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앞서 필수의료 해법부터…"병행 아닌 선행돼야"

"필수의료 현장 문제, 왜 의대 정원 논의만 열 올리나"
"정원·연봉 자극적 숫자에만 천착하면 문제 해결에서 멀어져"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05 06:0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필수의료 해법 가운데 하나로 추진되는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 시각차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다.

정부는 필수의료 해법 일환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해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정원 논의는 필수의료 해법 차원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법적 보호 등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에만 매몰된 것 같다는 지적이다.

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촉구하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의료진 부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

의료계에서는 경증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 문제와 필수의료 기피 등 현상 이면에 있는 원인을 지목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 병원을 헤멨다'는 사실이 인상 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한 간호법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간호계가 불법 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진행하면서 진료보조인력(PA)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병원 측 전문의 채용 부족을 지적하고 저수가를 원인으로 해석하며, 이에 대해 적극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 병원계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낡고 불분명한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역시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가 일을 대신하고 있다'라는 사실이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국회에서는 장기 대책으로 공공의대 설립 추진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정의당은 지난 1일 공공의대법 발의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일부 법안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발의된 법안들은 특정 지역에 의대와 병원을 유치하는 내용으로 '지역구 생색내기'란 비판도 존재했으나, 해당 법안은 특정 지역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하고 있어 보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병원 내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 부재로 수술을 받지 못한 사건 이후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해법의 전부는 아니라는 데 공감하나, 일부로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병행이 아닌 필수의료 해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한 종합병원 신경외과장은 "현장에서는 필수의료 대책이 체감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현장에 의료진이 없어 불거진 문제를 두고 왜 전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논의에만 집중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 근무하는 한 전문의는 "이대 신생아 사건이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은 의료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법적 보호가 선행돼야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도 의협이 추진 중인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지역 종합병원에서 10억 연봉에도 심장내과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김 대변인은 "연 10억 원을 벌더라도 수술 중 실수 한 번에 소송에 휘말리면 일상이 무너진다"며 "동기나 직업의식이 손상돼 사회인으로 정상적인 삶을 지속해 갈 수 없게될 수도 있다. 그런 리스크를 누가 감당하려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추진 중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며 "해외도 유사한 법이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는 의료 관련 소송이 많지 않거나 특수성이 인정되는 법·의료 문화가 있다. 그런 부분이 함께 고려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의대 정원이나 연봉 같은 자극적인 숫자에만 천착하는 것은 맞딱드린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며 "사명감 있는 예비 의사가 필수의료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의대정원을 늘려도 10년 후 배출되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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