지를 결정하고 있다.

한 환자는 "심평원에 이의신청은 했지만 받아들여질 지 의문이다. 스핀라자 투여 후 호전됐다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운동 기능 동영상 자료도 제출했지만 불안하다. 이의신청이 수용이 돼도 심사 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매번 불승인을 걱정하며 투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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