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의료 수준의 '전문병원'‥제대로 활용하기 보다는 '소외'

전문병원, 특정 질환 또는 진료 과목에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 가능
"필수의료에 적극 활용 못하고, 역할 축소하거나 기능 단절되는 상황 안타까워"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3-27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문병원'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의료인력 ▲의료 품질 평가 ▲병상수 ▲의료환경 ▲의료기관 인증 ▲필수진료 과목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등의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거친 병원만이 해당 타이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3년 주기로 재평가를 실시하므로,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전문병원이 가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 또는 진료 과목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하는 병원을 의미한다. 이들 병원은 특정 분야에서 대학병원과 견줄 만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전문병원은 질환별·진료과목별로 ▲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주산기(모자) ▲한방중풍 ▲한방척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방부인과 등 총 19개 분야로 나뉜다.

A 전문병원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에서 질환의 경중에 따라 1차, 2차, 3차로 그 역할을 구분하는 것처럼 전문병원은 피라미드 구조에서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을 잇는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힘들게 획득한 전문병원의 타이틀이 무색하게,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최근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는 전문병원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음에도 제외돼 있다.

그 중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를 목표로, '지역 완결적 필수·공공의료 구축'을 국정 과제로 삼았다.

여기엔 중증-중등증-경증 등 단계별 응급의료기관 진료기능을 명확히 정립하고,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중에서도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중증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늘려나갈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이 위급한 만큼 응급의료분야는 정책적 시급성과 중요성이 높은 분야"라며 "전국 어디서든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 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병원 관계자들이 정부의 방향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현 방침대로 흘러갈 경우 전반적으로 중증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면 실력을 갖춘 지역 중소병원을 파악해, 역할 수행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예로 뇌혈관 전문병원(4주기)은 명지성모병원(서울), 효성병원(충북 청주), 에스포항병원(경북 포항), 대구굿모닝병원(대구) 등이 있다.

명지성모병원, 효성병원, 에스포항병원, 대구굿모닝병원은 전문병원답게 상급종합병원과 비등할 만큼 많은 뇌혈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이들 병원은 연간 최소 300건에서 최대 800건 이상의 뇌혈관 수술이 보고됐다.

게다가 4곳의 병원은 뇌혈관 수술의 주요 인력인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 뇌혈관 전문병원으로써 환자들의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전문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전원율도 굉장히 낮은 수준.

의료계는 규모에 상관없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수배하고, 환자가 이송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병원은 대학병원과 비견될 만큼 전문 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질환은 전문병원에 동등한 역할을 주고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전문병원은 정부가 인증을 한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그 역할을 축소하거나 기능을 단절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병원 간 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완결적 대응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개별 의료기관에서 24시간, 365일 대응이 어려운 중증응급질환을 위해서다.

여기서도 대응 가능한 전문병원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역마다 높은 수준의 응급 치료가 가능한 곳을 파악한다면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B 전문병원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치료가 가능한 응급기관이 있음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지역에 어떤 병원이 당장 치료할 수 있는지 네트워크만 잘 형성돼 있다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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