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장기요양기관은 고령의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집단 감염 및 사망자 발생이 높은 편이다.
장기요양기관은 정부의 감염 관리에 대한 지원이 없던 기관이기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으며 감염병 유행에 매우 취약했다. 특히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 기간 동안 방역·의료 지원 등 조치에도 불구하고 선제 대응에 한계가 포착됐다.
이에 장기요양기관의 감염 관리 실태 및 현황 파악을 통해 상시적인 감염 예방 및 자체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관리시스템 마련이 요구됐다.
이미 미국 등 선진 주요국은 정부 주도로 노인요양시설 감염 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시설 평가에서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감염관리 체계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장기요양기관 내 감염관리위원회 체계와 관련한 규정이 없었다. 단지 의료기관의 감염관리위원회 조직과 운영 관련 사항이 의료법과 동법 시행규칙에 제시돼 있을 뿐이었다.
미국의 경우 보건복지부 산하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가 장기요양기관 평가 감독권을 가지고 있어 규정 준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질병통제예방관리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 인증평가기관의 평가 항목 이외에 ① 감염통제 프로그램과 인프라 ② 안전관리 ③ 감시와 감염발생 보고 ④ 손씻기 ⑤ 개인보호구 ⑥ 호흡기 질환 에티켓 ⑦ 항생제 관리 ⑧ 안전주사관리 ⑨ 환경관리 등의 감염관리 영역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 운영 매뉴얼은 CMS의 규정에서 어떤 방법으로 준수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운영 매뉴얼의 주요 내용에는 감염 관리 담당자 지정 의무화(2019년 11월 28일 시한)와 매년 감염 예방 및 관리 계획 검토 및 개정, 기관의 질 관리 위원회 구성 및 감염관리교육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본도 비슷했다. 후생노동성에서 처음 고령자 개호시설 감염관리 매뉴얼을 2005년에 제작한 후 2007년, 2013년 두 차례 수정·보완한 바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매뉴얼에는 주의해야 할 감염증과 기초 지식을 포함한 고령자 감염관리대책 및 시설 내 감염대책위원회 설치 및 지침, 직원의 건강관리, 직원교육을 포함한 감염관리 체계가 명시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내 장기요양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감염관리체계 마련이 제안됐다.
국내에는 2015년 보건복지부가 제작 배포한 '장기요양기관 감염병 예방 관리 매뉴얼'이 있고, 이 매뉴얼은 2017년 화재 및 재해를 포함한 안전 관리 부문과 통합해 '장기요양기관 안전 관리 매뉴얼'로 재탄생했다.
국외 매뉴얼과 비교하면 실무적 요소들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는 반면, 기관의 전반적인 감염 관리 역량 증진 및 감염관리체계 마련과 관련된 요소들은 미비한 수준이다.
국외 장기요양기관 감염관리 운영 매뉴얼의 경우 감독 기관이 명확하게 지정돼 있고 평가체계와 연계돼 감염 관리 정책, 감염관리프로그램, 감염 감시, 감염 관리 담당자 지정 및 역할, 감염관리교육, 감염관리위원회 구성 등 항목에 대한 설명이 매우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하지만 국내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감염관리체계 마련에 대한 기준은 명확히 제시된 바 없다.
물론 국내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시설의 규모 인력, 입소자의 특성 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자체적 감염관리 거버넌스, 즉, 감염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므로 시설의 설립 유형과 병상 규모 등에 따라 감염관리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개선돼야 할 것인지 논의가 시급하다.
연구팀은 "역량이 부족한 시설에게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감염관리체계 마련을 요구할 경우 불필요한 민원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설이 자체적으로 감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정책이 있어야 하며 단계적 접근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일정 규모 이상의 역량이 충분한 시설의 경우 자체 감염관리위원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도록 권고하되, 소규모 시설의 경우 먼저 공공 영역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감염병 보고 체계도 개선이 필요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결핵, A형간염, C형간염, 옴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있으나 장기요양기관에 위해를 주는 감염병 위주로 개편이 요망됐다.
연구팀은 결핵, 인플루엔자(시설 내 유행 시), 코로나 19(시설 내 유행 시), 옴(시설 내 유행 시), 집단 식중독 발생, 다제내성균 감염(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등)이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꼽았다.
연구팀은 "현재 보고 체계는 반기별 보고하고 있으나 시급성이 인정되거나 대규모 유행 상황에 대해서는 즉시 보고가 필요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즉시 보고 사례 중에 엄중한 사례는 질병관리청, 지자체와 함께 역학조사와 유행 관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요양기관들이 감염 관리에 적극성을 보이려면 감염 관리 수가 및 보상체계도 손질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감염 예방 관리료를 신설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연구팀은 "감염관리위원회의 신설, 감염 관리 실무자의 지정, 교육시간 적용 등에 따라 관리료를 점진적으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 감염 관리 수요가 많은 노인요양시설을 우선 신설하고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주야간보호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 등급은 감염 관리 인력의 전담/겸임 여부, 입소자 기준, 감염 관리 실태조사 또는 장기요양기관 실태조사에 따른 차등 지정 등으로 의료기관 감염예방관리료를 벤치마킹해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 관리 행위 및 시설, 물품에 대한 수가도 손봐야 한다.
노인요양시설에서의 1인 격리실 설치에 대한 부분은 전문가, 요양시설장, 보건복지부 등의 폭넓은 논의가 기반이다. 다만 전파가 가능한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병원 이송 또는 퇴소 전 임시 격리가 필요한 공간은 필수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시설 기준이 정해지면 시설에 따른 수가를 개발하면 된다.
아울러 요양시설 내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늘어 가고 있으므로, 의료적 처치에 들어가는 물품에 대한 수가가 고려돼야 한다.
연구팀은 "대부분 의료기관 내에서 처방 가능한 항목들이기에 촉탁의 또는 가정방문간호사 제도를 통해 처방을 받고, 처방 받을 수 없는 일부 물품에 대한 수가화하고 수가 제도를 반영할 수 없는 부분은 감염 예방 관리료 지급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