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제출 의무화 발목 잡은 '신뢰'… 입법 험로 전망

세계 유일 균주 DB 구축, 해외 업체 정보공개 청구 우려도
질병청 확진자 명단 감사원 제출 과거에 신뢰도 발목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3-29 06:0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생물테러감염병 병원체 제출을 의무화하는 감염병 예방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증명'과 '신뢰'가 핵심 과제로 제시된 것으로 확인된다.

보툴리눔균 등 생물테러감염병 병원체 제출 의무화를 통해 관리 효율성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증명'과 제약바이오업계 분쟁 격화나 기업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신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은 데이터에 기반한 자료를 보완해 증명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와 협의를 통한 신뢰 구축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입법에는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 발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심사 속기록에 따르면 질병청은 생물테러감염병 위험성을 강조하며 관리 강화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질병청 김현준 차장은 "보툴리눔 같은 경우 공중에서 10g 정도만 뿌리면 1000만 명 정도가 사망할 정도로 엄청나게 강력한 생물테러용 수단 중 하나지만, 동시에 치료제나 미용재 등으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며 "두 가지 측면을 균형적으로 고려해 관리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병원체 제출을 의무화하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수 있어 생물테러 발생 시 어떤 균주를 사용했는지 신속한 추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의 경우 균주 제출을 의무화한 사례는 없다. 선진국에는 두 세개에 불과한 생산업체만 있기 때문에 시설이나 취급자 중심 관리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 우리나라의 경우 보툴리눔만 21개 업체가 있고 앞으로도 증가가 예상돼 시설·취급자 관리에 더해 병원체 DB를 구축하면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병원체 DB 구축을 통한 관리가 생물테러 발생 시 실질적 대응에 효과적 기여가 가능한지 데이터에 기반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균주를 제출받아 DB를 구축한다면 생물테러 발생 시 법적으로 사람 지문만큼 동일성을 인정받아 결정적 증거로 사용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

최 의원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병원체 제출 의무화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화학적테러에 얼마나 신속하게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더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확률이나 퍼센티지 등 자료가 있으면 위원회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도 "생물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준비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관리를 위한 준비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제약바이오업계 분쟁 격화와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기업간 소송전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병원체 DB를 구축할 경우, 균주 오리진(origin)을 주장하는 해외 업체가 정보공개 청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질병청이 업계와 협의를 통해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상태에서 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질병청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대한 법률에 따라 국민 재산 보호나 연구개발·경영상 비밀의 경우 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설명했으나, 지난해 감사원에 확진자 명단을 넘긴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한 의원은 "질병청은 '그렇게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업계가 느끼는 건 그런 것 같지 않다"면서 "지난해 법적으로는 확진자 명단을 어디에도 주지 못하도록 돼 있고 주게 되면 해당자에게 알리도록 돼 있으나, 그렇게 했나"라고 물었고, 질병청 김현준 차장은 "죄송하다"고 말한 뒤 답변을 이어가지 못했다.

2소위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법안이 오늘 통과되기는 요원해 보인다"면서 "질병청에서 의지가 있으면 그만큼 설득과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 주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하고 심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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