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24년 수가협상‥병원·치과·한의 타결, 약국·의원 결렬

2024년 전체 수가 인상률 1.98%, 밴딩은 1조 1,975억 원
병원 1.9%, 치과 3.2%, 한의 3.6%는 타결‥의원 1.6%, 약국 1.7% 결렬
이번에도 '밤샘협상'‥공급자 단체 "지난 번과 큰 변화 체감하지 못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01 08:10

병협 송재찬 부회장, 치협 마경화 부회장, 한의협 안덕근 부회장
약사회 박영달 부회장, 의협 김봉천 부회장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는 밤샘협상을 탈피하겠다고 했지만, 단순 희망일 뿐이었다.

5월 3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은 마라톤 협상 끝에 1일 새벽 6시에 종료됐다.

2024년 전체 수가 평균 인상률은 1.98%로, 추가 소요재정(밴딩)은 1조 1,975억 원이다. 수가 인상률은 작년과 동일하지만, 소요 재정은 작년 대비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한의사협회 등 7개 단체와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완료하고, 6월 1일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이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협상결과 2024년도 병원 1.9%, 치과 3.2%, 한의 3.6%, 조산원 4.5%, 보건기관 2.7%로, 5개 유형은 타결되었고 의원, 약국 유형은 결렬됐다.

이번 협상에서 결렬된 의원, 약국 유형의 환산지수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6월 30일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연말까지 2024년도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의 내역'을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할 예정이다.
 

◆ 밴딩의 벽에 무너진 '밤샘협상 탈피'

수가협상 마지막 날에는 밴딩을 정하기 위한 재정소위 회의만 3차례 열렸다. 재정소위가 오후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겨 졌지만,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 최종 협상은 각자 다른 인상률을 놓고 결국 밤을 새는 협상으로 이어졌다.

공급자 단체는 본격적인 수가협상에 앞서 2023년 최저 임금 인상률(5%), 민간임금 협약 인상률(5.1%), 소비자물가 상승률(5.1%) 등 5%대의 사회적 인상 요인을 반영해 추가재정소요 값(밴딩)도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정운영위 소위원회에서 제시한 1차 밴딩 규모를 확인한 공급자 단체는 하나같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차 협상을 하고 나온 공급자 단체들 모두 "생각했던 숫자와 간극이 있다"고 답할 뿐이었다.

이에 재정소위는 재논의 끝에 다른 밴딩 규모를 정했고, 이를 토대로 건보공단은 공급자 단체와 다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협상은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6월 1일 새벽 2시부터 시작된 협상에서도 공급자 단체는 "쉽지 않다"며 기자들과의 만남도 피했다.

역대 밴딩을 살펴보면 ▲2016년 6,503억 원 ▲2017년 8,143억 원 ▲2018년 8,234억 원 ▲2019년 9,758억 원 ▲2020년에는 1조 478억 원이었다. 이후 2021년 9,416억 원으로 내려갔다가 2022년 1조 666억 원, 2023년 1조 848억 원으로 다시 높아졌다. 

2024년 추가 소요재정은 1조 1,975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인상됐으나, 공급자 단체들은 2022년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 3조 6,291억 원 흑자 및 누적 적립금 23조 8,701억 원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전 3시부터 시작된 협상에 이르러서야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첫 타자는 2023년에 이어 수가 인상률 1.9%의 병원 유형이었다. 오전 4시에 협상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환산지수 역전 현상'을 바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두 번째 타자는 대한치과의사협회였다. 치과 유형은 인상률 3.2%로 타결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상근보험부회장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협상을 끝냈다. 끝까지 신뢰와 배려를 보여준 공단 수가협상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인상률 3.6%로 타결을 알려왔다. 안덕근 부회장은 "지난해 결렬을 했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고통을 분담했다. 인상률 3.6%로 수가에 있어서는 1위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주자였던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는 결렬을 선언했다.

약국의 경우 2008년 수가협상 이후 결렬이 처음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7%의 수가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대한약사회는 고심 끝에 거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은 "약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조제약 투여 서비스 등 최우선에서 희생하고 헌신해 왔다. 그러나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일시적인 행위료 증가만이 2024 환산지수 인상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의원 유형은 최저 수준인 2.1% 수가 인상율이 결정된 이후 협상을 결렬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공단은 사상 최저치인 1.6% 인상률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기획부회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건보공단의 수가 인상률 제시로 인해 또 다시 결렬되고 말았다"며 "총 진료비가 100조를 넘어섰음에도 예년과 유사한 밴딩 규모로 공급자간 치열하게 다투는 협상 방식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많은 시도 있었지만 결국은 '되풀이'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작년 수가 계약 체결 이후 건보공단은 여러 가지 숙제를 안고 있었다.

그 중 첫 번째가 의료계의 수가협상 제도 개선 요구였다. 구체적으로는 수가협상 조정 모형의 개선과 가입자 공급자의 소통이었다. 두 번째는 밤샘협상의 탈피였다.

공단은 이번 수가협상에 기존 SGR 모형 이외에 1. SGR 개선 모형 2.GDP 증가율 모형 3. MEI 증가율 모형 4. GDP 인상률과 MEI 증가율 연계 모형 등을 활용했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5가지 모형으로 된 산출 환산지수 결과값을 수가 밴드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재정소위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밴딩 결정 전 가입자-공급자-공단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지난 5월 30일에 개최됐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공식적인 간담회를 통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와 가입자의 의견이 전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공급자 단체는 공단의 이러한 노력이 큰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의협 김봉천 부회장은 "거시지표의 반영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밴딩의 규모 및 결정 과정의 불투명함, 협상결렬 시 조정 절차 부재 등 기존 수가협상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병협 송재찬 부회장은 "공급자와 가입자의 간담회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만남에도 설득과 공감은 부족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부회장은 "가입자와의 만남은 전반적으로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여가는 의미는 있었다. 하지만 공급자의 의견이 반영됐으면 이렇게 밤을 샜겠나. 수가협상의 제도적인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밤샘협상의 탈피도 결과적으로는 실패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협상 마지막 날 통상 7시 개최하던 재정소위를 오후 2시에 개최했다. 지난해보다 협상 종료 시간이 3시간 앞당겨졌으나, 협상에 실질적으로 소요된 시간은 더 길어졌다. 올해 협상엔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재정위 구성이 늦어져 소위원회 구성도 지연됐고, 최초 밴드 설정은 제한된 상황에서 협상에 임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협상에서 가입자는 고금리,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반면 공급자는 2년 연속 건보 재정이 흑자였기에 수가 인상에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 또한 의료계는 고물가, 고금리, 인건비 재료비 상승 요인으로 실제적인 의료물가지수 만큼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의 간극이 더 컸던 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단 협상단은 근거 기반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간극을 좁히면서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수가 계약 시, 원가 대비 보상이 과다한 검체·영상검사 등의 수가도 함께 일괄 인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재정위는 이번 수가 계약 결과를 의결하며 '2025년 요양급여비용 계약('24.5월)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은 소아 진료 등 필수 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부대의견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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